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분더 Nov 29. 2023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살아가는데 가장 강력한 동력은 무엇일까? 나에게 그것은 ‘꿈’이었다. 중학교 2학년때 단짝친구는 가정환경과 이런저런 상황들이 얽히고 설키면서 학교와 멀어지고 낮보다 밤에 가까운 생활을 이어오면서 점점 소식도 인연도 끊어졌다. 사춘기와 함께 찾아온 슬픔은 한동안 나를 힘들게 했었다. 그때부터 꿈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줄 수 있는 일이 업業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바람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동복지를 전공해서 사회복지사가 되었고 그로부터 7년은 아이,주부,어르신들을 만나며 일했다. 그리고 퇴사 후 1년은 나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호주를 시작으로 이탈리아를 여행했고 이듬해결혼했다.


결혼 10년차, 삶은 원래 항상 쓰다는 사실을 당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다행히 쓰디쓴 삶도 글을 쓰거나, 다이어리를 쓰거나, 책을 읽고 문장을 쓰거나. 아무튼 무엇이든 쓰면 쓸수록 나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쓰는 것이 좋아 쓰는사람이 되었고 좋아하는 것을 넘어 ‘쓰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꿈에는 힘이 있었다. 어디론가 나아가는 동력이 자꾸만 생겨났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려면 다양한 커뮤니티의 참여경험이 있어야 했고 올 한해동안 많은 커뮤니티에 참여했다. 대부분 쓰기를 중심으로 확장되는 커뮤니티였다. 그런데 정말 이상했다. 참여했던 모든 커뮤니티에서 소외감을 느꼈다. 소속감과 연대감 속에서서로 위안을 주고 받을 줄 알았는데 그 끝은 언제나 소외감으로 끝이났다. 내가 못난 탓인가? 한동안 내가봐도 내가 너무 찌질해보여 우울했다.


커뮤니티는 같은 주제를 루틴에 맞게 인증하며 리더와참여자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게을러지는 날이면 부지런한 누군가를 보며 실천할 힘이생겼고 내 글에 누군가 반응해주면 인정받은 기분이 들어 기뻤다. 벙개모임이 생기면 만나기도 하고 그 안에서 누군가와는 친분이 두터워졌다. 친분은 자연스럽게 공개적으로 인증되었다. 소외감은 그때부터였다.개인적으로 쌓이는 애정도 좋고 친분은 더 없이 좋지만, 그리고 나도 그렇게 쌓인 관계가 있고 그 관계가 감사하고 소중하지만, 이 좋은 감정들은 서로만의 것이 아니던가. 얼마전에는 하필이면 벙개모임마다 일이 생기거나 연이 닿지 않아 마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이 나도 모르는 사적 모임들이 늘어났고 그들만의 추억들은 연이어 곳곳에 인증되었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한 두번은 아쉬움, 그 다음은 부러움, 마지막으로 소외감이 차례대로 찾아왔다.


커뮤니티를 참여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에 대해 누군가 반응해 주었을 때 느끼는 인정받는 기분,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결과물을 서로 공유하면서 보고 배우는 새로움, 마지막으로 팀원들 간의 연대감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팀원들은 물론이고 리더와 가까워지고 싶은 욕망은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가까워지고 싶은 상대가 다르고 결이 맞는 사람도 각각 다르게 존재한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나고, 친해지고 각별해지는 건 전적으로 자유다. 하지만 그것은 당자사들끼리만 공유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제외된 사람들까지 굳이 그들의 특별한 친분을, 쌓인 애정을 공개적으로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을까? 서슬픈 의문이 들었다.





문득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셋이 친했는데 그중에서도한 명의 친구와 특히 친했고 좋아했다.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그 친구와 더 많이 교류했고 주고받는 것도 많았다. 그것들은 대게 자연스레 다같이 모인 교실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때 내가 이 친구와 이야기나 물건, 친밀감 같은 무언가를 주고 받았을때 남아 있는 또 다른 친구의 마음은 마치 지금의 내 마음 같지 않았을까? 안봐도 되는 광경들을 지켜 보면서 아마도 차곡차곡 소외감이 쌓여갔을 것 이다. 누군가를 향한 특별한 애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드시 그 주변인을 소외시킨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때문에 반드시 은밀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누군가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마음은 그 누군가에게만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쓰기위해 다이어리를 펼쳤다. 거기에는 커뮤니티 운영규칙 제 1항. 사적인 친분은 인증하지 않는다. 라고 조용히 쓰여있다(아주 작은 글씨로). 장황한 이야기였기만 사람들 사이에 내가 없다는 사실에 자꾸만 작아지고 배가 아프다는 볼품없는 마음을 고백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빛나는 사람들에
의해서 돌아가지만
그 빛은 어둠속에 존재하는 이들
덕분에 반짝인다.



어둠도 빛도 모든것은 변한다. 특히나 인간관계는 더 자주 변한다. 그러므로 내가 꿈꾸는 ‘쓰는’ 커뮤니티는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을 찾고 쓰면서 그것들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






이전 03화 얼마큼이 진짜 슬픔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