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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다 Mar 31. 2020

18•19. 무기력을 밀어내는 아주 작은 성취감

아주 귀여운 난이도로 얻은 아주 작은 성취감


































Day 18 & 19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나는 한없이 무기력해지곤 한다.


'여행 다니느라 너무 힘들었으니까~'

'여독을 풀려면 푹 쉬어야 하니까~'

라는 말로 아주 편안하게 널브러져 있으면서도,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작정이지?'라는 생각에

마음은 점점 조급해져만 간다.

(물론 누워있는 채로)


여행이 끝났지만 해야 할 일은 부지런히 쌓여만 가고,

그걸 지켜보는 마음이 불편해질수록 침대에서 일어나기란 더욱 힘들어진다.


차라리 뻔뻔하게 쉬어버리면 좋을 텐데,

당장 하지도 않을 거면서 몸과 달리

마음은 부지런하게도 불편해져 온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몸을

억지로 질질 끌면서 나는 요가매트를 폈다.


뭔가 대단한 사명감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저, ‘여행 갔을 때도 이것만큼은 했으니까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오기가 생긴 게 정확하다.


물론 마음속 저 한 편의 거대한 게으름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조금이라도 힘든 동작을 시켜버리면

내일까지 드러누워 버려 주겠어'

라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거의 숨쉬기 운동에 가까웠던 명상요가는

운동을 했다고 말하기 머쓱해질 정도로

아주 귀여운 난이도와 성취감이었다.


어쨌거나 운동을 했으니

나는 다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예상했듯이 나는 이전과 다르지 않게 

무기력한 하루를 보냈다.




그다음 날은 눈이 조금 일찍 떠졌다.

여전히 무기력한 기분이 들었고,

그다지 달라진 것도 없었지만

'어제도 요가를 해냈으니,

오늘도 이것만큼은 해내야지'라는 생각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들었다.


매트를 펴고 앉아있자니 

'매트까지 폈는데~'라는 생각에 

어제보다 조금 더 길고, 움직이는 요가를 골랐다.


천천히 몸을 움직이면서,

문득 무기력의 늪에서

한 발자국 빠져나온 기분이 어렴풋이 들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곤

아주 작은 성취감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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