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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Dec 02. 2022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사춘기 아이가 무심코 던지는 말은 없었다. 학교 가기 싫어!

여름 방학이 끝나고 아이 입에서 "학교가 싫어."라는 말이 나왔다. 원래 학교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무심코 넘겼다. 코로나로 작년엔 단축 수업과 온라인을 병행했기에 장시간 학교 수업이 힘들 수도 있었을 것 같았다. 나도 중학교 때 학교가 그리 재밌진 않았었고..


그렇게 가끔 툭 내뱉듯이 했던 말. 한 달째 며칠에 한 번꼴로 느닷없이 하는 말 "학교가 싫어."


나: 학교가 싫어? 일 학기엔 그런 말 안 했는데 무슨 힘들 일 있어?

아이: 재미가 없어.

나: 수업이? 아니면 친구들이랑 좀 그래?

아이: 그냥 다 싫어. 다 귀찮아.



그러다가 두어 번 더 학교 싫다는 이야기가 나오길래.. 진지하게 물었다.


나: 우리 아들이 학교를 싫어한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친구들 때문에 힘들어? 공부?

아이: 아니. 친구들은 괜찮아.

나: 그럼?

아이: ** 선생님이 나만 미워해.

나: ** 선생님이? 엄마가 볼 때 네가 미움받을 만한 아이가 아닌데.. 왜 선생님이 너를 미워하셨을까?


아이: 몰라. 나만 지적해. 들어올 때마다. 계속. 한두 번 말씀하시지 않고 계속 반복해서 혼을 내. 갱년기거나 남편하고 사이가 안 좋은 건가.... 애들 많은 데서 나만 자주 지적해.

나: 어떤 걸 지적해?

아이: 연필 앞쪽으로 안 잡는 거랑 글씨 큰 거. 예쁘게 안 쓰는 거랑 한 번은 딴짓했다고 혼나고.

나: 딴짓?

아이: 응. 친구랑 얘기 한 적 있었어. 어제는 손을 밖으로 안 빼고 책상 밑에 두었어. 애들이 핸드폰 자주 하니까 내가 그런 줄 알고 혼냈어.

나: 그럼 뭐 했어?

아이: 색종이 만지고 있었어.


나: 그건 네가 잘못했네. 근데 연필 자세까지 디테일하게 혼내니까 싫긴 했겠다. 딴짓하다가 걸린 건

처음이라도... 선생님 입장에선 말씀하실 수 있는 거고..


아이: 응. 두 가지 내가 잘못했어. 책상 밑에서 색종이 만진 거랑 친구랑 말한 거. 근데 연필 잡는 거 계속 들어오실 때마다 나한테만 계속 그래. 글씨 큰 거랑. 계속 들으니까 지겹기도 하고... 계속 혼나.

나: 친구들 많은 데서 지적 계속 받으니까 좀 민망하고 창피하긴 했겠다. 선생님께서 너한테만 계속 그러셔. 언제부터?


아이: 응. 방학 지나고 이번 달에 매번... 그 전에는 혼난 적이 없었어. 나만 찍힌 거 같아.

나: 엄마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한번 물어봐 줄까? 선생님이 너를 미워해서 그런 건 아닐 수도 있잖아.

아이: 응.. 모르겠어. 생각해볼게.


그 후에도 아이는 연필 자세로 지적을 여러 번 받았고 글씨체 때문에 몇 번 더 혼이 났다. 아이가 도움을 청해서 담임선생님께 **선생님과 통화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부탁을 드렸다. 그동안 학교 선생님께는 전화 자체를 하지 않는데 이번엔 그냥 모른 척하기가 그랬다.

아이가 도움까지 청했으니..



**님께서 전화를 주시겠다고 하셨으나 계속 미뤄졌고 하루가 지났다.

'왜 전화를 하신다고 하시곤 안 하실까?'

2일이 지나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드렸다.

꼭 좀 연결시켜주셨으면 좋겠다고..

알고 보니 **선생님께서는 학부모의 전화가 다소 불편하시고 당황스러우셨던 거였다.

이해가 되었다. 나도 처음으로 거는 거니까. 선생님 입장에선 어떤 학부모 인지도 모르고...


드디어 **선생님과 통화가 되었다. 방어적인 목소리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선생님: 무슨 일로 거셨나요?


솔직한 게 최고. 그냥 바로 말씀을 드렸다.


나: 선생님. 안녕하세요. 갑자기 전화드려서 많이 놀라셨죠? 다름이 아니라 아이가 얼마 전부터 학교가 싫다고 해서 그냥 무심코 넘겼거든요. 그런데 ** 선생님께서 자신을 싫어하시는 것 같아서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일이 없다고 말은 했지만 아이는 그렇게 느끼고 있고 저에게 도움을 청해서.. 엄마가 한번 물어봐주겠다고 했어요.

많이 당황하셨죠?


선생님은 자신은 미워한 적 없고 오히려 예뻐하는 아이였다고.. 최근에 아이가 1학기보다 집중을 덜 하길래 걱정해서 지적을 했던 거라고 하셨다. 관심이 있기에 지적도 한 거였다고 하셨다.


선생님: 근데 아이가 많이 어리네요?

나: (당황) 네? 중학생이니까 어리죠.

선생님: 아니요. 선생님한테 지적받은 걸 엄마한테 말하다니.. 중학생이 보통 안 그러거든요.

아이가 어리네요. 초등학생도 아닌데..

나: (마음에 걸림이 있었으나 침착하게 말을 했다.)

아이가 중요한 일은 부모에게 상의를 하는 편입니다.

아이들 셋 다 부모랑 소통을 많이 하곤 합니다.

저는 그게 고맙기도 하고요.

원래 중학생은 안 그런가요? (최대한 부드럽게 질문을 했으나 속에선 살짝 기분이 좋지는 않았음)


선생님: 네. 그런 걸 보통 친구랑 이야기를 하거나 그러죠. 아이가 되게 예민하네요?


(예민이라는 단어가 거슬렸으나 선생님이 사랑이 많고 다정한 분은 아니시니 그렇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뭐 상황에 따라 그렇게 느끼실 수 있겠지. 워~ 워~)


나: (다른 단어로 정정을 하고 싶었다.) 아. 아이가 조금 여린 면이 있어요.

그동안 선생님들께 지적받은 경험이 별로 없다 보니.. 친구들 앞에서 혼이 여러 번 나니까 마음이 어려웠나 봐요.

 

선생님: 다 관심이 있기에 지적도 하는 건데..

그걸 그렇게 힘들어할 줄은 몰랐네요.


나: 아이도 자신이 잘못한 부분은 알더라고요. 선생님께서 이유 없이 지적하신 것도 아니라고 했어요.

저도 친구랑 대화한 것 잘못했다고 말을 했고 색종이 접기는 혼을 냈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지만

다음에도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요. 다만 연필 잡는 거는 쉽게 고쳐지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쩌죠?


선생님: 어머님. 글씨 자세를 바로 잡아야 나중에도 좋은 겁니다.

나: 그렇죠. 아이에게 노력해보라고 이야기할게요.

단번에 바뀌는 건 아니니 기다려주세요. 선생님이 너를 미워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도 전할게요.

.

.

.

선생님: 아이가 많이 예민한 것 같아요. 혹시 아이가 전혀 지적을 받지 않기를 바라신다면.. 무관심하게

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 아이가 조금 여린 면(예민--> 여림 으로 다시 정정)이 있지만 아이를 위한 지적이라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말씀드리는 건 그런 부분은 아니고요.

다만 선생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사춘기 아이들은 친구들 앞에서 지적을 여러 번 받으면.. 그걸 많이 민망해하고 자존심 상해하더라고요. 


선생님: 그럴 수도 있겠네요. 생각해보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지셨다.)


나: 저도 아이에게 선생님 말씀을 잘 듣도록 이야기를 할게요. 선생님께서도 1학기까지는 아이를 예쁘고 귀여워해 주셨다고 하셨으니 아이가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조금만 이해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춘기 아이들 가르치시면서 많이 힘드시지요? 이렇게 전화를 받으시니 놀라시기도 하셨을 거예요. 엄마다 보니 아이의 힘듦을 모른척 할 수가 없더라고요. 

.

.


나: 아. 선생님. 우리 아이 다시 이뻐해주시고 귀여워해주시면 좋겠어요. ^^ (약간 애교를 넣어서 부탁)

얘가 보면 밉상은 아니잖아요 ㅎㅎㅎ 이뻐해주세요? ^^ 


선생님: (웃으시며 하하하) 네. 맞아요.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에요.




나: (마무리하면서)선생님께서도 한 아이의 어머니 시기도 하시니 저의 마음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요. 그리고 노력해주신다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선생님.



선생님과의 통화가 잘 마무리되었고 선생님께서는 아이를 이해하시고 노력하시겠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훈훈한 마무리로 감동을 받으며 전화를 끊게 되었다. 역시 서로 생각하는 게 달라도 대화로 많은 부분이 해결이 가능하구나!)

그 후...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도 쏙 들어갔다.



나도 안다. 중학교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힘드실지...
연세도 많으신데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하신다는 것도 쉽지 않음을..
자신의 스타일을 바꾸는 것
누구나 어렵지 않은가?

그럼에도 선생님께서 많이 노력해주시고 아이들에 대해 조금은 더 넓은 마음으로 변화하셨다.

<선생님의 변화에 사실 감동을 받았다. 인정하고 변화를 시도하신 부분에 대해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아... 그리고 3번째로 선생님의 표현 '예민'을... 내가 '아이가 조금 여려요.' 로 받았을 때... 4번째에는 선생님께서 '아이가 여리네요.' 라고 말씀해주셨다.  


아이가 기분 좋게 하교를 했다.

아이: 엄마. **선생님이 달라진 것 같아. 부드러워지셨어.


나: 그래. 선생님이 그 연세에 그렇게 노력하시는 거 진짜 힘든 일이야. 너희들에 대한 마음이 없다면

못하셨을 거니까 너도 이제 선생님의 말씀을 잘 따르도록 노력해봐. 말씀하시는 부분이 너에게 필요한 부분이잖아.

네가 엄마한테 왜 전화했냐고? 진짜 할 줄 몰랐다고 뭐라고 했잖아. 어때? 잘했지?


아들: 응. 도대체 어떻게 말한 거야?


나: 그냥. 솔직하게 묻고 부탁을 드렸지. 엄마가 원래 누구랑 싸우거나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

선생님도 너를 많이 이해하시려고 하시는 게 느껴지더라.

그리고 너는 힘들었는데 엄마가 그냥 무심코 넘긴 거 미안했어.

엄마한테 힘든 거 이야기해준 거 고마웠어.

가장 어려운 순간엔 꼭 부모한테 말해야 한다. 알겠지?


아들: 응. 그럴게. 근데 전화는 쫌...

나: 응. 엄마도 전화 처음 걸었어. ㅎㅎㅎ 이 녀석아. 엄마가 자식이 뭐라고 전화까지 걸었다 야~~~ 으이구.


#중학생 #사춘기 #자녀대화 #소통 #학교생활 #지적


https://brunch.co.kr/@129ba566e8e14a7/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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