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의 삶은 도시에서 삶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단조롭다.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아니고 하는 일들이 복잡하지 않다.
여기선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계절마다 또는 매일 하루에 해야 하는 일정이 반복적으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봄에는 씨앗을 심어 싹을 틔어야 한다거나 여름에는 많이 쏟아지는 비를 생각해 미리 도랑을 미리 만들어 두면 좋다 등 말이다.
하루 일과의 시작은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카페의 창문들을 다 여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침에 창문을 열 때마다 상쾌한 숲의 공기가 카페 안에 가득 차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카페 운영시간은 아침 11시부터 밤 8시까지로 토요일에도 같은 시간에 카페를 운영한다. 그리고 일요일엔 문을 닫고 쉰다. 항상 같은 루틴으로 일주일을 보낸다.
창문을 열고 이곳의 공기를 들이마시면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공기를 들이쉴 때마다 수많은 나무들이 뱉은 숨들이 내 안에 가득 차는 상상을 해본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느낌... 이 느낌이 나는 너무 좋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소리도 그 소리가 내 귀를 아름답게 채워주는 느낌이 든다. 가끔 눈을 감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를 듣는데 들을 때 그 소리는 바다를 상상하도록 만들어준다.
“쏴아아 아..”
카페의 창문을 다 열고나면 밖으로 나가 정원을 살펴본다. 그간 밤 동안 아무 일 없었는지 다들 잘 지내는지 식물들을 한번씩 둘러본다. 일찍 나오면 식물의 잎사귀에 맺힌 아름다운 이슬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을 보고 있으면 세상의 어떤 보석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식물 하나하나 찬찬히 구경하며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에 감탄을 하다가 꽃잎차를 만들 때 필요한 꽃 앞에 멈춰 선다. 멈춰 서서 그 꽃에게 감사와 사과를 전하고 꽃을 조금 가져가는 것으로 아침 정원 일과를 끝마친다.
처음에 카페를 열 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여기까지 찾아올까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손님이 많이 찾아온다. 사람들 사이에서 힐링 카페라고 소문이 난 거 같은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 숲의 풍경이 사람들을 힐링해주는 게 아닐까...
카페에는 자주 오는 일명 단골손님이 존재한다. 단골손님 중 한 분은 영자 할머니인데, 원래부터 오두막이 있는 이 숲을 좋아하셔 이곳을 자주 산책하신다. 그리고 26살의 송이님과 34살의 윤성님.. 그리고 마지막으론 회사원 4인방이 있다. 할머니와 송이님 그리고 윤성님은 손님인 동시에 마을에서 나와 같이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이다. 이 분들은 나에게 그저 이 카페를 방문해 주는 손님이 아니라 특별한 인연들이다. 그 인연의 시작을 이야기하려면 맨 처음 내가 이곳을 오게 된 것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
원래 나는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라 항상 분주하고 복잡한 일이 가득한 곳에서 살았다. 일도 사람과의 관계도 뭐 하나 복잡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좁은 곳에서 각자 어떻게 해서든 본인의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사는 그 삶이 너무 지겹고 숨이... 막혔다. 직장 생활도 그 숨막히는 모든 상황들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더 이상 그 속에 포함되고 싶지 않아.. 나는 도망치듯 도시를 빠져나왔다. 모든 것이 신물이 나고 싫어져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복잡함과 고민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때 내 마음속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숲으로 가자...’
마음속 이야기를 따라 무작정 내가 아는 숲의 오두막을 찾아 뛰어왔다. 이곳은 친할머니께서 사셨던 곳인데, 지금은 돌아가시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곳이 되었다. 기존 서로 친척끼리 왕래가 자주 있었던 편은 아니었으므로 사실 할머니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솔직히 버려진 거나 마찬가지인 이 집에 아무도 관심 없었다.
과거에 직장을 다니면서 카페 음료 만드는 걸 취미로 하고 있었던 지라 오두막을 보자마자 카페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두막 뒤는 돌아가 살펴보니 작은 공간이 있어 보였다. 보자마자 바로 텃밭이나 정원으로 사용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소소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심어놓고 자급자족하며 지내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행복했다.
오두막을 카페로 만드려니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로 방치가 오래되어 있어 나 혼자 수리해서 사용하기에 꽤나 난감한 상태였다. 마을에 있는 철물점도 들리고 오두막을 손질하려고 했는데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두막 수리를 두고 한참 고민하고 있던 찰나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뭐 하세요?”
나이가 있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서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할머니 한분이 계셨다. 이 숲 중간에서 뭐 하고 계시는 거지 이 시간에...
“이 오두막은 내가 알던 분이 예전에 살던 곳인데 여기서 뭐 하시는 거죠?”
아... 할머니를 아시는 분인가?
“아..! 안녕하세요. 저는 그분의 손녀입니다. 이 오두막에서 살려고 왔어요. 수리를 하고 있는 데 쉽지가 않네요.”
나의 대답을 듣더니 주름이 가득한 눈가가 동그랗게 떠졌다.
“아니, 이곳을 어떻게 혼자서 수리해요..!! 당연히 못하죠.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해야 할 거 같은데요... 그리고.. 그.. 그분의 손녀라고요? 저는 그분이 손녀가 있는지 몰랐네요.”
“아... 제가 여기에 온 적이 별로 없어서 아마 모르실 거예요. 아주 어렸을 때 두 번 오고 그 이후로 안 왔었거든요.”
“그렇군요. 저는 숲 아래에서 살고 있는 영자 할머니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나를 향해 경계하는 모습이 조금 거두워지고 가까이 다가오면서 말을 하셨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이 마을에서 살아왔죠. 지금 자식들이 전부 커서 이 마을을 떠나고 혼자 남아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답니다.”
이 마을에서 계속 살아오셨던 분이시구나.. 마치 이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 나무처럼 이 마을에서 계속 살아오셨던 분 같은 느낌이었다. 할머니는 주머니속에서 폰을 꺼내들면서 말씀하셨다.
“제가 마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을 좀 모아볼게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아..! 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