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음을 깨닫자
Day 16
하루 종일 정신없이 서울을 누비고,
문득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요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친구와 저녁으로 치킨을 뜯고 있을 때였다.
빠르게 눈을 굴려 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지만,
마치 작은 방 같은 집에서 친구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고 요가를 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아니~ 뭐, 여행까지 왔는데 오늘 같은 날 좀 쉬는 거지'
'진짜 장소가 조금만 넓었으면 하는 건데ㅎㅎ'
누가 물어본 사람도 없었는데,
어쩐지 속으로 길어지는 변명만 줄줄 읊고 있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요가를 빠지는 게
이렇게까지 즐거울 일인가 생각하면서.
개운하게 몸을 씻고 나와 편안하게 앉아있으려니
이상하게 다리가 뻐근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고단한 여행 일정을 증명이나 하는 듯
발과 다리가 퉁퉁 붓고 아팠다.
긴장이 이제야 풀린 걸까,
낮에는 못 느꼈던 피로감이 한 번에 몰려왔다.
친구는 샤워를 하러 갔고, 친구가 앉았던 자리만큼 넓어진 공간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요가를 하려면 지금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제한시간이 정해진 할 일에는 정말 정말 약한 게 분명하다)
평소라면 별다른 자극도 느끼지 못했을 쉬운 요가 동작이었음에도 정말 따라 하기가 버거웠다.
2배로 아픈 만큼 2배로 시원한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요가를 마치고 빠르게 풀린 피로에 몸이 노곤해져 기분이 좋았지만 '어차피 요가를 하게 되는 거였는데 왜 그렇게 좋아라 했는가'라는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에게 운동은 언제나 끝내야만 하는 '과제'라는 생각이 강했지만, 요즘 들어 피로를 풀고 제대로 쉬기 위해 요가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운동이라는 서먹한 친구와 맨날 얼굴을 마주하다 보니
어느새 말 몇 마디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