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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할로윈~

by 김서연




어떻게 망가져도 괜찮은 할로윈 분장을 하고 같이 놀 친구가 있는 사람들은 신나게 즐겼으면 좋겠다. 외국 풍습이니 뭐니 할 거 없이 재밌게 놀면 되지 뭐. 전에 미국 갔을 때 보니까 집집마다 할로윈 장식을 잔뜩 해 놓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은 내게 할로윈보다는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로 기억된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 진짜 이유를 말하면 상처 받을까 봐, 너는 내게 과분하다든가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 같은 비릿한 말을 남기고 헤어진 연인을 추억하는 노래다. 거 참 구리네, 싶다가도 그런 옛사랑이라도 있다면 이런 계절에 떠올릴 추억이라도 있을 텐데 하며 아쉬워한다. 딱하게도 나는 한 남자를 사귀고 그 남자랑 결혼했다.

다시 할로윈으로 돌아와서, 살면서 실제로 유령을 본 적은 없지만 꿈에서는 봤다.

후쿠오카에 처음 갔을 때였다. 첫날밤, 남편은 잠이 들었고 나는 깨어 있었다. 남편은 원래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일 분도 안 돼서 잠드는 사람이고 나는 아주 어렵게 잠이 드는 사람이다. 한두 시간을 뒤척이다가 설핏 잠이 드는 가 싶었는데, 어떤 기척이 느껴졌다. 순간 더럭 겁이 났다. 누군가 내 침대 옆에 서서 나를 신기한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가만히 있어보니 소름이 돋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옛날 옷을 입고 보통 사람의 반 정도 크기인 그들은 어른과 아이였고, 아버지와 아들처럼 보였다.

“여행객입니다. 잘 놀고 갈게요.”

나는 겸손한 마음을 담아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남자가 한 손을 들어 공중에서 두어 번 나를 도닥였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는 잠이 들었다. 그 여행은 즐거웠다. 돌아오는 날 남편이 구운 찹쌀떡을 넣은 팥죽을 먹다가 쏟아 손목을 살짝 데었다. 옆자리에 있던 일본 아주머니가 근처에 있는 자기 집에 뛰어가 화상 밴드를 가져와 붙여주었다. 얼마 전 은행에서 정년퇴직했다는 그녀에게 나는 무언가 줄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지갑에 있던 우리나라 돈과 동전을 꺼내 주었다. 낯선 돈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기념으로 간직하겠다며 미소 지었던 그 사람도 어디에서든 해피 할로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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