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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Jan 25. 2022

해저터널과 바다


  얼마 전 개통했다는 해저터널에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가는 동안 미세먼지 때문에 뿌옇던 하늘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하늘색이 군데군데 보였다. 터널이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 차는 1차선에 서 있었다. 좌회전 차선이었다.

  “직진해야 하는데 잘못 섰네.”

  남편이 말했다.

  좌회전을 하면 대천해수욕장이었다.

  “우리 대천해수욕장에 갔었나?”

  내가 물었다.

  “아니, 안 가봤을걸.”

  “그럼 가보자.”

  말하자마자 좌회전 표시등이 켜졌다. 화살표가 권유하는 곳으로 차를 돌렸다. 대천해수욕장은 이름에 걸맞은 곳이었다. 오랜만에 탁 트인 바다와 넓은 해변을 보니 좋아서 웃음이 났다. 해변의 경사는 완만했고 모래는 곱고 단단해서 걷기에 좋았다. 파도가 얕은 해안으로 부드럽고 조용하게 오고 갔다. 서해안인데도 물이 탁하지 않았다. 멀리 섬 하나가 보일뿐 망망대해가 눈앞에 펼쳐졌다.


  바닷바람을 맞아서인지 눈가에 자꾸 눈물이 흘렀다.

  “울어?”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눈가를 찍어내는 나를 보고 남편이 물었다.

  “아니, 안구건조증 때문인가? 한번 눈물이 나오니까 자꾸 나와. 자기는 애꾸네.”

  남편은 한쪽에만 김이 서린 안경을 끼고 있었다.

  바다를 보며 나란히 걷다가 뒷걸음질로 걸어도 걸려서 넘어질 게 없었다. 마스크 사이로 살그머니 바다 냄새가 들어왔다.


  한쪽에 집라인을 타는 커다란 타워가 있었다.

  “겨울엔 안 하겠지? 이 추운데 저런 걸 누가 타겠어.”

  남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람들이 팔을 벌리고 소리를 지르며 내려갔다. 해양바이크도 있었다. 그런 걸 봐도 아무런 유혹을 느끼지 않았다. 모든 건 유한한 것 같다. 계속 재밌지도 계속 맛있지도 않다.


  차를 타고 해저터널을 지나갔다. 그냥 좀 긴 터널이었다.


  남당항에 들러 새조개 샤부샤부를 먹었다.

  “와 번데기다.”

  내 말에 반찬을 내려놓던 분이 치울까요? 하고 물었다.

  “아니요. 좋아해요.”

  내가 대답했다.

  생굴도 조금 나왔다. 12월에 굴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혈액형이 O형이면 익힌 걸 먹는 게 좋다고 했던 게 기억났다. O형이 노로바이러스에 취약하다는 말이 있다고. 어쩐지 생굴보다 굴전이나 굴밥 같은 게 더 좋더라니.

  “나는 O형이 아니라 괜찮은데…….”

  냄비 속에 퐁당퐁당 굴을 넣고 있는 내게 남편이 말했다.

  새조개뿐 아니라 샤부샤부 속에 든 배추와 시금치도 달고 맛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밤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거대한 비닐하우스를 보았다. 그 안에서 불면의 밤을 보낼 식물이 애처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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