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가질 가치가 있나요?
아이를 낳고 싶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몇 명을 낳고 싶으신가요?
네, 아주 어려운 문제입니다. 아이들은 엄청나게 큰 기쁨을 주지만,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듭니다.
또래 친구 중 제가 빨리 결혼한 편이고 아이를 가졌기 때문에 친구들은 저에게 많이 물어봅니다.
아이를 가질 가치가 있나요?
이 어려운 질문에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비용-효용 분석으로 계산기를 튕기면 아이를 갖는 결정을 하기 어렵습니다."
저처럼 깊은 고민 없이 아이를 갖은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산과 양육의 장점과 단점을 분석하여 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출산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2023년 2월에 발표된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0.78입니다. OECD 회원국 중 독보적인 꼴찌입니다.
출산율 0.78이라는 숫자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일부 외국 뉴스 채널은 "한국 사회가 집단 자살로 가고 있다."라는 선정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행복하게 만드나요?
당연히 사람마다 다르겠죠. 일반적으로 말하면 단기적으로는 행복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아이를 갖는 것이 부모를 행복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이런 답변은 전혀 도움이 안 되시죠? 도움 되는 답변을 찾기 위해 연구 논문을 찾아봤습니다. 영국인 엄마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지만 한국인 엄마에게 적용해도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습니다.
연구진은 1,379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행복 수준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출산 5년 전 그들의 행복 수준을 0으로 맞췄습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첫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그들의 행복 수준은 지속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났을 때 절정을 찍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의 행복감은 급락합니다. 육아는 영화처럼 아름다운 장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육아는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아이의 똥이 어른 똥 냄새보다 지독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육아가 어려운 것은 과거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많은 아이를 낳았는데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왜 출산을 꺼려 할까요?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출산율이 0.78까지 떨어졌을까요?
첫 번째 변화는 경제적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계산기를 튕겨보면 아이를 낳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었습니다. 부모가 늙으면 아이들이 부모를 섬기고 보살폈습니다.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자식 세대가 성장하면서 부모 세대보다 좋은 경제력을 가지게 되었으면 부모를 보살피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요? 역사상 최초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자식 세대가 예상됩니다. 경제 성장률이 낮은 사회에서 자식 세대는 부모 세대를 보살필 경제적 여력이 부족합니다. 또한, 과거에는 연금이 없었기 때문에 부모 세대는 자식에 의존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연금 상품이 있습니다. 굳이 자식에게 노후를 맡기는 위험한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두 번째 변화는 여성의 교육입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직장을 갖게 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직업상 엄청난 희생을 해야 하는 출산에 대한 선호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 변화는 양육 기간입니다. 과거에는 고등학교까지만 부모가 보살펴주면 자식들이 알아서 살 길을 찾아갔습니다. 경제가 크게 성장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기회는 많았습니다. 현재는 대부분 대학 졸업까지 부모가 지원합니다. 첫 직업을 갖는 나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30대 초반 신입이 이제 흔합니다.
네 번째 변화는 양육 비용입니다. 학교 교육은 형태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어 유치원부터 이어지는 사교육은 부모에게 엄청난 부담이 됩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출산은 이제 일반 서민은 하기 힘든 선택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살펴봤습니다. 우리나라 연구 결과는 편차가 커서 미국 연구를 가져왔습니다.
미국의 경우, 17세까지 약 $286,717(약 3.7억 원)가 소요되며, 대학 졸업까지는 $413,809(약 5.37억 원)가 소요됩니다. 2명의 자녀를 둔 제가 봤을 때 한국도 미국만큼 많은 비용이 들 것 같습니다.
낮아지는 출산율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국가는 강력한 육아 휴직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살펴볼게요. (출처: OECD, 2022년)
일본: 12개월, 월급의 2/3까지 지급
영국: 6개월까지 월급의 100%, 33개월까지 육아휴직 가능
대한민국: 12개월, 월급의 80%까지이며 상한 150만 원
정량적인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육아 휴직 제도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해본 사람으로서 감히 평가하자면 이 제도를 편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제가 육아휴직을 한 2016년에도 육아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되었지만,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것은 회사에 빅 엿을 날리는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지금은 육아 휴직에 대한 인식이 조금 변했는지 모르겠네요.
"엄마의 페널티"
대부분의 육아 휴직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의 국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육아 휴직을 더 많이 합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커리어 우먼의 장기 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성별에 따른 차별이 비교적 작은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임에도 엄마의 장기 소득 감소는 상당했습니다. 독일 엄마는 약 61%의 소득이 감소했고, 육아 관련 가장 이상적인 문화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도 20% 이상의 소득이 감소했습니다.
결국, 육아를 선택한다는 것은 커리어에 있어서 상당한 희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 서두에 드린 질문을 다시 해보겠습니다.
아이를 낳고 싶으신가요?
좋은 복지 제도는 육아의 길을 선택하는 데 인센티브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답변은 달라질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계산기를 튕기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현재로는 더 효율적인 대안입니다. 그러나, 아이를 낳는 결정은 경제적이고 감정적인 문제입니다.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출산과 양육에 대해 후회하는 부모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지만, 자녀를 낳고 키웠던 것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말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기쁨이 있지만, 아이가 주는 기쁨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어렵고 힘든 점이 많지만 육아와 출산에 대해 제 경험을 바탕으로 감정적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고 가장 잘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