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두 번째 깃발.
창문 틈으로 보이는 한줄기 햇살.
남편 퇴사 프로젝트로 시작한 월 200만 원의 수익 만들기. 그 시작은 고정 지출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에 두는 것이었다. 매월 고정 지출을 파악하고, 줄일 수 있는 부분과 절대 줄여지지 않는 부분을 파악해서 최소한의 생활비를 정했다. 매월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한 첫 번째 깃발은 블로그 수익화에 꽂았었다. 블로그의 애드 포스트 수익만으로도 2-300만 원을 버는 블로거가 있으니 성실하게 하다 보면 나의 블로그에서 지금 보다 더 큰 수익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내가 블로그를 통해 안정적으로 얻고 있는 수익은 50만 원 내외였다. 목표금액 200만 원에서 150만 원이 부족했다. 내가 확보한 수익보다 더 큰 금액이 부족했지만 이제까지와 달리 이상하게 실망이 되거나 좌절하거나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마치 창문 틈으로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 을 보고 있는 것처럼 내가 손을 뻗어 창문을 열기만 하면 눈이 부실 정도의 해를 그대로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운칠기삼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다. 운이 7할 재주가 3할이라는 뜻의 이 말은 어떤 일의 성공과 실패가 노력이 아니라 운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이다. 우리가 이제까지 배워온 정의와 어긋나는 아주 억울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노력보다 운이라니... 그런데 이제까지 나에게 억울함만 안겨주던 이 말이 드디어 나에게도 제대로 찾아왔다.
내가 집에서도 벌 수 있는 돈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던 시기. 우리가 사는 지구에 코로나19가 시작되었다. 코로나19로 우리의 모든 일상이 송두리째 무너졌지만 이번에도 내 눈에는 살아나는 지구의 생태계와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이 눈에 더 들어왔다. 바로 그때 이전부터 주식을 적금처럼 넣고 있던 가까운 지인이 주식을 권했다. 주식이라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배워온 세대이기도 하고 재테크할 자본도 없어서 그냥 고맙다고만 하고 넘기려고 했다. 그런데도 주식을 권한 지인은 포기하지 않고 보험이라도 가입해 달라는 설계사처럼 내게 사정했다. 딱 1주만 사보라고 엘지든 삼성이든 현대든 딱 1주만.
귀찮고, 의미 없고, 성가셨지만 너무나 간곡한 지인의 권유로 주식 앱을 깔고 통장에 남은 6-7만 원 남짓의 금액으로 엘지전자 주식을 1주 주문했다. 그날부터 나는 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주식 공부
첫 번째 주식을 구입하는 날부터 육아서로 가득했던 내 책장은 주식 관련 책으로 채워졌다. 반려동물 관련만 가득하던 유튜브 채널도 주식 채널로 바뀌어 갔다. 빨강은 상승, 파랑은 하락이라는 것만 구별할 수 있었던 주린이는 음봉, 양봉, 손절, 익절, 떡상, 따상, 유상증자, 무상증자와 같은 주식 용어들을 섭렵하며 주식으로 부자가 될 꿈에 젖어들었다. 주식의 기초 공부가 끝나 갈 때 즈음 처음 6만 원에 매입한 엘지 전자 주식은 4만 5천 원까지 내려갔다. 점점 악화되는 코로나 사태는 내가 처음 보았던 주가에서도 끝없이 끝없이 하락했다. 정말 집이라도 팔아서 주식을 사고 싶었지만 나에겐 여윳돈 100만 원도 없었다. 주식 역사에서 3번째로 도래한 대 급락의 시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나는 눈앞에서 이 버스를 보내야만 했다. 그런데도 전혀 화가나거나 아쉽지 않았다.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하면 다음 버스는 놓치지 않을 수 있을테니까.
주식은 주기적으로 급락을 반복하고 1년 내에서도 특정 시기 하락의 주기를 가지고 있다. 늦었지만 조금씩 준비하다 보면 다음 차는 탈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조금씩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주식 책을 한 권 한 권 읽어 갔다. 그런데 책마다 하는 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제각각 '주식은 이러다가 망하고 저라다가도 망할 수 있으니 내가 말한 이런 방법이 최선일 거야'라는 결론을 내고 있는 듯했다. 결국 책임은 내가 지는 거니까. 내가 알아서 잘하라는 말이었다.
1. 긴 시간 기업에 가치에 투자하는 가치투자.
가치 투자, 성장주 투자, 포지션 거래라고 한다.
투자 기업에 대한 분석을 장기적인 상승 곡선을 기대하며 성장과 배당수익을 통해 연 8% 대의 이익을 목표로 한다. 여러 종목의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짠 뒤 분산 투자하여 안정적인 평균 수익을 유지하는 투자 방법이다. 적금처럼 내 포트폴리오의 주식에 꾸준히 적립해 나가며 은행 이자보다는 조금 더 높은 이익을 보겠다는 의지로 장기간 투자한다.
2. 초단타 거래.
day 또는 스캘핑 거래라고 한다.
기업의 이념이나 가치와 관계없이 거래량과 이슈를 쫓아 하루에도 몇 번의 매매를 하며 수익을 내는 방법 멋모르고 들락날락하다가는 호구되기 일 없는 방법이지만 적은 투자금으로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칫 스캘핑 거래하러 들어갔다가 수익을 내지 못 낼 경우 스윙 트레이딩으로 급선회하기도 하고 가치 투자 인척 장기간 대기 탈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기만의 기준과 원칙이 꼭 필요하다.
3. 주식의 파도를 타는 파도타기.
그네의 움직임과 같은 차트의 움직임을 이용한 거래방법으로 스윙 트레이딩이라고 한다.
주식 차트의 일정한 패턴을 보며 몇일에서 보름 정도의 단위로 보이는 패턴을 파악하여 거래하는 방법으로
스캘핑 보다 안정적이지만 매일매일 거래 시점을 찾기 위해 주가 변동에 늘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아줌마 주린이의 저력
주식을 시작한 몇 개월 동안은 무조건 가치투자만 옳다고 생각하며 적금처럼 묻어두기만 했었다. 스캘핑이나, 스윙 트레이딩은 감도 오지 않았고 그 위험도를 감수할 정도의 용기도 없었다. 그런데 매일매일 일정 시간 1년 동안 꾸준히 주식 변동을 지켜봤더니 어떤 종목에 어떤 타이밍에 스캘핑을 하는지 스윙 트레이딩을 하는지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저점이 보이는데 눈먼 사람처럼 못 본 척하기도 그렇고..
손해를 볼 각오를 하고 수업료 낸다는 마음으로 일정 금액을 정해 단기 매매를 시작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기대치가 몹시 낮다는 것은 안 비밀~
단타거래는 흔히들 거저먹는다고 말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직장인이 노동을 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단타의 경우는 다음날 아침 주식 장이 열리자마자 거래할 주식을 찾아 차트와 거래량, 이슈들을 사전에 분석해야 했다. 스윙 역시 거래할 종목을 찾아 차트를 분석한 뒤 매일매일 주가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어야 했다. 돈이 돈을 벌어주는 어메이징 한 구조가 아니라 내가 돈을 버는 지극히 노동집약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주식은 내가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만큼 수익을 내주었다.
특히 코로나19로 급락한 주가는 앞다투어 회복하는 시장이었기 때문에 10% 수익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내가 가진 돈뭉치가 좀 작았을 뿐... 내 돈뭉치를 키우기 위해 나는 가장 먼저 스타벅스를 끊었다. 집만 나서면 커피 한잔 테이크 아웃해서 들고 시작하던 습관을 끊고, 허리띠를 졸라매지는 않았지만 천 원, 이천 원 새는 돈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 무조건 주식계좌로 넣었다. 주식으로 번 수익을 제외하고도 주식을 하기 전보다 돈이 모이는 속도가 최소 2배는 빨라졌다.
수익률 기준 매매
6만 원으로 시작한 나의 주식계좌는 매일, 매월, 매년 눈에 띄게 커가며 수익을 냈다. 이런저런 방법을 기웃거리며 주식을 익혀온 아줌마 주린이는 수익률 기준 매매 방법에 최종 안착했다. 내 기준의 수익률에 도달하면 매도하고 손해를 볼 때는 팔지 않았다. 위험한 주식에 투자하지 않았으므로 오래 걸리더라도 아주 진득하게 기다렸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주식시장에서 가장 손해를 본 연령은 2-30대 남성, 가장 큰 수익을 본 연령은 40대 여성이라는 보도에서 처럼, 나는 40대 여성 아줌마 주린이었다. 손해가 나면 기다리고, 수익이 나면 부추의 머리 잘라먹듯이 뿌리를 뽑지 않고 잘라먹었다. 평소에는 세상에 변화에 더 귀 기울여 내가 원하는 수익률을 내줄 수 있는 기업을 찾아 공부했다.
나는 매월 150만 원 치의 수익을 잘라내 수확했다. 아직 남편이 회사를 퇴사를 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번 돈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잘라낸 수익으로 다시 주식을 샀고 꿈의 복 복리를 맛보았다.
드디어 나는 블로그와 주식으로 평균 3개월 이상 200만 원의 수익을 유지한 데이터를 남편에게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