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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블 May 08. 2024

어서오세요 숲카페에_2

 아이들 뒤통수를 향해 목소리가 들려왔고 깜짝 놀란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도망치기 위해 빠르게 뒷걸음질을 치려고 했지만, 뒤는 벽으로 막혀있었다. 아이들은 도망치지 못하고 그대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올려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는 한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뭘 하려고 창문을 통해 기웃거리는 거야?”     


 그 말을 하는 여성은 조금 전까지 정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정원용 부츠를 신고 있었고 거기에는 흙이 잔뜩 묻어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꽃들이 한 아름 안겨있었다. 위에는 정원용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모자 아래에는 땋은 황갈색 머리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햇빛을 받은 머리는 약간 붉은색 같기도… 주황색 같기도 했다.     


“아아악~~~!!! 마녀다~~~!!!”

“갑자기 처들어와서 죄송해요. 제발 저희를 잡아먹지 말아 주세요…! 운동도 열심히 안 하고 지방 비율도 높아서 맛없을 거 에요…!! 제발 살려주세요!”

“마녀…? 잡아먹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시치미 떼지 마! 이 마녀야! 방금 다 봤다고…!”   

   

두 아이 중 새총을 가져온 친구가 손에 새총을 쥐고 앞에 서서 얘기했다.  

   

“저기 카페 안에 있는 빨간색 물은 뭐야! 사람 잡아서 그 사람 피로 만든 음료 아니야?!”     


 얼마나 긴장하면서 얘기 했는지 손이 부들부들 거리고 새총을 너무 꽉 잡고 얘기해서 손이 하얗게 되어 있었다.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아이는 소리를 질렀다. 아이의 머릿속은 만약 마녀가 한 발짝이라도 움직여서 우리들을 잡으려고 한다면 바로 이 새총으로 맞추고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긴장하며 손을 꼭 쥐고 있었던 그때…!!     

     

“아하하하!!”

“?!!!”     


 젊은 여자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입을 얼마나 크게 벌렸는지 목젖이 다 보일 정도였다. 배를 잡고 앞으로 고꾸라지듯이 고개를 숙이고 끅끅거리면서 웃었다.  

   

“아…. 그러니까 저 음료를 보고 내가 마녀인 줄 알았다는 거지?”

    

 겨우 웃음을 참으면서 눈에 맺힌 눈물을 한 손으로 훔치며 얘기했다.

    

“아니 저거 말고도 당신이 마녀라는 증거는 많이 있어요…!”  

    

 뒤에서 과자 봉지를 손에 들고 부들부들 떨던 친구가 얘기했다. 과자 봉지를 얼마나 심하게 흔들었으면, 안에 있는 과자들이 다 부서지지 않았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흐음~~ 그래? 내 카페에 대해 마을 안에서 어떤 얘기가 돌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너희들이 보고 놀란 저 음료는 사람의 피로 만든 게 아니야. 오미자로 만든 거지.”

“오미자요?”

“그래! 오미자!!!”     

아이들을 보며 젊은 카페 점주는 씨~익 웃어보였다.     

“올라오느라 고생 많았을 텐데 들어와서 한 잔씩 마시고 가지 않을래?”     


 사장은 아이들의 옆을 지나치며 카페 정문의 문을 향해 걸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한잔씩 마시면 더위도 어느 정도 가시고 기분도 좋아질 거야.”    

 

 그리고 손을 뻗어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끼익하며 오래되고 녹슨 철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삐걱대는 나무판자의 소리가 들려오면서 발소리가 점점 오두막의 안으로 사라졌다.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고민하는 거 같아 보였다. 그때 창문을 두들기며 손짓으로 어서 들어오라는 제스쳐가 보였다. 아이들은 고민하다가 일단 들어가 보기로 결심을 한 듯이 보였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과자를 들고 있던 아이가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여주인이 갔던 길을 따라 앞의 현관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서 본 내부는 밖에서 볼 때보다 넓어 보였다. 큰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은 내부를 가득 채운 오두막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천장에는 말린 꽃들이 여기저기 매달려 있었고 벽에도 키우는 식물들이 달려있었다. 손님들이 앉을 수 있게 테이블은 일반 테이블이 2개 있었고, 바 형식의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바 형식의 테이블은 손님들과 카페 사장이 같이 소통 하기 위해 있는 테이블 같아 보였다. 안에 있는 물건들은 대부분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서 와서 한잔씩 해.”     


 그 말과 함께 여주인은 오미자 차 두 잔을 바 테이블에 살짝 내려놓고 아이들 쪽으로 내밀어 주었다.


 오미자 차 위에는 얼음이 동동 떠다녔고 약간의 오미자와 잎으로 장식이 되어있었다. 아이들은 주춤거리며 오미자차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오미자를 각자 한잔씩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 한 모금 쭉 들이켰다. 그 오미자차의 맛은 새콤달콤하고 마음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맛이었다. 갑자기 불안하고 들떴던 마음이 차분해지며 평화로워졌다. 오미자 안에 가득했던 햇빛이 나의 몸속으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 입으로는 시원한 음료를 마셨는데 몸은 따뜻해지는 거 같았다.


  마음에 행복이 가득해지는 것이 이 음료 안에 주문을 넣은 것이 아닐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역시 이 가게 주인은 진짜 마녀인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음료 하나로 몸과 마음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너, 너무 맛있어요…!!”

“정말로요. 진짜 맛있어요!”     


아이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여주인은 작은 소리로 웃으면서 기뻐했다.     


“맛있다니 정말 다행이네. 여름의 더위가 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니?”

“네!!!”     


 아이들은 음료를 누가 뺏어가는 것처럼 급하게 들이켰다. 그에 여주인은 천천히 먹으라고 손짓했다. 그리고 테이블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감사합니다. 진짜 너무 맛있었어요. 혹시… 진짜… 마녀 아니세요?”

“여기 들어오기 전까지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차를 마시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해졌어요. 너무 신기해요….”    

 

 여주인이 후후후 웃으면서 대답했다.     


“마녀는 아니지만 마법은 부릴 수 있는 거 같네. 나는 음료를 만들 때 먹는 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거든. 그래서 손님들이 내가 만든 음료를 먹고 행복을 느끼나 봐.”     


 아이들은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녀가 만든 음료로 인해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말은 이해했다. 아이들은 창문 밖을 바라보며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지나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 저희는 빨리 가봐야겠어요. 엄마한테 혼나겠다!!! 갑자기 죄송합니다.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들어가 봐야 해서요!”

“저도요!!”     


 여주인은 작게 웃으면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아이들은 자리에서 뛰어올라 문으로 뛰어갔고 감사하다며 크게 고개를 숙였디. 열심히 내려가다 이제 거의 마을까지 내려왔을 때 한 아이가 말했다.     


“내 말 맞지?? 마녀라니까!”

“마녀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들어주시는 음료는 너무 신기했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인 것 같아. 나중에 또 시간이 되면 다시 가보고 싶어.”     

“그래! 그때는 또 같이 가자!”

“그래!! 좋아!!”     


 아이들이 돌아간 길 뒤로 편백나무 숲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아이들을 따스하게 이끌어주었던 그 바람의 손길이 언제든 다시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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