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년 전통의 은행 CS가 왜 망했나요?
1856년 설립된 크레디트스위스 그룹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 은행입니다. 취리히에 본사를 둔 크레디트스위스는 글로벌 9대 은행 중 하나입니다. 은행 고객의 정보 비밀 엄수와 보수적인 투자로 유명했던 크레디트스위스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가장 덜 영향을 받은 은행 중 하나였습니다.
16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어떻게 망하게 되었을까요?
크레디트스위스가 망하게 된 이유를 한 가지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최근 크레디트스위스가 연루된 사건을 봤을 때 윤리와 비전 부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비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아래와 같은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객에게 세심한 배려와 기업가 정신으로 서비스함으로써 지속적인 가치를 구축합니다.
그러나, 실제 크레디트스위스는 그들의 비전과 다른 사업을 영위했습니다. 2008년 이후 크레디트스위스는 스파이 스캔들, 독재자의 재산 은닉, 단기 자본차익을 위해 지나치게 높은 레버리지 투자 등 비전과 동떨어지는 사건에 연루되었습니다. 은행의 윤리적 관행과 회사 문화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갔습니다. 167년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 최대 은행 중 하나였던 크레디트스위스가 어떻게 망하게 되었는지 하나씩 알아볼게요.
크레디트스위스의 역사
크레디트스위스는 1856년 스위스의 철도 시스템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스위스의 전력망과 유럽 철도 시스템을 만드는 데 큰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자금 조달을 해주는 기관이 필요했고 그 역할을 크레디트스위스가 담당했습니다. 1900년대는 중산층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대였습니다. 시대 변화와 UBS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적 성격이 강했던 크레디트스위스는 리테일 금융으로 전환을 시작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M&A를 통한 외형 확장을 꾀했습니다. 윈터투어 그룹, 스위스 폭스 뱅크, 스위스 아메리칸 증권 주식회사(SASI), 뱅크 루와 같은 기관을 인수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크레디트스위스는 가장 영향을 받지 않았던 안정적인 금융 기관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위기와 몰락
크레디트스위스는 2008년 이후 자금 세탁, 독재자의 자금 은닉 등 다양한 스캔들에 연루되어 고객의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이와 동시에, 지나치게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로 은행 2022년 하반기 고객들은 약 158조 원의 예금을 인출하였고 크레디트스위스는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최대 기관 주주로는 사우디 국립은행(9.88%), 카타르 투자청(5%), 블랙록(5%) 등이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 국립은행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에 "더 이상 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크레디트스위스의 주가는 20% 이상 급락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망할 경우, 전 세계 금융 시장이 휘청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위스 중앙은행도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스위스금융시장감독청(FIINMA)과 공동성명을 내고 "CS가 은행에 부과되는 자본과 유동성 요건을 충족하고 있지만 상황이 변하면 중앙은행의 개입이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며칠 뒤, 스위스 은행인 UBS는 크레디트스위스 32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스위스국립은행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UBS의 인수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스위스국립은행은 이번 인수 지원을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의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던 크레디트스위스를 UBS의 인수가 인수함에 따라 급한 불은 끄게 됐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와 금융의 불확실성은 전혀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크레디트스위스 사태에 대한 정리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가 어떤 스캔들과 손실에 연루되었는지 궁금하신 독자들은 끝까지 글을 읽어주세요.
크레디트스위스의 대표적 스캔들과 손실 사건
Mismarking, 2007
2007년, 두 명의 크레디트스위스 트레이더는 30억 달러의 가치를 과대평가했습니다. 연방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는 트레이더가 많은 보너스를 받기 위해 조작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트레이더들은 다른 금융 회사에서 일했던 친구들한테 부탁하여 채권 가격을 부풀렸으며 가짜 거래를 통해 부풀려진 가격을 시장 가격으로 만들었습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트레이더들의 조작을 발견한 후 26억 5천만 달러를 상각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가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장부상 채권 가격을 인위적으로 평가절상하려는 뻔뻔한 계획"이라고 이들을 비판했습니다.
뉴욕주법 위반, 2009
2009년 12월 16일, 미국 법무부는 1995년부터 2006년까지 법을 위반하여 돈을 송금하는 것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크레디트스위스를 수사했습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5억 3600만 달러를 몰수당했습니다.
외환 조작, 2013
2013년 크레디트스위스는 카르텔을 형성하여 소비자들에게 해로운 카르텔에 참여하고 다른 대형 글로벌 은행들과 환율 조작을 했다는 이유로 8,33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2017년 모잠비크 비밀 대출 사건
2012년과 2016년 사이에 크레디트스위스는 모잠비크의 재무 장관 마누엘 창과 함께 참치 어업 사업 확장을 위해 13억 달러의 대출을 중개했습니다. 이 대출금은 참치잡이로 벌어들인 수입과 국내 신생 천연가스 수출금을 상환 자원으로 채권이 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재무 장관이었던 마누엘 창의 사업은 거짓이었고 사기 행각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채권 발행의 투명성 부족, 리베이트, 횡령될 가능성이 있는 대출 주선에 대해 영국, 미국, 유럽 규제 당국으로부터 거의 5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미국 해외 부패 관행법 위반, 2018
2018년 7월 5일, 크레디트 스위스는 미국 법무부에 4700만 달러의 벌금과 3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SEC의 조사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는 외국 부패 관행법을 위반하여 100명 이상의 중국 공무원과 관계자를 고용하고 승진시킴으로써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은행 투자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됩니다.
아르케고스 캐피털, 2021
2021년 4월, 크레디트스위스가 아르케고스 캐피털에 제공된 주요 중개 서비스와 연결된 47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한 후 최소 7명의 임원이 직위에서 해임되었습니다. 아르케고스 캐피털은 한국계 투자자 빌 황(한국명 황성국)이 설립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빌 황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은행에 무려 100억 달러(약 12조 원)의 손실을 입혔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이틀 만에 200억 달러를 잃어버린 빌 왕'이란 제목을 붙였고 "현대 금융 역사에 기록될 만한 최단 시간 손실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마약 자금 세탁 사건
2022년 2월 7일, 크레디트 스위스는 형사 재판을 받았습니다. 스위스 검찰은 2004년부터 2008년 사이 에벨린 바네프 주변의 불가리아 코카인 밀매 조직이 수백만 유로의 현금을 세탁하도록 허용한 것에 대해 크레디트 스위스로부터 약 4,5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2022년 6월 27일, 스위스 연방 형사재판소는 크레디트스위스와 은행 직원 중 한 명이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2022년 스위스 비밀 누설 사건
2022년 2월, 스위스 은행에 1,000억 스위스 프랑 이상의 계좌를 보유한 30,000명의 고객들의 세부 정보가 유출되었고, 고객 정보와 비밀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은행에 계좌를 가진 사람들 중에는 인신매매범, 고문, 마약 밀매범이 운영하는 계좌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결론
돈도 감정을 가진 실체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무리 계획이 좋고 똑똑한 사람이 모인 집단이라도 나쁜 돈을 나쁜 의도를 가지고 쓰면 돈은 협조하지 않습니다. 한 때 글로벌 투자 은행의 정석으로 생각되던 크레디트스위스의 파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글로벌 9대 은행도 윤리와 비전이 없다면 망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윤리와 기업 문화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