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이른 시간... 숲 속에서 분주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요리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뭔가를 두들기는 소리 같기도 했다. 나무 사이로 분주한 소리는 계속 울려 퍼졌고 곧이어 원두 볶는 향기가 났다. 그 향기는 굉장히 고소해 주변에 있는 이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만약 아침에 이 길목을 걷는 이가 있었다면 다들 그 향을 맡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숲 한가운데 아침부터 그 향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지은 점장이었다. 카페 오픈을 위해 원두를 볶고 있었는 데 그것은 그녀가 하는 루틴 중 하나였다.
눈을 뜨면 그녀는 가장 먼저 오두막의 모든 창문을 열었다. 전날의 공기가 오두막에 가득한 것을 지은은 싫어했다. 마치 어제 그대로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은은 하루의 시작은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들로 가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문을 열어 새로운 공기들로 카페를 채우면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들이 함께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창문을 통해 밤새 나무들이 쉬어놓은 숨들로 카페가 가득 차면 마치 새로운 생명들이 방안에 차오르는 것 같았다. 내부 환기가 끝나고 나면 그녀는 바로 원두 볶기를 시작했다.
다 볶아진 원두를 그녀는 소량 옆에 따로 놔두었다. 그것은 본인의 몫이었는데, 손님들에게 내놓기 전에 가장 먼저 그날 볶은 원두를 본인이 맛보기 위함이었다. 이 카페의 첫 손님은 항상 지은, 본인 자신이었다.
지은은 뭐든 손수 하는 것을 좋아해 원두도 직접 갈아 사용했다. 직접 간 것은 입자가 더 고은 거 같기도 하고, 그 가루에 물을 부을 때마다 나는 향이 사서 그냥 사용하는 원두 가루보다 향긋했다. 언제 맡아도 기분 좋은 향이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면 그녀는 뒷문을 통해 정원으로 나갔다. 오늘 말려놓을 꽃을 선택하기 위함이었다.
정원을 돌 때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버릇이 있었는데, 그것은 손으로 꽃을 하나씩 스치는 것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지은은 꽃들과 교감을 했고, 손 끝으로 느껴지는 꽃잎들의 부드러운 감촉들로 각 꽃들의 서로 다른 매력을 느꼈다.
정원을 돌아다니다가 말릴 꽃이 선택되면 꽃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동시에 양해를 구하고 그 꽃을 따가는 것으로 정원에서의 볼일을 끝냈다.
정원에서 다시 오두막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저 멀리서 할머니와 동현이 보였다. 할머니께서 그녀를 보며 인자한 웃음을 지으셨고, 그녀도 할머니의 웃음을 따라 같이 미소 지었다. 지은은 할머니와 동현을 카페 안에서 맞이하기 위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곧 할머니와 동현이 앞의 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셨어요?” 지은은 반갑게 인사했다.
“잘 지냈어요? 지은 씨!” 할머니도 같이 인사를 받아주셨다.
“몸은 좀 괜찮으세요?” 옆에 같이 서 있는 동현이 말을 꺼냈다.
이런 말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에 아이 소동이 있고 나서 지은은 해결사 무리에 스며들어 같이 활동을 시작했다. 보통은 카페 일을 하고 일이 많지 않을 땐 그들에게서 연락이 오면 도와주는 형식이 되었다.
어제도 연락이 와서 마을에 내려가 도와주게 되었는데, 마을에 있는 작은 밭을 일궈 달라고 부탁받았다. 지은은 이 정도 되면 이 마을의 잡일꾼이 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움을 요청하신 분이 나이가 굉장히 지긋하신 분이어서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몸을 일으켜보았는데, 온몸이 때려 맞은 듯이 아프고 찌뿌둥했다.
“네.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을 티 내는 성격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약한 소리를 잘 못하는 그녀였기 때문에, 짧게 본인은 괜찮음을 표시했다.
“몸이 괜찮다니 다행이에요..!" 할머니께서 말씀을 하셨다. 갑자기 할머니께서 지은과 동현을 번갈아 가면서 보시더니 말을 이으셨다.
"저 혹시 갑자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차 하나만 주문해도 괜찮으실까요?” 밑에서부터 여기까지 올라오시느라 목이 말랐지만 대화를 중간에 방해하고 싶지 않아 이제까지 참았다가 말씀하신 거 같아 보였다.
“아..! 네 물론이죠! 어떤 메뉴로 하시겠어요?”
질문에 할머니는 메뉴판을 찬찬히 들어다 보셨다. 할머니는 이 카페에 자주 방문하시는 데, 거의 주에 세네 번은 찾아오시는 거 같다. 오실 때마다 음료는 계속 바뀌지만 전체적인 카탈로그로 보면 같은 메뉴었다.
“저는 목련 꽃차로 할게요.”
전체적인 카탈로그로 보면 같은 메뉴인 이유가 할머니는 오실 때마다 꽃차를 시키셨기 때문이다. 꽃의 종류는 달라지지만 꽃차 외에 커피나 아니면 다른 음료를 시키진 않으신다.
“알겠습니다. 금방 준비해서 드릴게요. 동현 님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고개를 돌려 동현을 향해 물어보았다.
“저는 아메리카노로 주세요. 원두 오늘도 새로 볶으신 거 같은데.” 반면 동현은 항상 아메리카노로 메뉴가 똑같았다.
“금방 준비해 드릴게요.” 말과 동시에 그녀는 부엌 깊숙이 들어갔다. 동현과 할머니는 세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로 가 자리를 잡았다. 한 자리는 어쩌면 올지도 모르는 송이를 위해 자리를 비워놓는 것 같아 보였다. 지은이 음료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동현이 가방 속에 손을 넣으며 말을 꺼냈다.
"아! 그리고 이거 송이가 전해달래요."
그것은 빵이 들어있는 쇼핑백 같았는 데 지은은 손을 뻗어 그것을 들고 가려고 했다. 그러던 찰나
딸랑!
입구의 문이 열리면서 문 위에 달려있는 종이 울렸다.
다들 송이인가 하고 쳐다보았는데 그곳에는 낯선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이 마을의 주민이 아닌 외부인이었다.
짧은 단발머리에 옅은 갈색머리를 한 그녀는 하늘거리는 흰 블라우스와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상큼한 느낌이 드는 그녀는 20대 중반 같아 보였다. 손에는 붉은색의 핸드폰을 들고 있었는 데 그녀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바 형식의 테이블에 앉아 흑당밀크티를 시켰고, 그녀는 지은이 서 있던 테이블 쪽을 둘러보았다. 표정이 굉장히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마치 무엇이 속에서부터 튀어나올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