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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블 May 06. 2024

어서오세요 숲카페에_1

 


 

 더운 여름날, 위로 길게 뻗은 나무 사이로 맴- 맴- 하는 매미 소리가 들려왔다. 들려오는 그 소리에는 마치 푸른 바람이 들어있는 것처럼 시원했다. 가만히 매미소리를 듣고 있자니 뒤로 아이들의 하교 시간인지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웃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야! 너 그거 들었냐?”

“뭘 말이야?”

“저기 마을 뒤쪽에 편백나무 숲 있잖아. 그 숲의 한중간에 오두막이 있는데 여주인이 혼자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

“아~~ 거기 우리 엄마 말로는 카페라고 하던데?”

“카페? 카페가 뭔데?”

“그 차 같은 거 마시고 대화를 하는 장소라고 하셨어.”     


 그 말을 들은 아이가 흐음... 하는 소리를 내며 미간에 힘을 주었는데, 마치 두 눈썹 사이의 간격을 좁혀주겠다는 생각으로 힘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표정은 마치 셜록홈즈가 세기말의 문제를 마주하여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표정 같았다. 그러더니 한 마디를 입 밖으로 힘겹게 내뱉었다.     


“내 생각에…. 그 여자…. 마녀인 거 같아.”

“마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옆에 있는 친구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아니야. 마녀인 게 분명해. 아니고서 어떻게 마을에 내려오지도 않고 혼자 거기서 살 수 있냐고. 생각해 봐 음식은 다 어디서 구하는 건데! 뭐, 직접 동물 사냥해서 먹을 거야? 산에서 수렵 채집하냐고…. 무슨 구석기, 신석기 시대도 아니고…. 그리고 내가 그 카페에 대해들은 소문이 있어.”

“무슨 소문을 들었는데?”

“거기에 들린 사람들이 변한다는 얘기를 들었어.”

“변한다고? 뭐 어떻게 변했는데?”

     

 말을 하면 할수록 신기한 이야기를 하는 친구 덕분에 앵무새처럼 그의 말을 되풀이하며 따라 하기만을 했다.     

“나도 어떻게 변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다녀오는 사람들이 변한다는 얘기만을 들었어.”    

 

 마지막 말을 끝으로 서로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도 네 말을 듣고 나니까 생각이 난 건데. 햇빛 아래에 서면 머리색이 변한대. 약간 갈색이나 붉은 기를 띄는 그런 색이 된다고 들었어.”

“그래! 마녀가 아니면 어떻게 머리색이 그렇게 변하겠냐고!! 마녀가 분명하다니까!”     


 둘의 표정은 확신에 찬 듯한 모습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럼 어떻게…. 우리 한번 확인해 보러 갈래?”

“지금?? 언제 갈 건데?”

“오늘 다녀오자! 카페 주변만 쓱 살펴보고 바로 돌아오면 되잖아. 일단 집에 가서 가방은 놓고 오자. 신발이랑 옷을 움직이기 편한 옷으로 바꿔 입고. 그래야지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도망치기 쉽겠지.”     

“그래 알았어…! 그럼 있다가 공원에서 만나자.”

“그래! 오키이이~~!”     




 오후 시간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는 공원의 한 중간에는 초등학교 남학생 두 명이 비장하게 서 있었다. 발에서 머리까지 훑고 올라가면서 살펴보니 손에는 각자 신기한 물건이 들려있었다. 한 명의 손에는 새총이 들려있었고, 다른 한 명의 손에는 과자가 들려있었다.

     

“야, 너는 과자는 왜 챙겨왔냐?”

“아! 그 생각해 봐 동화책 같은 데 보면 마녀들이 과자 같은 것들을 좋아하잖아. 그래서 혹시 모르는 일이 생겼을 때 과자를 미끼로 도망치려고 챙겨왔지.”

“그거 마녀들이 과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과자로 마녀가 일반인을 꾀려고 할 때 사용하는 방법 아니야…?”      

잠시 둘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뭐 어찌 되었든, 이제 만났으니까 한번 가보자!”

“그래!!”     


 카페로 향하는 숲길은 초등학생이 감당하기에 벅차 보였다. 가파른 오르막길은 아니었지만 길은 계속 오르막길로 이어져 있었다. 몇 분은 계속 올라가야 하는 것 같았다.


 올라가기 힘들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전혀 지쳐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숲의 풍경에 압도된 것 같아 보였다. 굉장히 푸르고 큰 나무들이 빼곡히 차 있는 모습이란 신비로운 느낌 그 자체였다. 시야가 초록색으로 가득 차서 눈이 시릴 지경이었다.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어 나뭇잎에서 나는 소리는 숲이 아이들이 온 것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 같았다. 아이들은 서로 아무 말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올라갔다. 등 뒤로는 살랑살랑 바람이 아이들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홀린 듯이 천천히 숲 안으로 들어갔다.


 숲 안에는 온갖 소리들이 가득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물이 흐르는 소리,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숲 안에서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았다. 세상에 오직 이 숲과 나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를 감싸주는 부드러운 공기…. 그 공기는 아이들을 부드럽게 보호해 주고 있었다. 카페로 올라가는 길은 평온했고 세상에서 벗어난 거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올라가던 중 나무 사이로 오두막이 하나 보였다. 아이들은 오두막을 보고 너무 놀랐다. 오두막 주변은 여러 가지 꽃들이 심어져있었고, 오두막은 넝쿨로 뒤덮여 있어서 나무 넝쿨 집 같아 보였다. 길바닥은 돌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곳으로 오라고 인도하는 것 같았다. 오두막의 존재 자체가 숲 중간에 열린 다른 차원의 공간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숲이랑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은 아니었고 자연의 일부처럼 잘 어우러졌다. 오두막의 뒤로는 정원이 가꾸어져 있었는데 온갖 채소와 많은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아이들은 오두막 앞에 서서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잘못 행동을 했다가는 마녀에게 들켜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서로 조심히 오두막을 살펴보자고 얘기했다. 아이들은 오두막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다가 빠르게 뛰어 오두막의 큰 창문 밑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큰 창문을 통해 내부를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

“어디로 간 거야?”

“야…! 야, 저기 봐봐 저기!!!”

“뭐…? 뭘 보라고 하는 거야?”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창문 너머 데스크에 있는 유리잔이었는데, 피처럼 보이는 붉은 음료가 가득 담겨있었다.     


“헐!! 저게 뭐야!!!”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내가 말했잖아…! 여기 마녀가 살고 있다니까…!”      


아이들 뒤로 누군가 풀을 헤치고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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