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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길 단상

by 해송

창가 둥지에서 갓 부화한 아기 새, 인기척에 입을 크게 벌린다.

창문 밖 나뭇가지에는 이름 모를 꽃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지저귀는 새들의 합창소리에 창을 여니, 노랑 빨강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이빨 빠진 키 작은 청소부 할머니, 변함없는 미소로 인사 건네고

앙증맞은 동네 다람쥐는 나뭇가지를 날으며 재롱을 부린다

천방지축 동네 강아지는 내 손 쳐다보며 꼬리 치며 반긴다.


잔뜩 찌푸린 회색 빛 하늘은 시원한 아침바람을 선사하고

하늘 향해 곧게 뻗은 야자수는 올곧은 강단 뽐내는데

아메리칸 블루와 재스민 만발한 동라이 강은 넉넉한 어머니 품 같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팍팍했던 신혼생활

자식 둘, 장모님 건사하며 행복했던 지난 세월

돌아보면 부족했던 시절, 하지만 행복했던 시간들


채우고 픈 마음 내려놓고, 눈과 귀 열어보니,

소소한 일상의 기쁨, 스며드는 잔잔한 행복

먼 길 돌아 머무는 이곳, 감사로 충만한 자유인


선물로 받은 오늘은 내가 가장 젊은 날

상큼하게 맞은 오늘 아침은 가장 행복한 아침,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은 축복으로 가득 찬 고귀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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