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사랑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산책길이 피어 올린 발그레한 볼

by 황태

발그레한 볼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발그레한 볼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러한 마음에 피어나는 분홍 빛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 부끄럽고 수줍어 피어나는 발그레함은 순수함과 천진난만함이 연상된다. 어떠한 조건 없이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발그레함은 맑은 미소와도 같다.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렇게 발그레한 볼은 사랑스러운 이미지다. (그래서 볼터치를 꼭 하는 것일 수도.)




어제 퇴근하면서 평소 다니는 집 앞 콘크리트 길이 아니라 산책로로 돌아서 집에 걸어갔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바람이 너무 선선해서 평소의 칙칙한 콘크리트 길로 향하고 싶지 않았다. 신비한 곳으로 발을 들인 것 같았던 그때 마주한 풍경이 있다.


파릇한 초록 얼굴 위에 두둥실 떠오른 발그레한 볼과 같은 분홍 빛 꽃들. 은은하게 떠오른 분홍 빛은 나를 향해 말간 웃음을 지어 주는 것 같았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분홍 빛은 사랑스러운 웃음이었다.


오늘 아침 달리기를 할 때도 어제 봤던 발그레한 볼이 다시 보였다. 한 바퀴, 두 바퀴 돌 때마다 그 웃음이 지닌 사랑스러움에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사랑스러움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랑의 사전적 정의는 이성, 부모, 스승, 남, 사물 등을 향한 좋아하고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다. 사랑스러움은 아끼고 귀하게 여기고 좋아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것은 나를 둘러싸는 모든 사람이나 사물이나 그 외의 것들에 좋아하고 아끼고 귀하게 여기고 위하는 마음이 드는 것인 걸까?


산책로 위에 발그레하게 뜬 볼이 사랑스러웠던 나는 그 길을 많이 사랑했던 것이다. 발그레한 볼이 있기 때문에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사랑스럽게 보기 때문에 발그레한 볼이 눈에 띈 것이 아닐까.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이성 간의 사랑을 떠나서 조금 더 총체적인 사랑이다. 나는 산책길을 사랑한 나머지 그 산책길의 발그레한 볼을 보았고, 또 매일 아침 산책길 위에서 맑은 기운과 행복감을 느꼈다.


심지어는 아침마다 교감하는 산책길 위에서 달리는 것을 통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고 있다. 무엇을,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처럼 나에게 득이 되는 것이구나라고 살짝 이기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내 주위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때 나는 사랑 안에서 살아갈 테고, 그때의 내가 얻게 될 것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평안함, 행복감, 기쁨을 넘어선 방대한 것들일 테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 안에 사랑을 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즉 내 안에 사랑의 마음이 있어야 내가 사랑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지금 사랑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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