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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블 May 15. 2024

잊어버린 나를 찾는 추억의 초코라떼_1

나 자신을 잊어버렸을 때....

 

 “여기인가…? 동료가 말한 힐링 카페가 있는 장소가?”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마을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다급하게 주머니 속으로 손을 쑤셔 넣어 구겨져 있는 담뱃갑을 찾았다. 2시간 동안 담배를 못 피웠더니 미쳐버릴 거 같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대중교통이 아니라 차를 운전해서 오는 건데…. 최근 담배를 이렇게 오래 참았을 때가 언제였더라….’      


 담배를 오래 참았던 때가 기억나질 않는다. 다짜고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한 모금 빨아들이자, 심신의 안정이 느껴진다.     


 “바로~~ 이거지!! 하아.. 이제야 살아있는 것 같네…!! 그나저나….”  

    

 입에 담배를 문 채로 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확인했다.     


 ‘하…. 오기 정말 귀찮았는데…. 괜히 직장 동료랑 서로 소원 들어주기 내기를 해가 지고…. 짜식.. 나는 내가 이기면 손가락 망치 5대 정도로 하려고 했는데…. 돌아가기만 해봐라 가만히 두지 않겠어.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그 카페로 가볼까. 위치 확인을….’

 “아! 아저씨 담배 냄새나요!!!”     


 길 가던 아이가 소리 지르면서 얘기했다. 나는 놀라서 미…. 미안하다. 대답하고 황급히 담배를 껐다. 그리고 아이를 다시 쳐다보려고 했을 때….     


 “근데 아저씨는 왜 이렇게 셔츠를 다 구겨서 입으세요? 우리 집 아버지는 항상 단정하게 입으시는데.”

 “….”      


 ‘내가 옷을 어떻게 입든 네가 무슨 상관이냐…. 요 녀석아….’      


 완전 얄미운 녀석이다. 눈을 흘겨 아이를 쳐다보다가 문득 이 아이에게 길을 물어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꼬마야, 여기 혹시 숲 카페라는 곳이 어디 있는지 아니?”

 “꼬마 아닌데요? 저 13살이나 돼요…! 꼬마라고 불릴 나이는 지났다고요!”    

 

 나는 그 말에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이의 손에는 새총이 들려져 있었는데, 새총을 쥐고 뛰어다니는 모습이 영락없는 꼬마 아닌가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그래. 알았다’라고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따지듯이 얘기해 봤자 좋을 건 없어 보이니까….      


 “저기 보시면 편백나무들이 엄청 많이 있는 숲이 보이실 거예요. 그쪽으로 가시면 돼요.”

 “그래, 알려줘서 고맙다.”     


 나는 대답을 뒤로 하고 꼬마가 가리킨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숲으로 향하는 길은 너무 덥고 짜증났다. 마을을 가로질러 가는데 아이들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또 같이 들리는 매미 소리는 얼마나 우렁찬지…. 귀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불어오는 바람이라도 좀 시원하면 좋으련만 바람도 너무 덥고 습했다…. 카페로 가는 길의 모든 것이 거슬렸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숲 입구에 도착해있었다.     


 “여기인가….”


 고개를 들어 숲을 바라봤는데 오르막이 길어 보이는 게 올라가기 귀찮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올라가느라 힐링이 안 될 것 같은데…. 일단 여기까지 온 거 발을 떼고 숲 안으로 들어갔다.

     

 “헉…. 헉! 아니…. 무슨 카페를…. 이런 숲 안에다가 지어서.! 사람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냐고…! 헉…. 헉….”     

 

 숨을 헉헉 쉬어대며 오르막길을 걷다 보니 양쪽으로 놓아진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집의 형태가 보였다.   

  

 “여기가 동료가 말한 거기인가?”

    

 동료가 보내준 사진과 같이 확인을 해보니 추천해 준 그 장소가 맞았다. 가까이 더 다가가 확인을 해보니 오두막 주변에 많은 종류의 꽃들이 심겨 있었다. 오두막은 전체적으로 나무 넝쿨로 싸여져 있어서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넝쿨로 얼마나 뒤덮여 있었으면 집 자체가 나무 넝쿨 덩어리 같아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심겨 있는 꽃들과 대비되게 나무집은 지어진 지 오래된 듯 해 보였다. 집 주변에 있는 야외 의자나 테이블 그리고 여러 정원 물건은 전부 거의 새것 같아 보였다. 최근에 들어와서 살게 된 걸까…. 오두막 입구로 향하는 길에는 꽃들이 안내를 해주듯이 심겨 있었고 오두막 뒤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정원이 존재하는 거 같아 보였다.

 카페 입구로 다가가 발을 올리자 오래된 나무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났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에 달린 종이 딸랑하고 소리를 내었다. 카페 창가에는 많은 화분들이 놓여있었고 천장에는 말린꽃들이 알록달록하게 꾸며져 있었다. 식물원이라고 해도 믿을 지경이었다. 테이블은 3개였고 바 형식의 테이블까지 합하면 총 네 개였다. 카페 내부를 찬찬히 살피고 있자니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네~~ 어서 오세요!!! 이리 와서 앉으세요.”     


 카페 여주인은 바 형식의 테이블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앉으라고 권유했다. 여주인은 젊어 보였으며 붉은 기를 띄는 검은 머리와 볼에 약간 주근깨가 있었다.    

 

 “거기 가만히 서 계시지 말고 여기 앉으세요.”    

 

 내가 가만히 서서 여주인을 쳐다보고 있으니 다시 나에게 여기 앉으라고 목소리를 조금 키워서 얘기했다. 나는 “아…! 네!” 하고 그녀가 가리키는 자리에 앉았다. 이 숲에서 여자 혼자 운영하기에 위험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성격을 보니 괜찮겠군 싶었다.

 자리는 부엌 내부가 훤히 내다보이는 자리였는데, 안에는 물건들이 깔끔하게 정돈 되어있었다. 물건들도 딱 필요한 물건들만 있는 것이 여주인의 똑 부러지는 성격이 보였다.     


 “음료는 저기에 있는 메뉴판을 보고 선택하시면 됩니다.”

    

 벽을 살펴보니 나무판자로 된 메뉴판이 달려 있었는데 여러 가지 메뉴들이 있었다.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신기한 메뉴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저기…. 점주의 Pick이라고 쓰여 있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처음 오시는 손님 중에 어떤 메뉴를 골라야 할지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제가 넣은 메뉴입니다. 저 메뉴를 선택해 주시면 제가 손님을 보고 만들어 드리고 싶어지는 것을 만들어 드립니다.”     


 하아.. 어떤 음료를 골라야 하지. 나는 평상시 이런 카페에 자주 오는 사람은 아니다. 아저씨가 이런 카페에 혼자 와 앉아서 뭘 하겠는가….     

 

 “그러면 저는 점주의 Pick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나는 부엌으로 돌아선 여주인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옮겨진 시선은 부엌 내부로 향했는데, 내부 안에는 여주인이 사용하는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커피는 원두를 직접 갈아서 쓰는 것으로 보였고, 청들도 손수 직접 담근 것으로 보였다. 음료를 만들 때 그냥 사서 쓰거나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담아 하나씩 직접 만드는 것 같았다. 그 옆을 보니 말린꽃들이 보였는데 여기서 꽃차도 직접 만드나 보다.     

 이것저것 내부를 하나씩 살펴보며 있다 보니 시간이 지나 음료를 다 만드신 것 같아 보였다. 부엌 안에서 진한 초콜릿의 향이 났다. 곧 있으면 나오는 건가? 나는 나오는 음료가 뭘 지 궁금해 더 잘 살펴보기 위해 고개를 빼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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