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근질거림을 느끼다
Day 20
"운동을 안 하면 몸이 근질근질해서요"
나는 간혹 이상한 포인트에 한 번 꽂히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편인데
언젠가 이 말에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몸이 근질근질? 약간 가려운 느낌인 걸까?’
근육통에 욱신욱신 시달려본 적은 있어도
근육이 가려운 경험은 해본 기억이 없었다.
만화에 나오는 근육질의 악당이 혹시 그런 기분 때문에
도시 전체를 때려 부숴버리는 건 아닌지 추측했다.
(우리 입장에서야 파괴지만 악당의 입장에선 일종의 운동일 테니)
그게 아니면 고온 열탕에 갑자기 들어갔을 때
피부가 간질거리는 그 느낌과 비슷한 걸까?
수년간 근육통만 겪어본 나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다
이런 의문을 가졌다는 걸 완벽히 잊고 있을 때쯤
생각지도 못하게 근육이 근질근질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운동을 하고, 근육통에 절뚝거리고, 회복의 사이클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와 요령을 피웠을 때 느껴진 걸 보니
이 근질거림은 맷집이 세진 몸속 근육의
기고만장한 도발의 신호가 아닌지 추측할 뿐이다.
몸 전체가 찌뿌둥하고 근육을 쭉쭉 펴고 싶은 느낌이 들었는데, 인터뷰에서 말했던 '운동을 안 하니 근질거린다~'라는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몸이 근질거릴 때 운동을 안 하면
막 주체할 수 없는 힘이 흐르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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