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충실하게 쌓이는 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좋은 것 말이다. 며칠 전부터 눈에 띄었던 먼지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깔끔 떠는 성격과 게으른 태도가 공존하는 나는 더러운 건 싫고, 청소하는 건 더 싫은 딜레마에 빠져 산다. 남편은 깔끔 떨지는 않고 청소하는 건 싫어한다.
“에잇, 큰 청소기 꺼내서 청소하자!”
휴일 오후에 내가 분연히 일어났다. 남편은 얼결에 청소기를 꺼내왔다. 내가 소파 등받이 위 서랍장 위 등등 모든 ‘위’를 열렬히 닦고, 내친김에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후드 등을 가열차게 박박 닦는 걸 곁눈질하며 남편도 베란다까지 구석구석 청소기를 돌렸다.
“아, 이제 그만하자.”
남편이 말했다.
청소를 끝내고 지친 우리는 각각 소파와 침대를 차지하고 뒹굴뒹굴했지만 체력은 쉬이 회복되지 않았다. 얼마간은 최대한 어지르지 않고 살겠지. 먼지는 또다시 내려앉을 수 있는 모든 곳에 공평하게 쌓일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