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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성 Aug 05. 2022

결혼만 해본 남자와 연애만 해본 여자의 중년 연애-1

50에 터득한 중년의 연애 교훈

나는 가끔 남편과 연애시절 이야기를 하다 우리가 결혼에 별 어려움 없이 골인한 이유는 다름 아닌 나의 지혜로운 판단과 대응이 결정적이었음을 강조하며 남편에게 감사를 강요하곤 한다. 변수 많은 연애 과정에서 자칫 별것 아닌 일로도 이별할 수 있는 연애 초기, 나는 청춘 시절에는 전혀 없었던 지혜가 어디서 그렇게 솟아났는지, 지금 생각해도 남편과 연애에서 만큼은 내가 꽤 지혜로운 연애술사였다는 생각에 신기하기도 하다.     


갑작스런 사별을 한 남자를 소개받다     


나는 남편을 평소 지역에서 친하게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아 만나게 되었다. 남편은 그 지인의 대학 친구로, 같이 서울에서 학생운동도 하고, 사업도 하며 젊은 시절 동거동락하던 사이였다. 당시에는 믿지 않았지만, 그 지인은 남편이 갑작스런 사별을 한 날, 황망하게 떠난 아내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는 남편의 가엾은 모습을 보고 나를 퍼뜩 떠올렸다고 한다.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같이 간 그분 부인에게 나중에 나를 소개시켜 줘야겠다고 실제 말했다고 하니 어쩌면 우리의 만남도 운명적 요소가 없지 않다. 그 후 2년여가 지난 후 지인은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내게 소개팅 제안을 한 것이다. 그 당시 난 결혼을 완전히 포기한 상태였고, 소개팅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었던 시절이라 처음 두세번 거절을 하다 술자리에서 덜컥 수락을 해서 만나게 되었다.     


첫만남을 정교하게 기획하다     


그렇게 며칠 후 전주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어쩌다 첫 만남 부터 내가 기획하게 되었다. 원래 우릴 소개해준 지인은 첫 만남 자리를 남편과 지인의 대학 동아리 모임멤버들과 여기 전주 사람들 몇이 함께 어울리는 자리로 기획했다. 이는 우리 남편과 지인이 같이 속한 학생시절 동아리모임에서 우리 소개팅 얘기를 꺼낸 터라 동아리 멤버들이 겸사겸사 다음 모임을 전주에 내려와서 하자고 했던 것이다. 원래 흥이 많은 지인은 간만에 대학시절 친구들을 전주로 초청해 대접도 하고, 소개팅도 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나는 큰 맘 먹고 하는 소개팅을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 식으로는 될 일도 안될 듯 했다. 그래서 난 수정안을 내놓았는데, 핵심은 소개팅남과 서울 모임친구 한명이 같이 내려와 지인 포함 총 네명이서 만날 것, 1차는 조용한 룸식당에서 만나고, 2차 카페는 넷이 같이 가되 우리 둘만 따로 앉아 이야기를 나눌수 있도록 멀리 따로 앉을 것 등이었다. 이것은 소개해주는 지인의 입장과 소개팅의 중요성을 두루 감안해 내가 생각해낸 것이었다. 결과는 물론 성공적이었다. 1차에서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우리 둘만 이야기를 잠시 나눌 수 있었던 2차에서는 서로 좀 통한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훗날 남편은 내 아이디어로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고 하니 ‘역시 지혜로운 여자야!’ 하며 놀라워했다.      


연애를 너무 오래 쉰 중년 사별남과의 연애     


내가 남편을 소개받아 연애를 막 시작하던 6년 전, 남편은 연애 무식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은 30세에 결혼하기 전에도 이렇다 할 연애경험이 없는 학생운동권 출신이었고 사실상 처음으로 사귄 여성과 쉽게 결혼에 골인한 케이스였다. 이후 나를 만나기까지 무려 25년의 연애 공백기가 있었으니 오죽하겠는가? 나도 연애를 잘못해서 혼자서 나이든 것이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남편은 연애를 못해도 너무 못해서 답답한 사람이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남편은 처음엔 월요일마다 나를 만나러 3시간을 달려 내려왔다. 나는 내심 금요일을 선호했는데 남편은 금요일 고속도로가 밀리는 사정과 주말을 편하게 쉬고 싶은 생각에서인지, 내 의견은 상관없이 월요일에 만나자고 했던 것이다. 처음 두번 그리 탐탁치는 않은 월요일 밤 데이트를 한후 나는 남편에게 요일 변경을 요청했다. 나는 금요일에 데이트를 하는 사람이 늘 부러웠다고, 나도 금요일에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남편이 미안해하며 바로 다음 주부터 금요일에 내려와 주었다. 나는 정말로 외로웠던 솔로시절 금요일 저녁이 되면 사람이 고팠다. 마치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금요일 저녁이 오면 오늘 밤 나와 술 한잔을 기울여줄 사람을 고대했으나 현실은 맥주캔만이 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진실로 간만에 하게 된 데이트를 꼭 금요일에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후 금요일 데이트는 나로 하여금 감사의 마음에 보답의 의욕을 증폭시켰음은 물론이다.       


당시 남편과 나는 밤늦게까지 술 마시며 서로 살아온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하는 식의 데이트를 이어갔다. 새벽까지 나랑 술을 마신 후 남편은 전주시내 모텔에 가서 혼자 청승맞게 잠을 잔후 다음날 새벽 알아서 서울로 올라가는 식의 연애를 한동안 지속했다. 그때 이미 남편의 나이 54세였으니 몹시도 피곤한 연애였을 것이다. 그래도 여자 하나 꼬셔 보려고 그토록 하기 싫어하는 장거리 운전을 매주 하며 나름 노력한 것이었는데, 남편의 노력은 장거리 운전을 해서 나를 만나러 오는, 딱 거기까지의 노력이었다. - 2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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