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간 있어?”
오랜만에 전화한 L이 말했다.
왜냐고 물으니 예매해둔 전시회가 있는데 갈 수 있냐고 물었다.
“뭔데?”
L의 대답을 듣고 바로 그러자고 했다.
전 같으면 그게 뭔지 찾아보고 맘에 들면 가고 아니면 말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늘 내 취향인 것을 보고, 듣고, 입고, 먹었다. 예전엔 없었던 프레임이 나이가 들면서 점점 형태를 갖추고 견고해지고 있었다. 싫고 좋음도 뚜렷해졌다. 이러다가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는 건 아닐까. 개굴개굴 같은 말만 반복하고…….
그래서 올해, 나는 되도록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물론 다 소소한 것들이겠지만 스스로 찾아서도 하고, 누군가 제안을 하면 재지 않고 시간을 내서 해 볼 생각이다.
전시회는 좋았다. 목표치인 7000보 보다 훨씬 많이 걸었다. 어렸을 때 세 개의 꼭짓점을 연결해 땅따먹기를 했던 것처럼 조금씩 재미있게 내 지평을 넓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