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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by 김서연




횡단보도에서 운동복을 입은 여자 둘이 내 앞을 지나갔다. 모녀 같았다.

“그러려니 해, 엄마. 아빠 그러는 거 한두 번이야.”

뭐라고 얼버무리는 엄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발걸음을 빨리해서 그들을 지나쳤다. 공원 입구에 있던 출입 금지 가림막이 사라졌다. 내 앞에는 무릎 보호대를 한 아저씨가 걷고 있었다. 작은 푸들이 걷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함께 걷던 여자가 “왜? 걷기 싫어?” 하고 물었다. 푸들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예쁜 강아지였다. 어린 억새가 햇볕에 반짝였다. 십 대 초반의 소년들 네댓 명이 우르르 앞으로 몰려갔다. 주로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공원을 빠르게 걷고 다이소에 들러 플라스틱 용기를 샀다.

채소와 과일을 파는 곳에 파란 단감이 있었다.

“파래도 달아요.”

내 눈길을 따라 단감을 본 사장이 말했다.

그곳은 원래 사진관이었다. 신학기가 되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 사진을 찍었고, 한 시간 후에 찾으러 갔던 곳이었다. 한동안은 휴대폰 매장이었는데, 지금은 채소와 과일을 싼값에 팔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은행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은행잎은 아주 조금 색이 변했다. 얼마 전까지도 가을이라고 하기엔 서먹했는데, 어느새 날렵하고 명쾌하게 가을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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