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사치스럽게, 나를 아껴주기로 했다

by 옆길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행복해지고 있다.


예전처럼 미래가 막연히 두렵지도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 맞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눈 그리고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럼 나의 이 불안한 마음은 어떻게 잠잠해졌을까 그건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맥주 한 잔을 나누며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해줄 때, 혹은 내가 좋아하는 향기를 맡으며 그 순간에 잠깐 취해보는 것


이 모든 것은 사실 ‘돈’이 가져다준 작은 행복이었다.
일을 하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고 내가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걸 살 수 있게 된다.


나는 그동안 늘 쿠팡에서 저렴한 제품만 샀다.
‘굳이 비싼 건 필요 없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사실은 나 자신을 조금 홀대하고 있었다.
비싼 것 하나보다는 저렴한 것을 많이 가지는 것 그게 내가 지금까지 추구해온 삶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도쿄에서 머물던 좋은 호텔에서 처음 써보는 바디워시의 향이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
얕고도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우디향이 하루의 기분을 너무도 좋게 만들어줬다.

‘이런 향이 매일 내 몸에서 난다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그 순간 나는 나를 존중받는 사람처럼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제품은 분명 비싸겠지 라는 생각에 괜스레 다시 우울해졌다.
그래서 깨달았다. 이래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버는구나.


돈을 쓴다는 건 내게 좋은 옷을 입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게 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뜻 선물도 해줄 수 있다는 것

그런 삶은 생각보다 더 멋졌다.

오늘 하라주쿠에서 실용적인 백팩 하나를 샀다.
16만원 결코 싸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명품은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번쯤은 나를 위해 좋은 선물을 하자"


돈은 나에게 그런 존재다.
불평하며 다녔던 회사도 돌아보면 내게 가장 큰 행복의 재료인 ‘돈’을 주고 있었다.

200만 원을 벌든, 300만 원을 벌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돈이 많으면 행복의 크기도 커진다"고 하지만 부자라고 해서 언제나 행복할까?

그들 역시 속으로는 그 돈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걱정하지 않을까 그러니 너무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이 글을 쓰며 마시는 맥주 한 캔조차 이 글을 적고 있는 노트북조차 모두 돈이 주는 소소한 위로니까


돈의 액수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내 몫을 하고 있다’는 감각 아닐까

나를 인정해주고, 살아가는 동안 나를 좋은 쪽으로 이끌어주는 것


사람들은 말한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고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행복은 아주 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다.

힘들 때 먹는 초콜릿 하나가 기분을 살려주듯 작고 사소한 것으로부터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보자.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조금은 사치스럽게 조금은 부드럽게 나를 아껴주는 방법을 배워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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