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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크레용 Sep 15. 2021

11. 전 재산 2억. 외벌이 남편을 퇴사시켰다.

11. 가야 할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의 차이.


매트릭스

아들이 유튜브에서 영화 '매트릭스'의 줄거리를 보고 나서 '매트릭스'를 보고 싶다고 며칠을 졸랐다. 이미 본 영화였고 큰 재미가 없었던 기억이 있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마지못해 함께 보려고 둘러앉았다. 영화를 보면서 아들보다 남편과 내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매트릭스가 폭풍처럼 유행하던 1999년은 여러 언론 매체가 주입하는 대로 정보를 입력하던 막바지 시대였다. 당시 매체들은 이 영화를 슬로모션 촬영기법과 꽃미남 키아누 리브스의 현란한 액션 연기에 초점을 맞춰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 기억에 남아있는 이 영화의 이미지도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SF 판타지 영화' 정도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사실 엄청난 비밀을 풀어헤친 철학 영화였다.  20년 동안 온갖 책을 파서 알아낸 진실들이 이 영화 한 편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소름이 끼쳤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남편과 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당시 매체들은 이런 진실을 대중이 제대로 이해하고 자각하기라도 할세라 영화의 현란한 기술과 배우의 화려한 미모의 이미지만을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적어도 그 전략은 나와 남편에게는 정확하게 통했다. 주인공 네오가 선택하는 빨간약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시종일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가야 할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내가 선택하고 두려움이나 의심 불안함 없이 내 의지로 길을 걸을 때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뀐다고...



우리가 선택한 '시작'

매트릭스의 네오는 거의 죽다 살아나서야 각성을 하게 되었다. 우리의 시작도 다르지 않다. 아주 가까운 친지, 지인들 중 누구 하나 우리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았다. 무모하고 겁 없는 선택을 진심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우리는 예측 가능한 파란 약의 미래 대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진실에 더 가까워지는 빨간약을 선택한 것이다.

남편은 퇴사 , 20 만에 처음으로  없는 휴식기를 가지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퇴사한 바로 다음 날부터 남편의 전화는   없이 울렸다. 여기저기에서 퇴사 소식을 전해 들은 거래처에서 아주 여러 방면으로 함께 일하기를 원했다. 그런 전화는 퇴사  두세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이어졌다. 남편 역시 이런 상황이 믿기 힘든 눈치였다. 상상도  했던 방향으로 진행되는 시간을 보내며 남편은 그동안 헛소리로 치부했던 시크릿 계열의 책에서  말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버렸다.  수많은 제안들에 현혹되지 않고 남편은 원래의 목적대로 당분간은 집에서 쉬면서 적당히 일하는 쪽을 선택했다. 일하는 시간은 파격적으로 줄었지만 남편의 수입은 회사에서 받던 월급의 2.5배로 껑충 뛰었다.  시기 남편과 나는 매일 마주 앉아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이 믿기지 않는다며 방방 뛰었다. 남편은  달에 10일도  일하지 않았다. 분명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수입은  많아졌지만 일을 하지 않는 동안은 불안함에 어쩔  몰라했다. 이제 우리에게는  불안함을 극복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어떤 결정이든 처음이 가장 어렵다. 우린  힘든 처음을 시작했고, 처음으로 우리 발로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한발 한발 내디디며 그때그때 주어지는 숙제를 해나가면 되니까.


매트릭스는 네오의 독백으로 끝이 난다.

" 난 미래를 모른다. 이것이 어떻게 끝날지 말하려는 게 아니다. 어떻게 시작할지를 말하는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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