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사랑스러운 대형견으로 살아가기..
그것은 주인과 댕댕이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 귀여운 강아지는 박삼월, 우리 집 막내다.
가족은 할머니, 할아버지, 언니 2명, 오빠 3명
그리고 삼월이 엄마, 아빠는 어딨는지 모른다.
3개월쯤 파양 당해 우리 집에 모셔왔기 때문이다.
아기 때는 걸어만 다녀도 귀여움을 받았는데
8개월쯤 접어들어 몸이 커지면서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은 짜게 식었다..
그래도 내 눈에는 아직 작고 귀여운 아기강아지다.
하지만 나 또한 삼월이를 키우기 전에는
왕왕 짖는 소형견만 봐도 두려움에 떨던 1인으로
삼월이에게 오는 냉정한 평가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감수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형견을 키우며 힘들고 어려운 점
혹은 재밌었던 에피소드, 또 예측하지 못 한
행동에 대한 교정방법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자 한다.
우리의 기록이 대형견을 한 가족으로
맞이하게 될 누군가에게 참고자료가 되길
또는 강아지의 삶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즐거움이 되길 바란다.
첫 글이라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삼월이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엄청난 말썽꾸러기다.
아니... 외모와 같이라고 해야 하나..
집에 찢어 먹은 방충망만 몇 십개...
우리 집은 주상복합이라 3층, 4층, 옥상 공간을
삼월이가 자유롭게 사용 중이다.
주로 3층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삼월이는 3층 신발장을 가장 좋아한다..
여름에는 모기 때문에 현관 방충망을 쳐두는데
삼월이가 방충망을 가지고 놀다 찢어버렸고
지금은 커질 대로 커져버린 방충망을
본인의 개구멍으로 사용 중이다.
한 날은 저녁 산책 다녀오는 동안 할머니가
방충망을 열심히 실로 꿰매놓고
"삼월이! 너 때문에 할미가 이렇게 고생해야 하나!"
하면서 뿌듯한 웃음을 지었는데
삼월이가 3분도 안 돼서 실로 꿰매진 방충망을
뚫고 신발장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잔인하게도 할머니는 그 광경을 바로 앞에서
직관했고 난 엄마가 그렇게나 정색하는
모습을 생전 처음 보게 되었다..
삼월이는 어릴 때부터 걸을 때 엉덩이를 좌우로
씰룩씰룩 튕기며 걷는 게 매력이었는데
그게 리트리버의 고관절 유전병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고 해서 관절 건강에 유독 신경을 썼다.
5개월부터 관절 영양제는 매일 먹였고
틈틈이 비타민도 급여해 주었다.
그런데 3개월 전쯤, 삼월이가 자꾸 오른쪽
다리를 간헐적으로 절기 시작했다.
그때는 활동량이 워낙 많을 때라 근육통인가
싶어서 조금 쉬게 해 주니 또 한참을 다리를
절지 않길래 그러려니 넘겼다.
그런데 3주 전, 다리를 눈에 띄게 절고
더위 때문인지 잘 걷지도 않으려 했다.
설상가상 피부병도 생겨 동네 병원에 갔더니
피부는 약을 먹으면 금방 나아질 거라 하셨고
관절의 경우 염좌 약을 챙겨줄 테니 10일 치를
다 먹어도 낫지 않으면 유전병일 수 있기에
대형견 엑스레이가 있는 큰 병원에 가보라 하셨다.
10일 동안은 산책을 절대적 제한해 보라 하셔서
삼월이는 계단도 오빠에게 안겨서 올라가고
산책은 자동차 드라이브로 대신하는.....
나름의 호강을 했다.
10일이 지나도 여전히 다리를 저는 모습을 보여서
열심히 찾아보고 울산에 있는 대형병원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병원만 가기는 억울해서
가는 길에 여름휴가도 함께 즐기기로 했다.
싸미와 내가 좋아하는 남편도 함께!
첫째 언니, 셋째 오빠, 첫째 형부와 함께 하는
바캉스에 싸미는 아주 신났다..
1시간 후회 없이 놀았더니 바다에는 들어가지
않으려고 해서 병원으로 출발했다.
오메... 살다 살다 이렇게 큰 병원은 처음 본다..
과잉진료 없고 꼼꼼하게 잘 봐준다고 하여
신경 써서 왔는데 소문이 정말인지
대기가 어마어마했다.
:
예약 없이 방문해서인지 30분 정도 대기 후 진료를 볼 수 있었는데
오후에는 외과 전문의는 수술을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내과 선생님이 진료를 봐주셨다.
아주 친절하신 선생님이셨다.
삼월이는 보행훈련, 엑스레이를 찍어보겠다 하셨고 진료실 뒤 비밀공간으로 데려가셨다.
1시간 정도 대기하니 외과 선생님께서 수술 마치시고 시간이 되셔서 진료를 봐주셨다!
엑스레이 상으로는 특별한 고관절에 이상이 없어 보인다고 하셨고 우리가 너무 걱정했던
유전병의 확률도 낮아 보인다고 하셨다!!!
너무 걱정이 되었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눈물이 날 뻔 했다...
더불어, 잘 걷지 않으려는 삼월이 덕에.. 보행훈련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셔서
삼월이가 절뚝이며 걸은 동영상을 함께 보여드렸다.
보통 고관절 이상의 경우 강아지들이 한 다리를
들고 걷거나 위쪽으로 다리가 올라가는데
삼월이는 다리를 아래로 내리며 절뚝이는 걸 보니
허리 쪽 신경의 문제일 수 있다고 또 엑스레이를
찍어보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대기.....
왼쪽에는 대기시간 너무 길다고 투덜대는 남편
오른쪽에는 평소 훈련을 안 해서 보행훈련이
어려웠다며 투덜대는 동생 덕에
대기 시간이 심심하지는 않았고...
귀에서는 피가 흐를 뻔했다... ㅎㅎ
결론적으로는 허리에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이전에 생긴 근육통이 회복될 틈 없이
매일 아침 1시간 산책, 저녁 2시간 산행
이어진 강행군이 독이 된 것 같다는 소견이었다.
그로 인해 삼월이에게 내려진 2주 간의 휴가!
산책을 최소화하고 푹 쉬면서 다리가 회복할
시간을 주라는 진단을 받았다.
큰 병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맘 속으로는 의사 선생님께 큰 절 한 번 올렸다..
병원 다녀온 당일은 모두 지쳐서 기절해 버렸고
다음 날 아침, 남편과 나는 삼월이를
열심히 목욕시켰다.
동물병원에서 급하게 산 샴푸로 처음 씻겼는데
얼마나 좋은지 털이 부들부들... 향기롭고...
비싼 건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아마... 이 샴푸로 정착하게 될지도!
2주 휴가를 받은 박삼월 이병 -
열심히 샤워하고 에어컨 밑에서 꿀잠...ㅎㅎ
너만 행복하면 됐다!! 아프지만 말길♡
작고 소중한 대형견 삼월이의 우당탕탕 일기는
다음 화에서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