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앞 덩치 큰 노송은
포용하 듯 두 팔 벌리고 섰고
늙은 벚나무는 봄날에 곱게 입었던
비단 저고리는 벗어던지고
지나온 세월을 안으며 쓰러질 듯
극락암 마당을 지키고 섰다
저 멀리 극락암을 받쳐주는
크고 작은 영축산 바위들은
큰 칼 옆에 찬 씩씩한 장수 모양
하늘과 어우러져 병풍처럼 서 있고
절 마당에 종종걸음으로 오고 가는
애타는 중생들의 번뇌를 아는 듯하다
절 마당은 고즈넉하기만 하고
여유로운 마음은 구름을 방석 삼았는데
고목에도 세월의 덧없음은 묻어있고
어찌 그러지 않을 수가 있으랴
이 세상을 품어주며 견뎌온 세월이 얼마인데
그 모습이 남 같지 않아 더 마음이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