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친구와 늦게까지 놀고 찜질방에 가기 직전이었다.
새벽시간이었는데 누나의 전화였다.
이 시간에 전화가 올리가 없는데 조금은 의아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는데 할머니가 새벽예배에 가셨다
쓰러지셨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했다.
나는 다급히 친구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누나는 울고 있었고 할머니는 계속해서
CPR을 받고 있었다.
나는 이것이 할머니와의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랄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었다.
더 이상의 CPR이 무의미해졌을 때
의사는 사망선고를 했다.
나는 그렇게 유일한 보호자
유일한 삶의 이유 유일한 어른
나를 아무 대가 없이 사랑해 주던
유일한 사람을 떠나보냈다.
교회분들의 도움으로 장례식장이 차려졌다.
나는 아무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다.
장례식을 할 비용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준비도
할머니는 새벽예배에서 기도하시다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기도의 제목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지금도
마음이 아려온다.
할머니의 기도제목은 늘 손주들 뿐이었다.
손주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자신이 떠난 뒤에도
잘 살아주기를 늘 기도하셨다.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누나와 나를 위해
기도하며 그렇게 하늘로 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