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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분더 Dec 06. 2023

올 해 마지막 결심은?

나는 나야.




<TVN, 무인도의 디바>



최근 정주행 했던 <무인도의 디바>가 끝났다. 박은빈 배우는 어쩜 그렇게 마인드도 얼굴처럼 예쁜것인지 이번 드라마에서도 목화의 노래를 직접 불렀다는 이야기에 또 한 번 감탄했다. 그리고 마지막회를 장식한 목화의 대사에 힘을 얻었다.



5분만 더
5분만 더
살아보자 결심했을 때
또 질문이 시작되더라고요.
그 5분을 뭘로 채울까?


처음에는 5분, 다음에는 50분, 그 다음에는 5시간. 답이없는 질문대신 다른 걸로 시간을 채워가다보면 언젠가 어떻게든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목화는 말했다.


드라마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는 올해의 마지막 결심을 했다. 누군가는 이런 결심을 하는 나를 보며 의지박약이라며 쯧쯧 혀를 찰 수도 있을 것이다. 일 이년전 쯤부터인가? 한창 유행하던 월 천벌기에 막연한 희망을 품고 나도 좋아하는 걸 일로 만들어보겠다며 한동안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그 꿈을 가진 이후부터 나는 월 천은 커녕 매일 조급해지기만 했다. 스케줄도 없는데 드라마를 볼때도 좋아하는 책을 읽을때도 무언가계속 쫒기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것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할 것 같았고 어딜 나가면 그럴싸한 구도를 잡고 사진을 찍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었다.그리고 여기저기 구독해놓은 각종 뉴스레터와 인사이트 플랫폼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들을 읽느라 머릿속은 이미 뒤죽박죽 섞이고 물난리가 나버렸다.


버텨낼 체력이 없어 워킹맘은 자신 없고 그저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넘쳐나는 강의와 유튜브 영상이 알려주는 대로 인스타를 키우거나블로그를 수익화하는 등의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그렇게 평일도 주말도 딱히 뭘 하는 것도 아닌데 조급한 마음이 들었고 단 하루도 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없었다. 물론 그 사이 이룬것도 많았다. 공구로 수익화도해보고, 인스타를 계기로 인터뷰도 하고 협찬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기쁨은 너무 짧았다. 모든 기쁨이 너무 짧아서 다시 떠올려봐도 도무지 떠오르지가 않았다.









올해의 마지막, 나는 다시 나로 돌아올 결심을 했다. 언제나처럼 무모한 낭만을 꿈꾸며 맘편하게 망고 땡으로 살아갈 것이다.


얼마전에는 요즘 꽂힌 <싱어게인3> 노래를 따라부르며 내 목소리를 녹음했다. 그냥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혼자남은 집에서 옆집, 아랫집 누구라도 들을새라 목소리를 삼키며 가성 섞인 허밍으로 부르는 노래였지만이것은 명확한 기쁨이었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내목소리를 듣는데 손발이 오글거렸지만 좋았다.


그리고 어제 근처 도서관으로 방청객 알바를 하러 갔다. 집을 나서는데 손이 시려웠다. 가방 속에 있는 장갑을 꼈는데 안감이 너무 포근해서 또 행복했다. 문득 가방 속을 살펴보니 그 속에는 내가 좋하는 것들만 가득했다. 수첩,스티커,필통,책. 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이건 ’IN MY BAG’ 영상으로 남겨두었다. 재생버튼을 누를때마다 즐겁다. 방청객 알바를 하고는 만 팔천원을 벌었다. 그 돈으로 좋아하는 써브웨이 에그마요를 사먹었다. 행복에는 월 천이 필요없다. 넘치게 누린 행복 뒤에도 내겐 만 이천 오백원이 남아있었다.


나는 나로 돌아갈 것이다. 마음가는데로 이끌리는데로당장의 행복들을 쫒으며 다시 무모한 낭만주의자로 살아갈 것이다. 답도없는 월 천 따위 집어치우고 목화말대로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시간을 쌓아나갈 것이다. 기왕이면 기분좋은 걸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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