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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블 May 29. 2024

은은한 향이어도 괜찮아_귤차 (1)


‘이번에 올린 콘텐츠 대박인 거 같아..! 사람들 반응이 내 생각보다 좋았어..!’

‘아... 부럽다... 난 이번에 올린 콘텐츠 괜찮을 줄 알았는데 반응이 영~~ 시원찮더라고..’

‘너 저번에 그거 한다고 몇 주 동안 기획하지 않았어?’

‘맞아.. 진짜 그거 하느라 머리 빠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반응이 별로일 줄이야.. 너무 실망이야..’

‘저희 이번에 공동 출연 영상 한번 찍어보실래요? 어떻게 생각해요들?’

‘주제는 뭐로 하려고 생각 중이신데요?’

‘아아아아악!!!!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뭐죠?? 생각하기 너무 힘들어요.~~~!!’     


 네일 아트해서 반짝 거리는 비즈가 가득한 손가락이 쓱 쓱 카톡방 스크롤을 내리며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다들 콘텐츠 만드느라 고생하고 있구나. 하아.. 나도 이번에 올린 콘텐츠 반응이 별로라서 고민 중인데...

 

 이곳은 유튜브, 틱톡커, 그리고 인스타 하는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본인들이 제작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활동하고자 만들어진 카톡방이다. 각자 본인들이 올린 콘텐츠들이 어땠는지 얘기도 하고 좋은 제작 소스가 있으면 조언도 해준다.


 나는 보통 새로운 카페를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가끔 여행지도 추천해 준다. 비율로 따지자면 7 : 3 비율로 카페 방문 콘텐츠 비율이 훨씬 높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으면서 괜찮은 곳을 소개해주고 싶은데... 그런 카페 찾기가 요즘 쉽지 않다...      


 하아... 나는 깊게 한숨을 쉬고 이번에 올린 콘텐츠에 달린 댓글들을 확인했다.    

  

‘항상 추천해 주시는 카페 너무 좋았는데... 이번에 올린 카페는 좀 별로네요..’

‘아...! 나 이 카페 아는데!!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 않나?’

‘예전에 신선한 카페 많았는데.... 요즘 올리시는 카페는 뭔가 이미 알려져 있는 곳이 많은 듯한 느낌..?’     


“하아.....”     


 요즘 올린 카페들이 별로 평이 좋지 못하다. 한숨을 쉬고 있는 도중 갑자기 폰이 울렸다. 띠링! 카토오옥이 왔어요~~! 나는 옆에 놓여있는 폰을 들어 카톡을 확인했다. 미리 보기로 내용을 확인하는 데 내 친구한테서 연락이 온 거다.      


‘야아아아아~~ 요즘 어떻게 지내냐아아아~~ 살아있는 거 맞아? 나랑 좀 만나줘! 너무 우리 못 만난 거 아니냐?’     


 나는 가만히 폰 보면서 앉아 있다가 의자를 뒤로 밀고 일어났다. 그래... 이렇게 가만히 집에 있어봤자 뭐 하냐 밖에 나가서 바람이나 좀 쐬자.


 의자에서 일어나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옷들이 걸려있는 옷 방이었다. 각자 트렌드에 맞춰서 옷들이 줄지어 있다. 계절에 따라 옷 구역이 나눠져 있는 것은 당연하고 유행에 맞춰 또 줄 지어 나눠져 있다. 나는 인기 있거나 신상이 아니면 내 몸에 걸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유행이 지나거나 헤지면 전부 버려 버린다. 오늘 나가면서 입을 코디는 가장 최근에 산 옷으로 골랐다. 크롭티 탱크톱이랑 짧은 스커트로. 그리고 좀 쌀쌀해진 날씨에 맞춰 가볍게 걸칠만한 옷을 하나 챙겼다.


 옷을 챙겨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는 분홍머리의 여자가 한 명 비쳤다. 시선을 옮겨 손을 보았는데 손에는 여러 가지 비즈가 있었다. 화려한 매니큐어로 네일 아트가 되어 있었고 색상도 굉장히 화려했다.

 옆의 책상 서랍을 열어 서랍 속에 있는 귀걸이와 피어싱들을 확인했다. 이번 패션에는 피어싱이 어울릴 것 같은데... 검은색 작은 비즈가 붙어있는 피어싱을 선택했다.


 톡..! 톡..! 카톡 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만나자. 어디서 만날래?’     

“그래서 요즘 네가 올리는 콘텐츠가 인기가 없다고?”

“아니~~ 인기가 없는 게 아니라 예전보다 반응이 별로 안 좋다는 거지..!! 인기가 없는 게 아니라~~!! 인기는 계속 있다고!!!!”     


 음료에 있는 얼음을 빨대로 팍팍 내려치면서 얘기했다. 친구에게 요즘 내가 하고 있는 SNS 활동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다고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뭐 사람들이 좋아할 수도 있고 안 좋아할 수도 있는 거지..!! 그런 걸로 하나하나 일희일비하지 말거라 나의 친구여..!”

“하아... 나도 하나하나 일희일비 안 하고 싶은데 말이죠.~~~!”     


 폰을 하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아! 이러면서 폰을 내려놓고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최근에 들은 카페가 있는 데 그러면 한번 거기 가볼래?”

“어떤 곳인데?”

“나도 잘 모르는 데 힐링 카페인 거 같아. 숲 한가운데 있대. 나도 누구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건데 잘 알려지지 않은 거 같아. 한번 여기 가봐! 내가 주소 알려줄게! 서울에서 좀 떨어진 곳 같은 데 괜찮겠어?”     


 서울에서 좀 떨어져 있더라... 지금 내가 거리를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일단 서울에서 떨어져 있고 숲 한가운데면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을까?


“링크 한번 보내 봐 봐.”     




 아침에 일어나 유튜브 댓글 볼 때부터 기분이 안 좋았는데 오늘 일진 한번 더럽게 안 좋네.... 여기까지 오는 데 굉장히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버스를 바로 앞에서 놓쳐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서 탔고 네일 아트는 어디서 이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는 데 긁혀서 뜯겨나갔다. 그리고 길을 헤매면서 다니다가 실수로 발목을 접 질러서 지금도 걸어 다닐 때마다 아프다. 오전부터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 덕분에 옷과 신발이 더러워졌다.      

“아... 진짜 화나네...”    

 

 일단 버스에서 내리긴 했는데, 도착하기 전부터 안 좋은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게... 안 좋은 예감이 든다. 이번에 올린 카페가 좋은 콘텐츠가 못 될 것 같은 느낌이...    

   

“하아....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여기서 짜증 내지 말고 가보자..!”

    

 지도 앱을 켜 실시간 위치를 확인해 길을 찾았다. 다행히 엄청 덥던 여름도 지나 가을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지 걷는 데 많이 덥지 않았다. 성격이 급해 평상시에 빨리 걸어 다니는 편이라 날씨가 더우면 바로 땀이 났는데, 지금은 괜찮았다. 빠르게 마을을 가로질러 가다 보니 저 멀리 숲이 보였다. 숲에 올라가기 전에 발걸음을 멈췄다.     


“어쩌면... 여기 오기 전에 먼저 신발이 좀 더러워진 게 나은 것 일지도....”    

 

 숲길은 위로 길게 펼쳐져 있었는데 올라가는 데 꽤나 고생할 것 같이 생겼다. 여기는 확실히 사람들이 오기 귀찮아서라도 잘 안 오겠다.      


“이번 콘텐츠에는 적어도 사람들이 가본 곳이라고는 안 하겠네.”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마을에서처럼 여기서도 발걸음을 빠르게 옮겨 숲을 올라갔다. 숨이 차고 힘들었지만, 느리게 올라가기엔 답답했다.     

 

“헉... 헉.... 너무.. 힘들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을 때쯤 나무 덩굴 사이로 집이 보였다.

      

“하아... 드디어 도착했네..”    

 

 나는 덩굴 사이를 나와 멈춰서 숨을 몰아쉬었다. 요즘 너무 운동을 게을리했나.. 숨 쉬기 힘들 만큼 숨이 너무 찬다.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지.. 기초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자아... 그러면... 나는 고개를 들어 앞의 카페를 확인하고 바로 문으로 돌진했다. 문을 열자 문에 달린 종에서 딸랑하고 소리가 났다.     

“안녕하세요~!”


 나는 문을 열면서 인사를 했다. 카페는 굉장히 이색적이고 식물들이 많은 게 사진을 찍어 업로드하면 예쁘게 나올 것 같이 생겼다. 오~ 생각보다 친구가 추천해 준 카페가 괜찮은 곳일 지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카페의 사진을 더 예쁘게 나오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사진을 연발로 찍어댔다.  

   

“어서 오세요~!”  

   

부엌에서 여주인이 나오면서 얘기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자리는 어디로 앉으시고 싶으세요? 여기 자리는 어떠신가요?”     


 여주인이 가리킨 자리는 바 형태로 여주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소 같아 보였다.    

  

“아! 네. 너무 좋습니다.”

“주문을 저기 붙어있는 메뉴를 보고 고르시면 됩니다.”     


 고개를 들어 여주인이 가리킨 곳을 보았다. 거기엔 메뉴판이 붙어 있었는데 여러 가지 메뉴가 있었다. 메뉴를 하나하나씩 보던 중 제일 아래에 특이한 것을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쓰여 있는 여사장의 선택이라는 건 뭔가요?”

 “아..! 그거요! 그건 무슨 메뉴를 먹을지 고민하는 손님을 위해 제가 메뉴를 선택해 드리는 겁니다. 아니면 그 손님에게 어울리실 거 같은 메뉴를 제가 골라서 드립니다.”

 “어울릴 거 같은 메뉴를요?”

 “넷!”     


 여주인은 온화한 얼굴로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저게 무슨 뜻일까 하며 여주인의 얼굴을 쳐다보았지만, 직접으로 겪어보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질문하는 대신 대답을 하였다.

    

 “그러면 저는 여사장의 선택으로 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손님을 위해 선택해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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