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존재

by 비루투스

선택 앞에서 멈춰섰다.
망설임이 흐린 기억을,
더 깊은 침묵이 흘렀다.

머뭇거림 속에서 묻는 질문,
사랑은 죄악인가, 신성함인가?
가슴에 묻고 살아갈 수 있을까?

알면서도, 계속 묻고, 답하며,
잿더미 속에서 온기를 움켜쥔다.



—사랑이라는 질문, 존재라는 응답


「순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단순히 아름답거나 슬픈 것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삶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 있을지를 묻는 존재론적 사유의 시다.

시의 화자는 선택 앞에서 멈춰선다. 그 멈춤은 단순한 망설임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내면의 고요한 격랑이다. “사랑은 죄악인가, 신성함인가?”라는 질문은 사랑을 감정의 영역에서 끌어내어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으로 확장시킨다. 이 물음은 단순히 감정의 흔들림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간 존재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탐색한다.


“가슴에 묻고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구절은 사랑을 삶 속에 품고 살아가는 태도에 대한 질문이다. 이때의 ‘묻는다’는 행위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선택이다. 이 시는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삶을 살아내는 방식이라는 점을 조용히 드러낸다.


“알면서도, 계속 묻고, 답하며”라는 반복은 인간 존재의 모순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감정을 반복해서 되묻고, 그 질문 속에서 스스로를 확인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존재의 진실에 가까워지는 여정이다.


마지막 구절 “잿더미 속에서 온기를 움켜쥔다”는 상실과 고통 속에서도 무언가를 붙잡고 살아가려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 온기는 사랑일 수도 있고, 삶의 의미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순수’일지도 모른다.


이 시는 감정의 흔들림을 넘어서, 삶의 방식과 존재의 본질을 묻는 철학적 울림을 지니고 있다. ‘순수’란 무엇인가를 묻는 대신, 그것을 살아내려는 태도 자체가 순수함이라는 걸 보여주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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