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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Mar 11. 2022

지난주, 그리고




  “지금 뭐 해? 바쁘니?”

  S의 전화였다. 

  “아니, 그냥 집에 있어.”

  내가 대답했다. 

  “누구한테든 전화 오면 곧장 받지 말고, 바쁜 척 좀 하랬지.”

  S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묻어났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

  “내가 그쪽으로 갈 테니까. 네 집 근처 공원에서 좀 걷자.”

  “좋아. 나도 걸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미적거리고 있었어.”

  한 시간 후에 공원의 제일 큰 조형물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도무지 간이 배지 않는 곤약 국수로 만든 유부우동을 마저 먹었다. 찰지고 보드라운 잔치국수나 쫄깃한 우동과는 비교할 수 없는, 좀 과장해서 실리콘 같은 맛이었다.      


  꿈에 누군가 내게 오레오 쿠키를 하나 주었다. 

  “나(당뇬데), 먹어도 돼?”

  “그럼. 이건 괜찮아.”

  누군가의 명쾌한 답에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원래 오레오 쿠키를 좋아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보는 ‘과자’이고 먹어도 된다는 말에 통째로 냉큼 입속에 집어넣었다. 황홀한 맛이었다. 하나만 딱 하나만 더 먹고 싶었는데, 그만 잠이 깨고 말았다. 생생했다. 받아 든 느낌, 입에 넣었을 때의 감촉, 달콤하고 따뜻한 맛.      


  다시 생각해도 입맛이 다셔졌다. 나는 그릇에 남은 유부 조각을 마저 건져먹고 간단히 씻은 다음 나갈 준비를 했다. 요즘 자주 입는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카키색 얇은 패딩 점퍼를 입은 다음 그보다 더 엷은 카키색 니트 모자를 썼다. 

  S와 함께 걸으니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이 걸었다. 나는 좀 지쳐서 차는 다음에 마시기로 했다. 아직 긴 머리를 유지하고 나보다 훨씬 날씬한 S는 지친 기색 없이 활기차 보였다. 역시 사람은 한 만큼 할 수 있는 것인가. 

  나도 이제 꾸준히 해야지!

  결심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오미크론(?)으로 일주일을 앓았다. 모든 증상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무기력하지만 자가 검사는 몇 번을 해도 안 나와서 자체 격리를 했다. 집에서도 안방에서만 먹고 자며 넷플릭스 드라마만 줄기차게 보고 있다.      


  -아프다며?

  S에게서 카톡이 왔다. 

  -응. 가지가지하는 중이야. 넌 괜찮아?

  -난 아무렇지도 않아. 좀 어때?

  -목소리만 이상하고 많이 나아졌어. 

  -다행이다. 푹 쉬고 충분히 회복하면 또 걷자. 

  S가 공원에서 찍은 사진을 보냈다. 산수유 꽃망울이 노란 속살을 살짝 내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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