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추를 좋아한다. 곶감도 좋아한다. 나를 뺀 가족들은 모두 좋아하지 않는 것들이다. 요즘 나오는 사과대추를 매일 먹는다. 잠드는 데 문제가 있는 나는 대추를 먹으면 비교적 잠을 잘 잔다. 대추에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들어있는 것 같다. 콰드득 물기가 적은 대추를 베어 물면 대추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내가 있던 자리에는 대추씨가 모여 있다.
오래전 수안보에 갔을 때, 저녁을 먹고 호텔로 들어가다가 그곳에서 파는 곶감을 샀다. 밤에 티브이를 보면서 나는 곶감을 먹었다. 잠자게 불 좀 꺼달라는 남편의 요구에 나는 불을 껐다. 창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달빛 속에서 계속 곶감을 먹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침대 옆 테이블에 곶감 씨가 소복이 쌓여 있었다. 밤에 내가 먹은 곶감의 흔적이었다. 그러고도 변비에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소화가 잘 안돼서 곶감을 그렇게 먹지 못한다. 아직 대추는 많이 먹을 수 있다. 먹을 수 있을 때 실컷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