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살, 연속 창업가. 세 번째 회사가 시리즈 B 투자를 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의 사주는 탁월했다. 갑목일간(甲木日干)에 상관생재(傷官生財), 전형적인 창업가의 명조였다.
"선생님, 이상한 일이 반복됩니다. 회사가 잘 되려고 하면 제가 무언가를 망쳐요."
실제로 그의 패턴은 기묘했다. 첫 번째 회사는 매각 직전에 투자자와 싸워서 망했다. 두 번째 회사는 IPO를 앞두고 갑자기 매각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조짐이 보였다.
"당신의 사주는 성공할 운명입니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것을 막고 있네요. 아버지가 사업을 하셨나요?"
그의 얼굴이 굳었다.
"아버지는... 재벌 2세였어요. 하지만 사업 실패로 모든 것을 잃고 자살하셨죠. 제가 열 살 때."
그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그는 성공을 향해 달리다가, 아버지의 그림자를 만나면 멈춰 섰던 것이다. 무의식 속에서 성공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성공하면 죽는다는 무의식적 등식이 있네요."
"그럴 리가... 전 아버지와 다릅니다."
"의식적으로는 그렇죠. 하지만 무의식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우리는 6개월간 정기 상담을 했다. 사주의 상관(傷官) 에너지가 창의성이 아닌 자기 파괴로 향하는 이유를 탐색했다. 그것은 아버지를 따라가려는 무의식적 충성심이었다.
"아버지를 배신하는 것 같아요. 제가 성공하면."
그는 처음으로 억눌렀던 감정을 토해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분노, 죄책감.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아버지의 실패를 반복함으로써 아버지와 연결되려 했다는 것을.
상담 후 그는 변했다. 처음으로 회사를 끝까지 키웠고, 2년 후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이제 성공이 죽음이 아니라는 걸 압니다."
2020년 봄, 한 여성이 찾아왔다.
마흔세 살, 의사. 그녀의 사주는 관인상생(官印相生)의 귀격이었다. 커리어는 완벽했지만, 연애는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왜 저는 사랑을 못 할까요? 사주에 문제가 있나요?"
그녀의 사주에는 정관(正官)이 있었다. 남편운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녀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도망쳤다.
"좋아하는 감정이 들면 어떤 기분인가요?"
"무서워요.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깊이 들어가보니, 그녀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평생 구타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린 그녀는 매일 밤 어머니의 비명을 들으며 자랐다.
"사랑은 폭력이라고 배운 거네요."
"아니에요! 전 절대 그런 남자를 만나지 않아요."
"그래서 아예 만나지 않는 거죠. 사랑 자체를 차단하는 것으로."
그녀의 정관(正官)은 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무의식의 트라우마가 그것을 봉인한 것이다.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그녀는 어머니와 동일시되어 있었다. 사랑하면 어머니처럼 될 것이라는 두려움.
"제 사주의 정관이 아버지 같은 남자를 의미하나요?"
"아니요. 정관은 당신에게 맞는 배우자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무의식이 그것을 아버지로 해석하고 있어요."
1년간의 상담 끝에 그녀는 처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상대는 그녀의 트라우마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심리학과 교수였다.
"이제 모든 남자가 아버지는 아니라는 걸 알아요."
2018년, 쌍둥이 형제가 함께 찾아왔다.
스물일곱 살. 일란성 쌍둥이라 사주가 완전히 같았다. 그런데 형은 대기업 입사, 동생은 백수 3년 차였다.
"왜 저만 이럴까요? 형과 같은 사주인데."
동생의 눈에는 깊은 열등감이 서려 있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형이 먼저 태어나기 위해 동생을 밀쳤고, 그 과정에서 동생이 탯줄이 목에 감겨 가사 상태로 태어났다는 것.
"의학적으로는 완전히 회복했다고 하는데..."
"몸은 회복했지만 무의식은 기억합니다."
동생의 무의식에는 '형에게 밀려났다'는 원초적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래서 모든 경쟁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형에게 양보했다. 같은 사주지만 다른 무의식이 다른 인생을 만든 것이다.
"형을 이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태어날 때의 기억이 반복되는 거죠. 경쟁하면 죽을 뻔한다는."
형도 자신의 죄책감을 고백했다.
"동생이 잘 되길 바라면서도, 제가 앞서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두 사람 모두 같은 사건의 다른 그림자를 안고 있었다. 사주는 같지만 무의식의 각본이 달랐다.
6개월간 형제가 함께 상담받았다. 서로의 무의식을 이해하고, 출생 트라우마를 재해석했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우연한 사건이었다는 것을.
이후 동생도 취업에 성공했고, 형제는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가 되었다.
2021년, 한 재벌 3세가 찾아왔다.
서른다섯 살, 그룹 계열사 대표. 사주는 재성(財星)이 과다했다. 돈이 넘쳐나는 사주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그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돈이 저를 죽이고 있어요."
그는 이상한 증상을 보였다. 돈을 쓸 때마다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렸고, 동시에 돈을 버릴 수도 없었다. 기부를 하려고 하면 공황발작이 왔다.
"할아버지가 맨손으로 이룬 부(富)인데..."
그의 할아버지는 전설적인 창업주였다. 전쟁 고아 출신으로 극도로 가난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대기업을 일궜다. 그리고 손자에게 늘 말했다.
"이 돈은 피와 땀이다. 한 푼도 허투루 쓰지 마라."
손자의 무의식에는 할아버지가 살아 있었다. 돈을 쓰면 할아버지를 배신하는 것이고, 버리면 할아버지를 죽이는 것이었다.
"당신 사주의 과다한 재성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가 됐네요."
"재성을 설하려면 식상이 필요하다고 하셨죠?"
"네, 하지만 당신의 경우 식상(창의성)이 할아버지의 그림자에 억압되어 있어요."
그는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가 손자에게 전이된 것. 3대째 이어진 돈에 대한 강박.
"할아버지는 가난이 무서워서 돈을 모았고, 저는 할아버지가 무서워서 돈을 못 써요."
1년간의 상담 끝에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고, 청년 창업을 지원했다. 할아버지를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라고 재해석했다.
2020년 여름, 서른여섯 살 주부가 찾아왔다.
두 아이의 엄마. 사주에는 식상(食傷)이 강했다. 모성애가 강한 사주다. 그런데 그녀는 아이들을 보면 도망치고 싶다고 했다.
"저는 엄마 자격이 없어요. 아이들이 불쌍해요."
자세히 들어보니, 그녀는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이들을 거부하고 있었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어떠셨나요?"
"어머니는... 저를 낳고 싶지 않았대요. 할머니가 강요해서 낳았다고."
그녀의 무의식에는 '원치 않는 아이'라는 각인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의식적으로는 좋은 엄마가 되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엄마가 되기를 거부하는.
"당신 사주의 강한 식상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거네요."
"맞아요. 모성애가 강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제가 괴물 같아요."
그녀의 경우, 사주가 요구하는 역할과 무의식의 저항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그녀는 어머니의 거부를 내면화하여 자신의 아이들에게 투사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당신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도 그 상황을 거부한 거예요."
"무슨 말씀이신지..."
"할머니의 강요, 사회적 압력. 어머니도 피해자였어요."
이 재해석은 그녀에게 전환점이 되었다. 어머니를 이해하면서 자신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완벽한 엄마가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면 된다는 것을.
2019년 겨울, 열여섯 살 소년이 부모와 함께 왔다.
IQ 168, 영재학교 출신. 그의 사주는 문창귀인(文昌貴人)과 학당귀인(學堂貴人)이 가득했다. 천재의 사주였다. 하지만 그는 1년째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고 있었다.
"공부가 무의미해요. 전 천재가 아니에요."
부모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모든 것이 완벽한데 왜 포기하는지.
단독 상담에서 소년이 털어놓은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다섯 살 때부터 천재라고 불렸어요. 그런데 열 살 때 깨달았죠. 진짜 천재는 따로 있다는 걸. 전 그냥 조금 똑똑한 범인이에요."
그의 무의식에는 '가짜 천재'라는 낙인이 있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그를 마비시켰다.
"당신 사주의 문창, 학당은 학문의 재능이지 천재성은 아니에요."
"부모님은 제가 노벨상을 받길 원해요."
"그건 부모님의 욕망이지 당신의 운명이 아니에요."
소년의 경우, 사주의 재능이 과대 해석되어 짐이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그는 실패를 통해 '천재'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려 했다.
6개월간의 상담 끝에 소년은 학교로 돌아갔다. 하지만 목표가 바뀌었다. 노벨상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찾기로.
"이제 천재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2021년 가을, 마흔다섯 살 중년 남성이 찾아왔다.
그의 사주에는 강한 칠살(七殺)이 있었다. 권위에 대한 도전정신이 강한 사주다. 실제로 그는 거대 기업과 맞서 싸우는 시민운동가였다. 하지만 최근 극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제가 죽인 것 같아요."
그의 아버지는 독재적인 가장이었다. 아들은 평생 아버지와 싸웠고, 심지어 10년간 연을 끊고 지냈다. 아버지가 암으로 죽기 전까지.
"마지막에 화해하셨나요?"
"아니요. 끝까지 싸웠어요. 그리고 그 다음 날 돌아가셨죠."
그의 무의식에는 '아버지 살해'의 환상이 있었다. 프로이트가 말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극단적 형태. 칠살의 에너지가 실제로 아버지를 죽인 것처럼 느껴졌다.
"당신이 죽인 게 아니에요. 암이 죽인 거죠."
"하지만 제가 스트레스를 줘서..."
"칠살은 권위에 도전하는 에너지지, 살인의 에너지가 아니에요."
깊이 들어가보니, 그의 죄책감 뒤에는 깊은 사랑이 있었다. 아버지를 사랑했기에 싸웠고, 인정받고 싶었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끝내 화해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다.
"이제라도 아버지와 화해하세요. 마음속에서."
그는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가 처음으로 울었다. 그리고 편지를 썼다. 살아서 하지 못한 말들을.
"아버지도 저를 사랑했다는 걸 이제 알아요."
2020년 가을, 스물다섯 살 여성이 찾아왔다.
그녀의 사주는 양적 기운이 강했다. 여성으로서는 드문 양날(陽刃)격. 그녀는 어릴 때부터 남자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저는 잘못 태어난 것 같아요. 트랜스젠더일까요?"
하지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들을 간절히 원했고, 딸만 셋을 낳은 후 크게 실망했다는 것.
"아버지는 저를 아들처럼 키우셨어요. 그게 좋았어요."
그녀의 무의식에는 '아들이어야 사랑받는다'는 등식이 있었다. 양날의 강한 에너지가 젠더 정체성의 혼란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한 전략이었다.
"당신은 남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은 거예요."
"그럼 제 양날은 뭐죠?"
"리더십, 추진력, 도전정신. 꼭 남성성일 필요는 없어요."
그녀는 자신의 양적 에너지를 다르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여성 CEO, 여성 리더로서의 가능성을 보기 시작했다.
"여자로서도 강할 수 있다는 걸 이제 알아요."
2019년 여름, 한의사가 찾아왔다.
마흔 살, 유명한 한의원 원장. 사주에는 인성(印星)이 강했다. 치료자의 사주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매일 자가진단을 해요. 온몸을 만져보고, 검사하고... 미칠 것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의사가 질병공포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매년 수십 번의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정상이었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나요?"
"네... 제가 의대생일 때. 제가 발견했어요. 너무 늦게."
그의 무의식에는 '의사로서 실패했다'는 죄책감이 있었다. 어머니를 구하지 못한 것이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인성(어머니)이 강한 사주인데,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이 병리적 불안으로 변했다.
"당신은 모든 환자에게서 어머니를 보고 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치료하는데..."
"그리고 자신에게서도 어머니를 봅니다. 그래서 암을 찾는 거고요."
그는 처음으로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했다. 의사가 되기 전의 아들로서. 그리고 깨달았다. 모든 병을 고칠 수는 없다는 것을.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이제 저도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요."
2021년 봄, 서른 살 신부(新婦)가 찾아왔다.
결혼을 두 달 앞두고 있었다. 사주에는 정관정인(正官正印)이 아름답게 배치되어 있었다. 완벽한 결혼운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갑자기 모든 것을 취소하고 싶다고 했다.
"이상해요. 완벽한 사람인데 갑자기 혐오감이 들어요."
이것이 세 번째 파혼이었다. 매번 결혼 직전에 상대가 싫어졌다.
"부모님의 결혼생활은 어떠셨나요?"
"지옥이었어요. 매일 싸우고, 외도하고... 그래도 이혼은 안 했죠."
그녀의 무의식에는 '결혼은 지옥의 시작'이라는 각본이 있었다. 정관정인의 좋은 운이 와도, 무의식은 그것을 위험신호로 읽었다.
"결혼이 가까워질수록 부모님의 결혼이 떠오르는 거죠."
"그럼 전 평생 결혼 못 하나요?"
"부모의 결혼과 당신의 결혼은 다릅니다. 그 차이를 구분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6개월의 상담 후, 그녀는 약혼자와 함께 커플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자신의 무의식적 패턴을 상대에게도 설명하고, 함께 극복하기로 했다.
"이제 결혼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걸 알아요."
2018년 겨울, 오십대 무당이 찾아왔다.
그녀의 사주는 편인(偏印)과 편관(偏官)이 강했다. 영적 능력의 사주였다. 실제로 유명한 무당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상한 일이 반복되었다. 그녀가 굿을 한 사람들이 연이어 죽었다.
"내가 죽음을 부르는 것 같아요. 무당을 그만둬야 할까요?"
객관적으로 보면 우연이었다. 대부분 중병 환자였고, 굿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무의식은 다르게 해석했다.
"어머니도 무당이셨나요?"
"네. 그런데 미쳤어요. 신병(神病)으로."
그녀의 무의식에는 '무당이 되면 미친다'는 공포가 있었다. 그래서 신(神)을 모시면서도 두려워했고, 그 두려움이 부정적 에너지가 되어 환자들에게 전달된 것 같았다.
"당신의 편인,편관은 영적 능력이지만, 두려움과 섞이면 독이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하죠?"
"어머니와 당신은 다른 사람입니다. 같은 운명이 아니에요."
그녀는 어머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무당이면서도 건강한 경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웠다. 신을 섬기되 잡아먹히지 않는 법을.
"이제 신이 아니라 사람을 돕는다고 생각해요."
2020년 초, 열네 살 소녀가 엄마와 함께 왔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사주를 보니 비겁(比劫)이 약하고 관살(官殺)이 강했다. 또래 관계가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엄마의 이야기였다.
"저도 왕따였어요. 그래서 아이가 더 안쓰러워요."
엄마와 딸, 둘 다 왕따 경험. 사주도 비슷했다. 유전인가, 운명인가?
딸과 단독 상담을 하면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엄마가 늘 말해요. 조심해라, 튀지 마라, 친구들 눈치 봐라..."
엄마의 불안이 딸에게 전염된 것이었다. 딸은 왕따를 당하기 전부터 왕따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 불안한 에너지가 실제로 왕따를 불러온 것처럼 보였다.
"엄마의 상처가 당신에게 옮겨진 거예요."
"그럼 저도 제 딸에게 물려줄까요?"
"의식하면 끊을 수 있어요. 대물림은 운명이 아니라 무의식이에요."
모녀가 함께 상담받기 시작했다. 엄마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딸은 엄마의 불안에서 분리되는 법을 배웠다.
"이제 엄마의 과거가 제 미래는 아니라는 걸 알아요."
2019년 가을, 한 스님이 찾아왔다.
속세에서는 대기업 임원이었다. 사주는 재성(財星)이 왕성했다. 그런데 출가했다. 모든 재산을 버리고.
"돈이 더러워요. 가진 게 죄 같아요."
그의 아버지는 고리대금업자였다. 사람들의 피눈물로 부를 쌓았다. 아들은 그것을 보고 자랐다.
"아버지를 증오하셨나요?"
"아니요, 사랑했어요. 그래서 더 괴로웠죠."
사랑하는 아버지가 악인이라는 모순. 그의 무의식은 타협점을 찾았다. 돈을 버는 능력은 가지되, 그것을 포기함으로써 아버지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
"출가는 아버지로부터의 도피였네요."
"그럼 속세로 돌아가야 하나요?"
"아니요. 하지만 돈 자체가 악은 아니라는 걸 아셔야 해요."
그는 절에서도 재정 담당을 맡게 되었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접근했다. 돈을 선하게 쓰는 법을 배우면서, 아버지를 용서하기 시작했다.
"아버지도 그 시대의 희생자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상담실에서 만난 수많은 그림자들.
그것들은 사주 뒤에 숨어 있었다. 때로는 사주를 왜곡시키고, 때로는 증폭시키고, 때로는 정반대로 작동시켰다.
사주명리학은 의식의 구조를 보여준다. 하지만 무의식의 그림자는 보지 못한다. 정신분석은 그 그림자를 드러낸다. 사주가 설명하지 못하는 이상한 현상들, 모순들, 고통들의 원인을.
융이 말했다. "그림자를 의식화하지 못하면, 그것은 운명이 되어 당신에게 돌아온다."
사주팔자도 마찬가지다. 무의식의 그림자를 인식하지 못하면, 사주는 운명이 되어 우리를 지배한다. 하지만 그림자를 의식화하면, 사주는 가능성이 되어 우리에게 선택권을 준다.
이것이 내가 상담 현장에서 배운 것이다.
운명을 바꾸는 것은 사주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사주 뒤에 숨은 무의식의 그림자와 화해하는 것이다. 그림자를 적이 아닌 동반자로 만들 때, 비로소 우리는 사주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림자는 어둠이 아니다. 아직 빛을 받지 못한 또 다른 나다.
그것을 찾아내고, 이해하고, 통합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운명 상담의 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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