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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타인

by 박신호 Mar 30. 2022

#1

가는 겨울이 아쉽다. 허전한 마음으로 바다를 찾아간. 계절이 바뀔 때면 전례처럼 가는 곳이 있다. 강 찾 때는 화개 섬진강이요, 바다 향할 때는 순천 와온 바닷가다. 이번에는 바다로 길을 잡. 와온에는 마음으로 모시는 어른도 계신다. 수묵화 같은 바다풍경과  맑으신 어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와온  포구에 설 때마다 ‘인간으로 는 것이 참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  

   

아름다운 낙조과 함께 이곳의 해물라면 맛 정평이 나 있다. 포구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식당으로 발을 옮. 늦은 점심이자 이른 저녁 식사다. 식당 안에는 세 명의 젊은이가 해산물을 안주 삼아 술을 기울이고 있다. 종업원은 지루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다.  그는 ‘끼니때도 아닌데’라는 성가신 표정으로 해물라면 주문을 받는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2

식당 귀퉁이에 설치된 낡은 텔레비전에서는 뉴스 방송이 나오고 있다. 진행자는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율에 대한 보도하고 있다.     


  이번 선거 어쩌냐. 지면 큰일이야.”


  그러게... 까닥 잘못하면 나라가 뒤집어진다 아이가~.”


  “아이고. 년 징글징글 했다마~.”    

 

경상도 말가 식당에 울린다. 돌아보니 식당 에서 술을 마시던 그 젊은이들이다. 그들은 젊은 남자 둘과 여자 한 명이었는데 얼굴 빛 불그스레했다.     


  어쩌냐고.. 이재명이가 되면~”


  걱정마라~ 좌파가 이번에 되겠나. 어림없다. ~라 정권교체 된다.”


  “아무튼 나라를 위해서도 '저쪽'이 되면 큰일이다~”  

   

표정 없던 종업원이 그들을 슬그머니 보더니 입술을 씰룩인다. 젊은 그들의 목소리 자신들 정치 성향 다른 이곳의 분위기 따위는 아랑곳없다는 듯 호기. 식당에는 그들과 종업원을 포함해서 나까지 다섯 명이 전부. 그 탓에 말싸움과 같은 ‘거시기’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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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들이 주고받는 말에 귀를 기울인. 뉴스가 끝날 때까지 그들의 나라 걱정 계속되었. 수준 낮은 욕설은 없었다. 마침 종업원이 라면이 든 냄비를 가져온다. 해물의 종류를 세어보면서 그들이 말한 “저쪽~”의 의미를 헤아려본다. 새삼 세상을 보는 눈이 이토록 다를 수 있음을  깨닫는다.   


‘타자’ 생각해본다. 타인이 단순내가 아닌 남을 다면, 타자는 서로의 세계가 다른 존재를 의미한다. 가령, 우리네 갑남을녀들이 타인이라면, 타자 해변에서  처음 조우한 콜럼버스 일행  원주민 이질감으로 비유할 수 있.  당에서 라를 염려다던 젊은 그들 타자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저쪽'을 경계하던 그들 싫어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도 많. 이들 그들과  같은 이유로 나라를 걱정한다. 젊은 그들은 한동안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니, 노을봐야한다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라면을 후련하게 비우고 긋해 있었는 자기 카톡’ 알람이 울린다.     


  그런 자가 대통령 해보겠다고 설치는 꼴을 보려니 속울음이 나네요.”


  “우리 국민이 우매하지 않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자못 글이 비장하다. 단톡방에는 ‘나라를 살려야 한다’는 글들 우후죽순마냥 솟고 있다. 댓글 댓글을 낳고있. 식당 있던 젊은 그들이나 단톡방에 글을  이들  모두가 나라 걱정을 열심히 하고 있다. 나도 ‘설마.. 그대 걱정말아요.’라는 한 줄을 더해본다.   


#4

식당 밖으로 나왔다. 바다는 진주홍 빛으로 변색 하고있. 먼저 나갔던 젊은 그들포구에 앉아서 노을에 취해있다. 쪽의 승리를 걱정하던 그들의  젊은 여자가 팔짱을 낀 채 ‘아름답다’라며 환성을 올린. 포구에는 들이 말하던 저쪽승리를 바라는 이들도 여럿이 있다. 차츰 바다를 수놓던 주홍빛 농담이 코발트 색으로 바꿔간다. 빛의 향연은 그들과 이들을 가지 않고 고르게 아낌없이 베풀고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어둑어둑해진 포구에 가로등 불빛이 들어온다. 노을이 주는 세례를 던 그들과 이들 어둠 속으로 사라졌. 자연은 두를 타자 아닌 타인으로 만들었. 노을 속에서는 모두가 따스한 타인이었다.  적당한 틈은 온기있는 타인이 되기위한 절대조건이다. 그 틈으로 빛과 바람이 지나 가기 때문이다. 적당한 간격유익함  코로나먼저 알려주었.      


선거는 끝났다. 그들은 휴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이들은 0.7%의 종잇장 차이에 가슴을 쳤다. 나도 얼마간 가슴앓이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무렵. 그때 식당에서 보았던 젊은 그들이 떠올랐. 선거 결과에 만족했을 그들의 모습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딱히 속상하지는 않다.  콩그레츄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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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핑계>라는 유명한 곡 떠올려 본다.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너라면 그럴 수 있니♬”라는 노처럼 이들과 그들서로의 입장을 바꿔보길 권한다.  여기에 그 방법을 소개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와 세옹지마(塞翁之馬)이다. 세상의 이치가 이 안에 모두 들어있다.


0.7% 종잇장 승리의 당선자가 텔레비전에 자주 나온다. 그의 시대임을 인정한다. 오 년 뒤,  당선자가 우리에게 타자가 아닌 따스한 타인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요즘 들어 침묵이 흐르는 톡방에 ‘다들, 살아있나~ 응답하라’라는 글을 적어본다.  드디어 댓글들이 우후죽순처럼 침묵을 비집고 나온다.

다행이. 다들 살아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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