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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블 Jul 03. 2024

이방인 지은과 숲 마을의 이야기

 할머니를 오두막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자니 두 명이 할머니와 같이 왔다. 젊은 여자 한분과 남자 한분이 같이...    

  

 “안녕하세요~~!!! 저는 송이라고 합니다!! 전송이요!!”


 여자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붙임성이 좋게 느껴졌다. 밝고 활발한 성격의 그녀는 귀여운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포니테일도 같이 살랑살랑 움직이는 것이 강아지 꼬리 같아서 귀여웠다.  

    

 “여기는 동현 님이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여자에게서 남자로 옮겨갔다. 어딘가 모르게 무뚝뚝해 보이고 사람을 경계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는 안경 너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정 거리를 유지한 상태로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 사람들에게 일정 거리 이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을 열었다.     


 “영자 할머니한테 말씀 들었습니다. 이 오두막을 새로 고치고 싶다고 하셨다고...”

 “아..! 네 맞습니다. 이곳을 카페로 운영하려고 하는 데 하나씩 고치려고 하니 할 일이 너무 많고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일단 이 일은 하려면 많은 인원이 필요할 거 같군요.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할 거 같아요. 이 문제에 대해 해결해 주실 분들을... 제가 압니다. 일단 연락을 남겨놓도록 하죠. 오늘 당장 하기는 힘들 거 같고.. 내일 다시 모여서 얘기합시다.”

 “아..!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마음은 너무 감사하지만 저는 괜찮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송이님과 동현 님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들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러워 눈을 돌리고 싶었지만 나는 피하지 않았다.      


 “저기요, 세상의 일을 전부 혼자서 해결하고 싶은 건 알겠지만...”   

  

 동현이라는 남자는 비꼬면서 나에게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얘기했다.   

  

 “세상에는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숲은 저희 마을의 일부분입니다. 이 곳에서 무슨 문제가 생겨 나중에 신문에 나오는 귀찮은 상황은 절대 사양이에요.”    

 

 무슨 말을 저렇게 하나 불쾌한 감정이 들었지만, 이 마을에 갑자기 이렇게 살겠다고 들어온 것도 나이고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따지고 싶은 말이 한가득이었고 그의 말투가 굉장히 불쾌했지만...   

  

 “네.... 알겠습니다.”


 갑자기 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큰 목소리로 얘기했다.


 “아니.!! 무슨 말을 그런 식으로 해요!! 좀 더 친절하게 할 수 없어요? 정말.. 항상 말을 하는데도 정말...  고쳐지지도 않고..!!”     


 송이님은 동현 님의 팔을 주먹으로 퍽퍽 치면서 말했다. 그가 이런 식으로 행동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사실을 방금 그 말로 알 수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이 분이 말투가 원래 이러셔가지고.. 나쁘신 분은 아닌데...”

 “아.. 아니요. 괜찮습니다.”     


 본인이 미안해할 필요는 없는데... 특이하신 분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만히 이 상황들을 지켜보던 할머니께서 다가오셨다.   

  

 “이제 어느 정도 다들 정리가 된 건가요? 그러면 숲 아래로 내려가도록 하죠. 점점 해가 지고 있으니.. 날이 어두워지는 것은 순식간이랍니다. 아가씨는 어디 잘 곳이 있나요?”

 “네..! 마을 주변에 숙소를 잡아 놓아서 거기서 잘 생각입니다.”

 “잘 되었네요. 그러면 저희랑 다 같이 내려가도록 하죠.”


 나는 할머니께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표시를 했다. 그리고 다 같이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그 세 명은 서로 그동안 지내면서 있었던 일들 그리고 마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데 이웃 간 서로 사이가 좋구나 싶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정겨운 모습이라니...     


 마을에 거의 다다르자 멀리서부터 불빛이 보였다. 이들과 함께 있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나는 떨어져 따로 있고 싶었다. 잘 알지 못하는 낯선 이들과 오래 붙어있는 것이 불편했다.  

    

 “오늘 여러 가지로 감사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숙소를 찾아 가보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나의 대답에 세 명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나를 쳐다보는 거 같았지만, 나는 그들을 보지 않고 후다닥 피해 내 숙소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아, 오셨어요!! 안 그래도 많이 늦으시는 거 같아 무슨 일 생기신 건가 걱정했어요.”

 “죄송합니다. 여기 마을 주민 분을 소개받아서 얘기하다 보니까 시간이 좀 늦었네요.”

 “오..! 누구를 만나셨는데요?”

 “음... 영자 할머니와 송이라는 분 그리고 동현이라는 분이요.”

 “아..! 이 마을의 해결사 분들을 만나셨군요.”

 “마을의 해결사요?”

 “넷, 하하..! 좀 당황스러우셨을 거 같은데요. 그분들이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사람과 거리가 있어야 편하신 분은 힘드실 수도 있어요.”   

  

 ‘내가 그렇게 느껴지나..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사는 사람으로..’     


 “일단 들어가서 쉬시죠..! 오늘 많이 피곤하셨을 텐데..! 식사는 다 식었을 테니 다시 따뜻하게 데워놓고 있겠습니다. 먼저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으시지요.”

 “아..!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미리 연락을 드릴게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빨리 들어가세요.”     


 이 분은 내가 묵고 있는 숙소의 주인으로 항상 친절히 대해 주시고 배려해 주신다. 나의 사적인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물어보지 않으시고 편안하게 지내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행동과 말에서 느껴진다.     

 

 “그분들은...”

 “네?”

 “마을의 해결사라는 그분들은 보수를 받고 마을을 위해 활동을 하시는 건가요?” 

    

 내 말을 듣더니 아주머니는 눈이 커다래져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아니에요!! 보수라니!! 그런 건 아니고 자체적으로 하는 마을활동이랍니다. 거기엔 사실 이유가 있긴 한데 저희 마을 사정이라서 그런 거까지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일단 식사 부터 하시죠.”


 마을의 사정이라.. 그게 뭘까 궁금했지만 더 이상 아주머니의 자유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나는 들어가 식사하기로 했다.      


 식탁에는 식사가 집 밥 형식으로 차려져 있었고 음식도 따뜻하게 다시 데워져 있었다. 그것을 다 먹고 나는 방으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오늘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내일 아침 다 같이 모여 도와준다라...  갑자기 머리속에서 과거 사람들의 기억이 떠올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푹신 폭신하고 행복했던 이불이 더 이상 포근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하기 싫다.. 오늘은 너무 피곤한 날이었다. 내일 해야 할 일도 있는 데 괜히 과거의 일을 떠올려 밤잠을 설치고 싶지 않았다. 애써 과거의 기억은 묻어버리고 잠들기 위해 뒤척이면서 노력했다.      




 밖으로 나오니 아침에 일찍 일어난 새들의 소리가 너무 듣기 좋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소리와 새소리.. 매일 이런 것들을 보면 행복하겠다.. 어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숲을 올라가고 있다. 그분들이 오기 전에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것이 예의겠지 싶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나온 것이다.     

 

 오두막에 가까이 다다르자 오두막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벌써부터 이렇게..!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많은 인부들이 모여 오두막을 수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나는 그냥 이 마을에 온 이방인일 뿐인데...     


 “아니... 다들 이렇게 아침부터 일찍..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제가 괜히 민폐 끼치는 것 같네요.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괜찮은데...”     


 인부는 나를 보더니 눈을 끔뻑이다가 미소를 지으면서 얘기했다.  

   

 “과연 동현 님이 말씀하신 대로네요.”

 “네?”

 “사람들에게 도움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신다고 귀띔해주셨죠. 도움 받으셔도 괜찮습니다. 불편해하지 마세요.”     


 나의 손은 서로 모아진 상태로 꼼지락 거리는 것이 불편함을 온몸으로 드러내고 있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리고 주변을 바라보았다. 나무를 가지고 와서 손질하시는 분, 페인트 통을 가지고 오신 분 등등 많은 분들이 내가 지낼 오두막을 수리해 주기 위해 오셨다.      


 “오두막은 살펴보니까 외부의 모습이 이래서 그렇지 내부는 많이 손상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금방 고칠 수 있을 거 같아요. 오래 방치되어 있었는데도 잘 유지되어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네요.”

 “그렇.. 네요.”  

   

 생각보다 빨리 고쳐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곳은...”


 나의 말에 작업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인부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서로 도우면서 지내나요?”     


 인부는 내 말을 듣더니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그렇진 않았어요.”     


 그리고 다음 말은 좀 텀을 두고 얘기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말이에요.”     


 “이 마을은... 제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청년들이 마을에 좀 있었죠. 물론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있었죠.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자 다들 돈을 벌기 위해 마을을 빠져나가기 시작했어요. 저도 그 사람들 중 하나이고요. 그나마 이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서 살긴 하지만 그래도 떨어진 도시에서 살아요. 경제적인 부분을... 감당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습니다.”   

  

 옆에서 그의 얼굴을 살짝 보았는데 어두운 그림자가 깔린 것 같아 보였다.     


 “이 마을엔 이제 젊은 사람은 대부분 도시로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아버렸습니다. 평일 근무 시간대가 되면 이 마을에 몇 안 되는 어른들도 일을 하러 가서 아이들만 남는 상황이 되죠. 그러면 그 아이들과 노인들만 이 마을에 남아있게 됩니다. 처음에는 다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러다 그 일이 발생했지요.”   

  

 그 덩치 크고 갈색으로 그을린 피부를 가진 남자는 나를 바라보았다.


 “집안에서 노인이 독고사 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다들 그분이 돌아가신 것에 대해 몰랐습니다. 그분의 자식은 전부 도시로 가버렸고 혼자 남아 집에서 지내고 계셨죠. 또 그분은 사람들과 같이 교류하는 걸 좋아하시는 성격이 아니었어요.”     


 “그분의 시신을 발견한 것은 어린아이였습니다. 집 주변에서 놀던 아이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냄새의 근원을 찾아 돌아다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그때 들려온 얘기론 아이의 커다란 비명소리가 들려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아이에게 다가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따라 들어간 아이들도 소리를 지르고 주변에 어른을 찾아 뛰어다녔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도착했을 때는 방안에 충격에 휩싸여 옴짝달싹 못하는 아이가 떨고 있었죠.”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며 그는 말을 이었다.     


 “그 후로 그분의 사체를 발견한 아이는 큰 충격과 후유증을 겪게 되었습니다. 저희도 그분의 사체를 그렇게 오래 방치해 두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다들 모여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마을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도우며 살아가자고 말이에요.”    

 

 그의 눈빛에는 강한 의지와 지키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저도 자식이 있습니다. 그 아이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저는 감히 상상도 못 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각 나이마다 각자 짊어져야 하는 짐의 크기는 달라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건 우리 어른들이 짊어져야 하는 짐이지 아이들이 짊어져야 하는 짐이 아닙니다. 그건 다른 부모들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서로 돕는 것뿐만 아니라 나서서 이 마을을 지켜줄 사람도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는 그런 분이요. 그게 어제 만나신 그분들입니다. 저희에게는 정말 감사할 따름이지요.”     

이전 09화 안녕하세요, 지은 점장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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