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투성이 첫 알바, 편의점2

무료로 주는 편의점

by chacha

사장님의 30분짜리 속성 과외가 끝나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

첫 손님은 현금이었다.

담배 이름에서 헤매긴 하였지만 잘 찾았고 잘 계산하였다.

문제는 두 번째 손님이었다.

두 번째 손님이 두루마리 휴지를 들고 와 카드를 내밀었다.


당시 내가 알던 카드는 마이비 카드와 포인트 카드, 단 두 종류였다.

찍거나, 포인트를 쌓거나.

그 플라스틱 조각이 어떤 원리로 돈이 오간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속성 강의를 받았지 않았는가.

당황하지 않았다.

카드를 양손으로 받아 포스기 옆면에 긁었다.

'삑'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됐다, 계산 끝.


걱정되었던 카드 계산도 했기에 세상 밝게 카드를 돌려주며 외쳤다.

"감사합니다!"

서비스의 생명은 친절이니까, 웃음은 덤이었다.


손님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물건을 들고나갔다.

나는 그 표정을 '요즘 알바생 참 싹싹하네' 하는 감탄으로 멋대로 해석했다.

이 혁신적인 시스템에 감탄하며 세 번째 손님까지 같은 방식으로 보냈다.

세상 참 좋아졌네, 긁기만 하면 다 된다니.


네 번째 손님에게 시작됐다.

하던 대로 물건을 찍고, 카드를 긁고, '삑' 소리를 들은 뒤 돌려드렸다.

그런데 손님이 가지 않고 멀뚱히 나를 보고 있었다.

"저기요, 영수증은요?"

영수증? 그건 안 배웠다.

야속한 포스기는 여전히 침묵 중이었다.

나는 물었다.

"아... 그게 원래 자동으로 나오는 건가요?"

순간 손님의 얼굴에 동정과 경악이 스쳤다.

그는 잠시 말을 잇더니, 카드는 마그네틱 방향을 맞춰 긁어야만 결제가 되고, 그래야 영수증이 나온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불행히도 내가 세 번이나 시도한 50% 확률의 카드 긁기는 모두 꽝이었다.(그 이후 뽑기는 하지 않는다)

머리가 띵 하고 울렸다.

그럼 앞선 두 손님은...?

나는 선량한 사장님의 가게를 삼십 분 만에 자선 단체로 만들고 있었다.

은혜를 갚기는커녕 마그네틱 방향도 몰라 재산을 탕진시키는 '머리 검은 짐승'

그게 바로 나였다.


곧장 사장님께 전화해 벌벌 떨며 이실직고했다.

시급 4천 원 시절, 1만 5천 원은 거금이었다.

"지금은 돈이 없으니 그만큼 더 일해서 갚겠습니다."

사죄하는 내게 사장님은 웃음을 터뜨리셨다.

터무니없는 실수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신 사장님께는 지금도 감사할 뿐이다.


감사함에 보답하고자 더 열심히 청소하고 손님들과도 살갑게 지냈다.

나름의 추억들도 있었다.

역 앞인 만큼 노숙자분들도 자주 오셨는데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내가 신기하고 귀여웠는지, 올 때마다 빈 소주병을 하사하셨다.

이 공병들은 나의 귀중한 인센티브였다.

일주일치를 모으면 이튿날 분은 왕복 차비가 나와 요긴하게 썼고, 보답으로 나의 폐기 도시락을 나눠 먹었다.


첫 알바는 두어 달 만에 큰 편의점에 인수되어 막을 내렸지만, 나는 무사히 학원비를 모을 수 있었다.

왕복 다섯 시간이 넘는 통학길은 책을 읽고 필사하는 나만의 서재가 되었다.

비록 목표했던 극작과에는 떨어졌지만, 그 경험 덕에 원하던 대학의 문예창작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마그네틱 방향도 모르던 머리 검은 짐승이, 내 힘으로 이뤄낸 인생 첫 성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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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