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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Feb 29. 2024

2월 (마지막 날에)


  비도 안 왔는데, 도로와 인도가 축축했다. 

  "겨우내 언 땅이 녹아서 그래. 이맘때 참 좋지 않니?"

  M이 말했다. 

  그동안 난 2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2월은 겨울은 아니고 그렇다고 봄도 아닌, 주인공들 사이에 끼어 존재감 없이 후딱 지나가버리는 무채색의 달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원래 여리고 푸르고, 비도 바람도 온통 다정한 곡우(4월 중순쯤) 즈음을 가장 좋아한다. 

  "낮이 확실히 길어지고 있어."

  M이 이어서 말했다. 

  2월이 좋다는 사람과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마음이 조금씩 내게로 옮겨오는 것 같았다. 


  M과 헤어져 도로 한가운데 있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낯선 곳이라 타야 할 버스의 번호를 마음속으로 되뇌는데, 따뜻한 햇볕이 주위를 감쌌다. 확연히 아름다운 것에만 집중했던 시선을 돌려 2월을 다시 보았다. 

  봄 쪽으로 부등호가 열린 2월, 차갑지만 매력 있네. 


(그나저나 2월도 다 갔네요. 모두 다가올 멋진 봄, 만끽하시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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