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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분더 Dec 13. 2023

주저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류장을 지나쳤다. 미리 하차벨을 누르지 못했고 정류장을 지나치기 전에 ‘잠깐만요 기사님!’ 이라고 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네킹에 걸려있는 옷이 예뻤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옷가게에 사람이라고는 사장님뿐이었기 때문에 선뜻 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낯선 사람들이 세 명이상 모여있을 때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입속의 말을 꺼내놓지 못했고 최근에는 꼭 한번 뵙고 싶었던 분과 만남의 자리가 있었는데 주저하며 망설이다가 한마디 말도 건네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왜 자꾸만이렇게 주저하고 망설이게 되는 것일까?


정류장을 지나칠 때 기사님을 부르면 행여라도 승객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할까 봐, 텅 빈 옷가게에선 사장님의 시선이 나에게로만 향해 맘에 드는 옷이 없어도 왠지 꼭 사고나와야 할 것 같아서, 낯선 이들 사이에서는 내가 괜한 말을 꺼냈다가 한순간에 분위기가 싸해질까봐서 였다. 나는 언제나 남의 시선과 평가가 두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이토록 의기소침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MBTI 결과는 ENFP가 나왔다. 하고 싶은 것도 벌리고 싶은 일들도 많아서 그럴까? 잘려고 누우면 머릿속에 수만가지의 생각들이 떠올랐고 그때마다 적어둔 메모장은 언제나 금새 가득찼다. 헌데 이렇게 많은구상 중에 실행에 옮겨 본 것은 고작 한 두 가지뿐이었다. 사람들의 호응이 없으면 어쩌지? 그리고 호응이 없는 모습을 보는 또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한심하게 여기면 어쩌지? 언제나 나는 남들의 시선과 평가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과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순간도 있었다. 이곳에 일주일에 한 번씩 '나 인터뷰' 연재글을 쓰는 찰나가 그랬다. 타인에게 쓰던 신경을 점점 나에게로 옮겨오면서 관계와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 글을 누군가가 읽는다면 당연히 감사한 마음이지만 연재하기로 약속한 건 그 누구와도 아닌 나 자신이기 때문에 좋아요 갯수나 독자들의 평가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주저하는 마음은 언제나 타인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 때문이었다. 송길영 부사장님의 책  <핵 개인의 시대>에서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당신만의 서사입니다. 당신이 그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기여가 얼마만큼 치열했는지. 성장과 좌절이 진실하게 누적된 나의 기록은 유일무이한 나만의 서사입니다.' 라고 말한다. 나는 지금 나만의 유일무이한 서사를 기록하는 중이다. 그리고 가수 윤종신님은 송길영 부사장님과 나누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문가는 노력하면 될 수 있지만 고유성은 나만의 서사로부터만 가능한 유일무의 한 것이라고’


자꾸만 주저하고 망설이게 되는 이유들이 고작 남들의시선과 평가 때문이었다니. 분했다. 공개적으로 홍보하는 글쓰기가 아닌 진짜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지금 나는 어떠한 것도 두렵지 않다. 내가 쓰는 글들에공감하는 분들도 계실테고 끝까지 읽고 싶지 않을만큼나와 다른 분들도 계실 것이다. 어쨌든 사람들은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 갈 때 주위를 기울인다.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분들은 모일 것이고 나를 계속해서 평가하는 사람들은 또 그렇게 흩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 이야기를 쓰고 그 이야기에 공감하시는 분들과 작은 동네를 이루며 진실된 마음으로 고유하게 교류하며살아나가면 된다. 한 때는 개인보다 사회가, 공동체를 위한 삶이 올바른 삶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주변을 챙길 여력은 결국 개인의 행복으로 부터가 출발이다. 내가 행복해야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고운말이 나가는 것처럼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결국 이 사회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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