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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Aug 04. 2021

어린이용 양성평등 교과서, Mirakel(3)

100년 전과 지금, 무엇이 바뀌었을까?

스웨덴은 우리나라에 비해 양성평등이 잘 이뤄져 있는 나라입니다.


스웨덴 어디에서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들(한국에서도 "라떼파파"로 유명해졌더군요.)을 볼 수 있고,

기업의 중역으로 일하거나, 소위 말하는 3D업종에 종사하는 여성 또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편입니다.


그러나 100년 전 스웨덴은 이야기가 달랐겠죠?


1920년에 살고 있는 Rakel과 2020년에 살고 있는 Mira가 몸이 바뀌는 드라마 <Mirakel>에서는 이 갈등이 어떻게 묘사될까요?


여자 의사, 여자 군인, 여자 탐험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100년 전의 스웨덴에 온 현대 여성 Mira는 여자는 당연히 요리를 해야 한다는 라켈의 어머니 Märtha의 말에 동의하지 못합니다.


그럼, 2020년에 갑자기 떨어진 근대 여성 Rakel은 어떨까요?

여자라면 당연히 어머니가 되어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그녀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딸에게 가르치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하죠.


이 드라마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각자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나버릴까요?


그러면 교훈이 있어야 하는 가족 드라마가 아니겠죠.


1920년으로 간 미라는 당대의 고정관념을 뚫고 여자도 뭔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2020년의 라켈은 자신의 고정관념을 바꾸고, 스스로 뭔가 하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20년으로 다시 돌아간 라켈은 마침내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며 행복을 찾고 미라에게 감사 편지를 남깁니다.

그 편지를 통해, 미라에게도 하고 싶은 걸 하라는 따뜻한 조언을 남겨주죠.


이 드라마는 <크리스마스 캘린더> 시리즈로, 가족이 다 함께 보는 드라마지만 (물론 어린이기 때문에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을 다루고 있고,

그 결과로 자신을 찾고, 자아유능감을 키워내는 여성들을 그려내고 있죠.

(이 드라마는 이외에도 기후변화, 인종차별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어린이의 관점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다음에 또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요?)


물론 한국의 지금 여권은 100년 전 스웨덴보다 훨씬 향상된 것 같기는 합니다만,

여권 향상에 따라 자신의 파이를 일정 부분 내놓아야 하는 남성 집단과의 갈등이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물론 윈윈이면 더 좋겠지만, 가령 일자리의 경우 기존에는 남자들만의 것이었다면 이제 여자와 경쟁해야 하죠. 일정 부분 제로섬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안산 선수의 숏컷 논란에서 본 것처럼, 이미 페미니즘은 한국사회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불온한 사상이라는 생각이 일부 남성 사이에 자리잡혀버린 것 같습니다.


나아가 젊은 남성들("이대남"이라고 하죠?)을 중심으로 오히려 본인들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논리까지 나오고 있죠.


심지어 남녀임금격차가 OECD 국가중에서 가장 심하다는 통계에도 "여러 변수가 고려되지 않았다"라거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적게 준다면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여성을 고용하지 왜 남성을 고용하냐, 다 이유가 있다"와 같은 다소 공감하기 힘든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곁가지지만, 사실 이렇게 "여러 변수가 안 고려되었다"는 사회과학이 항상 비판받는 지점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실험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자연과학과는 달리 사회과학은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모든 변수를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모수가 충분히 커진다면 그러한 변수가 모두 반영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그러한 변수 또한 일정 부분 남녀차별의 산물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남성보다 여성이 정규직 비율이 낮은 이유는 경력단절 이후 여성이 비정규직 위주의 직장을 가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규직/비정규직과 같은 변수를 통제하지 않았다"라는 말은 모순입니다.


"남자가 군대 다녀온 사이에 여자는 스펙쌓아서 취업한다"는 것은, 실제 군대 문제로 인해 남성의 졸업이 늦어지며 취업 연령이 여성이 조금 더 어리다는 점에서 일부 사실인 점은 있습니다만, 단순히 역차별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

군대 문제로 남성의 사회진출이 늦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의 경우 출산 등으로 인해 경력단절이 있기 때문에 가면 갈수록 뒤쳐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시작이 약간 늦는 것과 레이스에 진입한 상태에서 갑자기 멈추는 것은 그 영향의 크기가 다를 수밖에 없고(게다가 그 레이스의 한복판에는, 시작과는 다르게 챙겨야 할 부양가족 등이 있을 수도 있겠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육아휴가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없애는 것이 먼저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요즘은 애도 안낳지 않느냐, 라고 하면 할 말이 없어지긴 합니다. 닭(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두려워 아이를 낳지 않음)이 먼저냐 달걀(아이를 안 낳는데 왜?)이 먼저냐의 논쟁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습니다.)


양성평등 문제는 너무나도 민감한 문제라 자세하게 다루기는 조심스럽지만,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양성평등과 남녀갈등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는 점은 모두가 공감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일부 정치집단에서 남녀갈등을 오히려 조장하는 행태는 반드시 지양해야만 합니다.


이 드라마는 인종차별, 동성애자 차별, 남녀차별 등을 모두 "반드시 없어져야 할 문제" 정도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방영되었다면 다소 논란이 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 교육과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회의 문제점을 가볍게라도 언급하고,

문제의 해결책 또한 어린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주는 스웨덴을 참고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최근 한국의 드라마 <마인>이 동성애 문제를 가져오며 논란이 되었는데요,

사실 스웨덴에서는 드라마에서 동성애자가 나오는 건 매우 흔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흔하지 않은 일이고,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조금씩 공론의 장에 편입시키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마인>과 같은 사회 문제를 다루는 드라마가 조금 더 늘어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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