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성장했고, 팀장이라는 포지션에 임명되었다. 경력이 쌓이면서 몇 년 내에 내 포지션의 변화가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시작인만큼 작은 규모의 팀에서 다음 레벨의 경력을 시작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시작은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팀장의 임명은 내 예상보다 일렀고, 아직 젊은 나이였다. 그리고, 공장 직원의 60%가 넘는 가장 큰 조직의 팀장으로 나를 임명했다. 부담되는 상황에서 당시 선배 팀장들은 시기질투도 없이 많은 지원을 해주었고 아직도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 다만, 내가 문제였다.
아직 엔지니어이자 팀원의 때를 벗지 못한 상황에서 가지게 된, 지금 생각하면 판단의 오류인데, 유일한 생각과 태도의 변화는 충만해진 책임감뿐이었다. 당장 팀의 모든 일에 일일이 관여하고 답을 주기 시작했다. 계층상 높은 위치이며 올라간 연봉만큼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고 그만큼 어리석은 생각도 없었다. 365일 거의 매일 회사를 나오고, 야근하면서 팀의 일을 먼저 해서 최상의 답을 주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몇 달 되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팀장이 일을 밤낮으로, 그리고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팀뿐만 아니라 공장 내에서 돌았다. 솔직히, 그러한 인식을 위안거리로 삼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팀원들이 나에게서 느끼기 시작한 부족함을 몰랐다. 일에 파묻히고, 내 팀원보다 먼저 답을 주면서 내 팀원들도 업무량의 저하에 감사해할 줄 알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이런 전투적인 팀장업무노력을 2년여쯤 했을 때 내가 가장 존경하고 따랐던 선배의 정년퇴직이 다가왔고, 그 분과 단 둘만의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너무 반가운 자리였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소주 한잔 기울이던 분인데, 2년이 가까운 시간이 지난 것이다.
그 술자리가 내 직장생활에서 큰 변화의 계기를 가져다줄지 모르고, 그동안의 무심함에 사과를 드리면서 자리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날, 그분이 나에게 조심스럽게 대화를 건넸다. 요즘 팀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느냐고 물으셨고, 일에 빠져서 팀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지 못한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팀장 포지션에 누군가 있긴 한데 리더가 없는 것 같다’는 불만이 팀원들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물으셨다. 팀원들과 얼마나 자주 대화하는지, 만나면 어떤 주제로 어느 정도 시간을 투자하는지를.
뭔가 놓쳤다는 것이 느껴지면서 몸에 열이 돌기 시작했다. 팀원과의 대화라는 게 업무평가 시 면담 외에 내가 궁금한 점만 현장에서 만나서 답을 얻고 돌아오는 게 대부분이었던 게 스쳐갔다.
더해서, 내가 많은 일을 직접 해서 답을 주면서 내 팀의 엔지니어들이 그것을 감사하게 느끼는 게 아닌 다른 팀의 파트너들로부터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음도도 알게 되었다.
많이 충격적이었을까. 나는 그날 긴 시간을 걸려 집까지 걸어왔고, 긴 시간 동안 내 판단의 잘못, 직원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무관심, 그로 인해 직원들이 나에게 바랐던 부분을 얼마나 기다렸을지 느끼면서 반성하게 되었고, 그 이후 태도의 변화에 진심으로 노력했다. 내 태도가 변한 것이 그로부터 반년이 걸리지 않았고, 나는 마인드나 태도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진 것에 대해 나 자신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