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좋아한다는 건 나를 이해한다는 것

by 옆길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아직 혼자 있는 시간이 낯설기만 한 나
그런 나도 사람에 대한 ‘취향’은 분명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그리고 거리를 두고 싶었던 사람들을 되짚으며 나 자신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자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이유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면서 동시에 거리를 두고 싶었던 사람들의 행동을 나 역시 하지 않았는지 되묻고 싶다.


어쩌면 내가 글을 좋아하는 이유도 글을 쓰며 과거를 돌이키고 나의 본모습과 자아를 천천히 깨달아가고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1. 에너지의 템포가 비슷한 사람

나는 에너지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은 사람과 잘 맞는다.
에너지가 차분하고 감정을 쓰는 방식이나 회복하는 템포가 나와 비슷한 사람.
반대로 에너지가 지나치게 높은 사람과 함께 있으면 원하지 않는 모습이 튀어나오고, 내 감정이 빠르게 소진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템포가 비슷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땐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서로를 이해하는 속도도 놀랄 만큼 빠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나 자신은 또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되는 느낌이 든다.


2.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

혼자 있는 시간이 익숙하고 스스로의 외로움을 잘 달랠 줄 아는 사람

혼자 요리해 먹고, 여행을 떠나고,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책들에서도 ‘혼자 잘 지내는 사람이 결국 자신만의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 덕분에 나를 더 잘 알게 되었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과 함께할 때 나도 더 자유롭고 편안한 나로 있을 수 있다.


3.다정함이 체온처럼 깃든 사람

다정한 사람은 결국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공감이 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태도 그게 다정함이라고 느낀다.

물론, 자기 자신을 챙길 힘도 없을 만큼 지친 사람은 굳이 타인에게 다정하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보다 먼저 스스로에게 다정해져야 한다고 믿는다. 내가 다정한 사람인지 물어본다면, 나는 스스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다정함을 이해하고 비슷한 마음결을 가진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4. 정적이고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

시끌벅적한 모임이나 다채로운 대화가 오가는 자리에선 금세 에너지가 바닥나 버린다.
그래서 정적이고 조용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에게 끌린다.

LP바, 북카페, 조용한 골목의 작은 카페처럼 말이 많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에서 함께 있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있을 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낀다.


5. 편견이 없는 사람

세상을 자신의 기준으로만 판단하지 않는 사람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틀에 갇히지 않는 사람이 좋다.

편협한 시선은 결국 사람을 제자리에 머물게 하거나 도태되게 만든다.
반대로 큰 시야를 가진 사람은 세상을 좀 더 유연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 시선이, 함께하는 관계에도 따뜻함을 더해준다고 믿는다.


6. 사소한 것에 행복할 줄 아는 사람.

작은 것에서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의 마음엔 분명한 가치관이 깃들어 있다.

예를 들어, 힘든 날 초콜릿 하나에 웃을 수 있는 마음 그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행복'의 모양이다.

행복이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보다는 자신만의 행복을 알고 그것을 나와 나눌 수 있는 사람.
취향이 닮아 있는 사람과의 하루하루가 나에겐 더 소중하다.


7. 맡은 일을 꾸준히 해내는 사람

일을 꼭 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맡은 일에 책임을 가지고 성실히 해내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을 좋아한다.

나도 게으를 때가 있지만 결국 내 일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함께 있는 사람 역시 자신의 일을 꾸준히 후회 없이 해내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모습에서 묘한 신뢰가 생기니까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그리고 인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그려보았다.


8. 서로의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

꼭 같을 필요는 없지만 서로의 취미를 존중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진격의 거인,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디그레이맨 같은 작품들을 즐겨본다.

가끔은 그런 세계관에 푹 빠지고 싶고 누구와 함께 그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들이 참 즐겁다.

그래서 내가 이런 취미를 이야기했을 때, "나는 그런 거 별로야"라고 선을 긋는 사람보다는 “오, 어때? 재밌어? 어떤 내용이야?” 이렇게 물어봐 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더 좋다.


나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취미가 나와 다르더라도 함께 해보고 싶고 즐기고 싶다. 물론 너무 험난한 액티비티라면 조금 망설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취미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서로가 좋아하는 것에 동참하고 그로 인해 나눌 수 있는 대화의 폭도 훨씬 넓어진다.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공유하고 그 안에서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내가 꿈꾸는 관계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넌 그런 사람이니?"

지금의 나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씩 다가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내가 동경하는 사람의 모습이기도 하다.

가끔은 그런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내가 작아 보이고 괴리감을 느껴 슬퍼지기도 하지만 그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마음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아주 큰 의미다.


툭 내뱉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하고 싶지 않다.


나는 엄마, 아빠의 청춘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욱 아무도 나를 쉽게 상처 줄 수 없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의 나와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 오래도록 따뜻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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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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