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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구이 백반

by 김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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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 생선구이 대자로 주세요.”

동생이 말했다.

쇼핑을 끝내고 이른 저녁을 먹으러 갔다. 아버지의 옷을 사는 건 2년 만이었다. 그간은 늘 다 있고 필요한 건 없다고 했다. 겨울 바지 두 개와 외투, 기모 티셔츠, 니트와 모자도 하나 샀다. 아버지는 원하는 것을 고르는데 애를 먹었다. 정장은 불편했고 스포츠 웨어와 등산복은 젊은 사람 위주로 나와서 바지통이 좁았다. 중심 잡기 힘든 노인이 여기저기 다니며 옷을 입어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피곤했던 아버지와 나 그리고 동생은 식당에서 밥이 나오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밑반찬이 놓이고 따끈한 밥이 나온 후, 갓 구운 고등어, 가자미, 임연수, 연어, 조기가 커다란 도자기 접시에 담겨 나왔다. 곧이어 된장찌개와 계란찜도 나왔다.

“천천히 드세요.”

내가 말했다.

아버지가 가자미 살을 떼려고 해서 내가 젓가락으로 눌렀다. 조금 말린 후 구운 가자미는 혼자 살을 떼어내기 힘들었다. 그 후부터 나는 구운 생선을 집어가는 아버지를 눈여겨보았다.

“아버지, 그거 가시 있어요.”

“응, 그래?”

대답은 했지만 가시를 빼지 않고 그대로 먹었다. 돋보기가 없어서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팔순이 넘었지만 내게는 아버지였으므로, 무의식 중에 나는 아버지가 나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곤 했다. 아버지를 신경 쓰는 건 나와 동생이었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랬다. 창밖은 어느새 어두워져 있었다. 두껍고 어두운 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낙엽을 밟으며 지나갔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노랗고 빨간 나뭇잎이 가끔 유리창에 부딪쳤다.

네댓 살 무렵, 나는 아빠 손을 잡고 환한 불이 켜진 겨울 밤거리를 걸었다. 엄마와 동생은 없었다. 어디를 가는 중인지는 모르지만 내 손에는 색색의 동그란 엠앤엠즈 초콜릿 봉지가 들려 있었다.

“아빠, 이거 나 혼자 다 먹어도 돼요?”

“그래. 그렇게 해.”

젊은 아빠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동생과 나누지 않아도 되는 보물을 손에 든 나는 팔랑팔랑 날아가듯 걸었다. 그 후에 그 초콜릿을 정말 혼자 다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와 둘만 나눴던 행복한 기억이 짧은 동영상처럼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나는 말없이 고등어를 뜯어 아버지 밥그릇에 놓았고, 조기와 가자미 연어도 그렇게 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임연수는 내 원 가족은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크고 난 후 생선살을 뜯어서 밥 위에 올려주는 건 오랜만이었다.

“아버지, 밥 먹고 우리 차 마시러 가요.”

동생이 말했다.

“그래. 그러자꾸나.”

아버지가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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