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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토

by 김서연
망토.jpg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망토를 찾았다. 봄 색인 베이지색과 하늘색은 옷걸이에 걸려 있는데, 가을에 어울리는 검은색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인이 인터넷 쇼핑몰을 접을 때 이것저것 몇 개 사두었던 것들이다. 검은색 망토는 스카프들 밑에 있었다. 울 100%였고 굉장히 따뜻했던 것 같은데 꺼내보니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두께도 얇았다.

“철이!”

화장실에서 나오던 남편이 나를 보고 말했다.

“철이? ……쳇!”

이젠 그런 말을 들어도 슬프거나 노하지 않는다. 얼른 눙칠 수 있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곧바로 잊어버린다.

“커피 마실래?”

남편이 물었다.

“좋지.”

망토를 도로 집어넣으며 내가 대답했다.


은하철도 999는 내가 좋아했던 만화다. 비현실적인 꺽다리 메텔과 함께 기계 몸을 얻기 위해 우주를 여행하던 철이. 만화를 보는 동안 이유 같은 건 각설하고 우주를 여행하며 모험을 하는 철이가 부러웠다. 그때는 꽤 심오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봐도 그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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