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 다이어리
어젯밤에 근처 농장에서 튼튼한 대파를 얻어왔다. 갑자기 대파와 숙주가 가득 들어간 엄마가 만들어주신 육개장이 생각났다. 내년 봄 대파가 싹틔우기를 기대하며 화단 한끝에 묻어두기로 했다. 땅속깊이 파고든 잔디 뿌리를 없애기 위해 아빠는 아침부터 열심히 고꽹이 질을 하셨다. 내년에 대파풍년이 든다면 모든 것이 아빠 덕분이다.
매주 금요일은 Farmas market(파마스 마켓)이 열리는 날이다. 아빠와 함께 마켓으로 나갔다. 시골사람들의 작고 소박한 마켓이 아빠에게는 퍽이나 인상 깊고 신선하셨나 보다. 한 바퀴 도는데 10분도 안 되는 작은 시골장에 아빠는 아이처럼 흥분하시고 신나 하셨다.
그중 아빠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끌었던 건 야채코너와 제빵코너였다. 한국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야채위주로 몇 가지를 구입했다. 많은 야채 중에 아빠의 눈을 사로잡았던 건 얼굴보다 큰 거대한 양배추였다. 우리는 마치 관광객처럼 양배추를 들고 사진을 찍어댔고, 이를 본 주인 할아버지는 개 중에 가장 큰 놈을 꺼내주시며 사진 찍기를 도우셨다. 아빠 얼굴보다 두배로 큰 양배추를 들고 마냥 신기해하시는 아빠가 난 더 신기하기만 한 순간이었다.
오늘저녁은 강된장과 양배추 쌈이다. 양배추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양배추가 얼마나 큰지 4등분으로 잘라도 냉장고에 들어가지도 않는다. 양배추로 어떤 요리를 해 먹어야 하나? 숙제가 생겼다.
"오늘 하루 아주 재미있었다!"를 반복하시는 아빠를 보니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가시면 친구분들께 두고두고 이야기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생기신 것 같아 왠지 뿌듯하다. 이런 걸 생각하면 시골살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난 참 단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