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무가내 가내 내

by 작가미상


제목을 보셨나요? 맞습니다. 정말 막무가내로 써 내려간 글입니다. 이유를 물으신다면, 지금 저는 엄청난 피로와 졸음에 맞서고 있거든요.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도중 추위에 눈이 감기는 것과 비슷하다는 진단입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던 저 자신에게 비정한 마음이 뭍은 숟가락으로 제 마음 웅덩이를 휘저어 놓기는 싫었습니다. 어떻게든 써 보려고요. 여러분도 저와 같은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하던 일을 모두 마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을 직면하는 순간 말이에요. 끝까지 미루던 것과는 달리, 매번 그래 왔던 집안일이나 씻기, 양치질 같은 것에 한 번쯤 질릴 때의 경우를요.


그래도 해야죠, 어쩌겠어요. 집안일을 마치면 휴식 시간이 찾아오고, 씻고 나왔을 때 온몸을 스치는 한때 눅눅했던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쾌감. 양치질을 한 후 혀로 앞니를 훑을 때 전해지는 매끈함과 시원함. 이러한 감각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증거이자 소소한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쓰기 또한 저에게 그런 존재라고 믿으며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요즘 빠진 노래가 하나 있어요. 바로 이찬혁의 '멸종위기사랑'입니다. 이 곡에 빠진 이유는 그의 천재성 때문이죠. 처음 듣는 듯한 반주가 시작되고, 마치 마이클 잭슨이 귀화한 듯한 이찬혁 님과 함께 음악을 이끄는 세션들, 그리고 코러스를 더해주는 히피펌의 여성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건설합니다. 사람마다 감동하는 클라이맥스는 다르겠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는 파트가 대부분 비슷하다는 점에서 역시 '평균값'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느꼈습니다.


무대를 진정으로 느끼고 즐기는 표정, 세션들과 감정을 나누는 모습, 박자에 맞춰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 이 모든 것을 처음 접한 저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답니다. (부끄러우니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세요. 우리만 아는 비밀입니다!) 정말 새로운 감정이었어요. 결은 다르지만, 유독 아름답게 날아가는 새 한 마리가 되고 싶게끔 창작하는 공통된 입장에서 자극이 되었달까요. 당장 집에 가서 엉덩이에 본드를 바르고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예술병이다", "누구를 따라 한다"는 악플러들의 말이 모두 부정되는 순간이었죠. 이찬혁 님은 항상 말했습니다. "왜 그런 얘기를 하는지 이해가 된다", "나는 만족하지 않는 작업은 시작도 안 한다"라고요. 이 말은 아마 저에게도 필요한 말이지 않나 싶네요.


'만족하지 않는 작업'. 저는 항상 시작 도중에 결과물이 터무니없을 거라 판단하여 종종 하던 작업과 거리를 두곤 하는데요. 아마 그 순간도 멋진 결말을 짓기 위한 위기가 아닐까 뒤늦게 깨달았네요. 위기가 지나야 절정이 오는데, 그걸 잊고 살았나 봅니다. 그것을 알려준 것이 바로 '멸종위기사랑'이었고요. 저에게 맞춰 말하자면, '멸종위기절정'이겠네요.


멀리 살고 계신 이찬혁 님에게 제 바람이 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을 건넵니다. "잘 살고 계신가요. 정말 닿을 일은 없을 거라, 그리고 얼굴을 본 사이가 아닌지라 이렇게 용기 내어 말합니다. '사랑의 종말론'을 정말 '정말로'처럼 들리게 하는 의도,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심사위원은 아니지만, 감히 말씀드리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하찮은 작가라도 얻을 게 있을 거라 믿고, 길거리를 거닐 때 바로 옆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에 제 마음을 담아 보낼 테니, 굳건히 나아가는 저의 모습을 곁눈질로라도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저는 참 설레발이 강한 것 같네요. 투고를 위해 쓰는 초고의 첫 글자부터 이미 책 표지 디자인까지 결정하고 시작하니 말이죠. 하지만 저는 이게 좋습니다. 설레발 때문에 결과가 좋지 않아도 실망하기보다는 '다음엔 더 잘하면 되지, 결과 좋을 테니까!'라면서 다시 설레발을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설레발이라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한 번 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쁜 사람을 보면서 번호 달라고 하면 곤란한데... 같이 출판 기획하자고 하는 출판사가 많으면 어쩌지?" 처럼요. 그렇게 생각하면 우울하던 하루도 활짝 피어납니다. 얼굴에 벌이 앉으면 무섭지만, 자신이 꽃이라고 생각하면 나쁠 건 없잖아요.


더 이상 눈이 떠지질 않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을 끝으로 이만 꿈의 무덤에 생매장되겠습니다.


"아무튼 원하시는 게 있으니까,

이렇게 감싸주시는 거 아닙니까?"


"밑 빠진 독에 물을 퍼 부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채웠어?"


"그냥 항아리를 물속에다가 던졌습니다."


"나도 밑 빠진 너희들을 그냥

내 마음속에 던졌을 뿐이야."


영화 <달마야 놀자> 내용 중


밑 빠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마음속에 충분히 들어갈 만큼의 호수를 만들려고요.

그 누구도 미워하지 않게요. 아직은 종이기름만도 못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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