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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열다섯 번째 날

64일 다이어리

by 패미로얄

<Day 36> 10월 26일


아침 7시, 아니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새벽 같은 7시였다. 홀로 고속도로를 따라 에드먼튼으로 향했다. 아빠와 신랑은 내가 있으면 일하기가 더 힘들고, 일도 더뎌진다며 3일 내내 공사현장에 있는 걸 반대하신다. 꼭 일 못하는 사람이 옆에 있다가 다친다고 일에 도움도 안 되면서 다칠까 봐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미안한 이 마음은 어쩌랴...

오늘은 한국장을 봐야 한다는 핑계로 에드먼튼을 향하는 중이다. 혼자서 운전하는 2시간이 싫지만은 않다. 조용히 <오두막> 소설을 들으며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아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나도 언젠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인성을 가진 하나님, 예수님을 만날 수 있을까?

오늘하루, 나의 삶 속에 하나님은 어떻게 존재하시며 어떤 방법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오실까?


'장인어른과 배짱이팀'은 분명 이곳에 들려서 아이스카푸치노를 주문했을 것이다. 난 커피대신 잠시 차를 세우고 일출을 감상했다. 아름다운 하루의 시작이다.

에드먼튼으로 가는 하이웨이




큰아이 기숙사와 한국 마트를 왔다 갔다 하느라 진짜로 공사일을 하나도 돕지 못했다. 아빠는 어느새 타일 작업 마무리를 하고 계셨고, 신랑은 창고 마감처리 중이었다. 둘 다 얼마나 힘든 작업을 하고 있는지 부연설명 필요 없이 뒷모습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마스크도 안 끼고 옴팡 먼지를 다 먹고 있다니! 아무리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해도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분명히 꼭 착용하라고 눈에 띄는 곳에 꺼내놓은 마스크를 왜 남자들만 발견하지 못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래서 아빠가 나보고 오지 말라고 하셨나 보다.

나의 잔소리를 "공사끝"이라는 말로 입막음 하신다.


"걱정 마! 다 끝났어! 이제 정말 공사 끝이야!"

두 분은 계속 공사가 다 끝났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아직도 갈길이 먼 것처럼 느껴져서 큰일이다.

부엌 타일공사



산타베이비! 딸아이가 할아버지에게 멋진 선물을 드렸다. 우리도 감히 입어보지 못했던 파나고니아 옷을 선물로 준비한 것이다. 파나고니아에서 일하는 친구덕에 엄청난 할인을 받았다며 할아버지 선물을 준비했다. 안 그래도 따뜻한 옷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딸아이의 세심함에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고 고마웠다. 아버님께도 선물을 해드리고 싶은데... 바지도 신발도, 따뜻한 겨울잠바도. 결혼 후 바로 캐나다로 이민을 온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는 아버님의 취향도, 사이즈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피곤한 하루를 마감하고 드디어 휴식시간이 되었다. 얼마나 고된 하루였는지 아빠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까지 내가 운전을 해야겠다. 아빠에게 절대 운전대를 뺏기지 않으리!

아빠가 이 모든 공사 일정들을 젊은 사위보다도 더 잘 소화하시는 모습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하지만 무리한 일정 속에 병이라도 나지 않으실지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번주 공사는 여기서 끝.

자. 이제 집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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