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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교육-사람을 사람답게

에밀(2)

by going solo

에밀/장자크 루소, 책세상, 황성언 고봉만 옮김/



<글의 순서>

에밀(1)

-들어가는 말 ‘궁극의 교육, 사람을 사람답게’

1. 자연은 진정한 양육자가 될 수 있을까?

2. 루소의 『에밀』은 인간양육의 매뉴얼이 될 수 있을까?


에밀(2)

3. 양육자로서의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4. 나는 답을 찾았나?

-맺는말 ‘나는 아직도 성장하는 중’








질문 3. 양육자로서의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무엇보다 루소의 양육 당사자로서의 여성에 대한 몰이해와 그에 따른 폄훼는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2014년 5월에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의 두 정상 간의 교감코드는 ‘어머니’였다고 합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서전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너그러운 분이셨다. 나의 장점들은 모두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라며 가난과 흑인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시대의 지도자가 된 힘은 모두 어머니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고금을 관통하는 화두, '강대국',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그것의 전제는 단순 수치로 나타내는 GDP나 강한 군사력, 탄탄한 경제와 복지 수준 등 다양한 조건에 부합되어야 하지만 그 바탕에 도덕성이 없는 강대국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강대국 혹은 글로벌리더로 규정하는 도덕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것은 올바른 양육의 결과로 체득되는 것입니다.


루소는 최고의 양육자가 자연이라면서 자연에게 맡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루소가 그토록 신뢰하던 자연, 자연 상태, 자연적인 것, 그 모든 것을 압도하는 자연의 화신이 있습니다.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에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모성애, 그것은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르게 여성의 존재를 압도합니다.


인생의 어느 순간 화두가 되어 본능 속에 고착된 자식, 새끼에 대한 뜨겁고도 뜨거운 모성을 루소는 왜 깨닫지 못했을 까요. 절대적으로 자연에 속한 것, 인생에서 가장 고귀한 자연의 선물, 모성애가 배제되거나 폄훼 혹은 왜곡된 상태의 양육은 피 양육자의 인생에 무엇으로도 치유 불가한 상처가 될 것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확보한 어머니, 가정의 수호자이며 양육과정이 차지하는 역할과 가치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고요히 그 역할을 수행하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연스러움’입니다.


질문 4. 나는 답을 찾았나?

“영혼의 온전함이 우리 마음의 주관적 기분이 아니라 어떤 본질적이고도 객관적인 마음의 본성이 실현된 상태를 뜻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마음이 자기 자신의 본성에 합치된 상태, 그리하여 자기 자신과 일치해 있는 상태가 마음의 온전함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호모에티쿠스-윤리적 인간의 탄생, 39쪽, 김상봉, 한길사)”


삼수 끝에 대학원에 합격한 큰애는 오래 공부했으니 더 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매우 아쉬워하더군요. 그런 아이에게 좋은 것을 오래 더 많이 공부할 수 있으니 그게 더 좋은 거 아냐?라고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동기가 고작 아홉밖에 안 되는 곳이면 경쟁이 치열할 거라고, 다들 일등 하고 싶을 테니 너는 그 경쟁에서 빠지라고 했습니다. 너만은 행복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고 당부했습니다.


벼르고 벼르다 마침내 열린 문, 좋아서 그 오랜 시간을 들였는데 경쟁에 치여 좋음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좋은 것을 매일 할 수 있으니 행복하게 가볍고 자유롭게, 아이가 가고자 하는 지평에 닿을 수 있기를, 그것이 나의 진심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태어나며 받은 질문의 답은, 결국 근본에 이어진 것일 텐데, 사람의 근본은 무엇일까요? 떡으로만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만 조금 더 가보려 합니다. 아이 때문에 대면하게 된 의문을 풀어보고자 했던 것이 결국 나에게로 이어져 있음은 알겠습니다. 개별적 존재이니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것. 다만 이토록 오랜 천착의 시간 그 끝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줄 무엇이라도 남아있기를 바래봅니다. 두려운 마음으로 시작한 부모로서의 여정, 돌아보니 꽤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맺는말

‘나는 오늘도 성장하는 중’

하수도 공사를 하더라도 걸맞은 자격증이 있건만 하물며 사람을 키우는 일에 그저 나이 좀 먹었다고 부모자격을 갖추었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나는 다 컸으니 어린 자식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여전히 크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것도 좋은 일이지요.


안타까운 질문을 마음에 품고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했던 모든 날, 하루도 자라지 않은 날이 없더군요. 그러니 내 생애에 남은 날 만큼 더 커야 한다면 이왕이면 더 깊게 그만 큼 성숙하고 좋은 사람으로 자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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