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크레용 Aug 25. 2021

5. 전 재산 2억. 외벌이 남편을 퇴사시켰다.

5. 남편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

신혼의 허상

손만 잡아도 가슴이 두근대던 시절. 결혼을 하면 우리만의 공간에서 단 둘이 천날 만날  알콩 달콩 깨만 볶으며 살 줄 알았다. 그런데 같은 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핑크빛 신혼이 아닌 인생 최대의 전쟁이었다. 하늘이 내린 형벌처럼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처절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싸움이 거친 날에는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에도 입에 담지 않았던 쌍욕을 내뱉으며 서로의 목소리의 성량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기도 했으며, 차마 상대를 치지 못한 주먹이 벽을, 방문을 강타하기도 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온 힘을 다해 긴 싸움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결혼 1년이 지날 즈음 나는 진심으로 '이혼'이라는 단어를 달고 살았다. 싸우는 게 싫었고, 싸우면서 한 공간에 있어야 하는 건 더 싫었고, 그런 와중에서도 철부지 막내로 살아온 나에게  '맏며느리'라는 책임은 더없이 버거웠다. 이혼이 죄가 되던 시절도 아니고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  내가 마음먹으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싸움에는 져주지도 않는 남편이 '이혼'이라는 말 만나 오면 대꾸를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 달에 그냥 그런 날 20일, 좋은 날 5일, 지옥 같은 날 5일을 무한 반복하며 우리의 결혼 생활은 한치의 나아짐도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이는 늦어졌다. 우연히 생긴 아기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법륜스님의 '스님의 주례사'를 듣게 되었다.

 



법륜스님 주례사


 


 

오늘 두 분이 좋은 마음으로 이렇게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는데, 이 마음이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 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여기 앉아 계신 분들 결혼식장에서 약속한 것 다 지키고 살고 계십니까? 이렇게 지금 이 자리에서는 검은 머리가 하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거나, 어떤 고난이 있더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서로 돕고 살겠는가 물으면, 예 하며 약속을 해놓고는 3일을 못 넘기고3개월, 3년을 못 넘기고 남편 때문에 못살겠다, 아내 때문에 못살겠다 이렇게 해서 마음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다투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결혼하기를 원해놓고는 살면서는 아이고 괜히 결혼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하는 게 나았을걸, 후회하는 마음을 냅니다. 그럼 안 살면 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을 해놓고 안 살 수도 없고 이래 어영부영하다가 애기가 생기니까 또 애기 때문에 못하고, 이렇게 하면서 나중에는 서로 원수가 되어 가지고, 아내가 남편을 아이고 원수야 합니다.

이렇게 남편 때문에, 아내 때문에 고생 고생하다가 나이 들면서 겨우 포기하고 살만하다 싶은데, 이제 또 자식이 애를 먹입니다. 자식이 사춘기 지나면서 어긋나고 온갖 애를 먹여가지고 죽을 때까지 자식 때문에 고생하며 삽니다. 이것이 인생사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결혼할 때는 다 부러운데 한참 인생을 살다 보면 여기 이 스님이 부러워, 아이고 저 스님 팔자도 좋다 이렇게 됩니다. 이것이 거꾸로 된 것 아닙니까? 스님이 되는 것이 좋으면 처음부터 되지 왜 결혼해 살면서 스님을 부러워합니까?

이렇게 인생이 괴로움 속에 돌고 도는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 제가 그 이유를 말할 테니 두 분은 여기 앉아 있는 사람(하객들)처럼 살지 마시기 바랍니다. 서로 이렇게 좋아서 결혼하는데 이 결혼할 때 마음이 어떠냐, 선도 많이 보고 사귀기도 하면서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이것저것 따져보는데, 그 따져보는 그 근본 심보는 덕 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이 돈은 얼마나 있나, 학벌은 어떻나, 지위는 어떻나, 성질은 어떻나, 건강은 어떻나, 이렇게 다 따져 가지고 이리저리 고르는 이유는 덕 좀 볼까 하는 마음입니다.

손해 볼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래서 덕 볼 수 있는 것을 고르고 고릅니다. 이렇게 골랐다는 것은 덕 보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내는 남편에게 덕 보고자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덕 보겠다는 이 마음이 살다가 보면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아내는 30% 주고 70% 덕 보자고 하고, 남편도 자기가 한 30% 주고 70% 덕 보려고 하니, 둘이 같이 살면서 70%를 받으려고 하는 데 실제로는 30%밖에 못 받으니까 살다 보면 결혼을 괜히 했나 속았나 하는 생각을 십중팔구는 하게 됩니다. 속은 것은 아닌가, 손해 봤다는 생각이 드니까 괜히 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덕 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어떨까? 좀 적으면 어떨까요?

아이고 내가 저분을 좀 도와 쥐야지, 저분 건강이 안 좋으니까 내 가평 생 보살펴 줘야겠다. 저분 경제가 어려우니 내가 뒷바라지해줘야겠다, 아이고 저분 성격이 저렇게 괄괄하니까 내가 껴안아서 편안하게 해 줘야겠다. 이렇게 베풀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결혼을 하면 길가는 사람 아무하고 결혼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덕 보겠다는 생각으로 고르면 백 명 중에 고르고 고르고 해도 막상 고르고 보면 제일 엉뚱한 걸 고른 것이 됩니다. 그래서 옛날 조선시대에는 얼굴도 안 보고 결혼해도 잘 살았습니다. 시집가면 죽었다 생각하거든. 죽었다 생각하고 시집을 가보니 그래도 살만하니까 웃고 사는데, 요새는 시집가고 장가가면 좋은 일이 생길까 기대하고 가보지만 가봐도 별 볼 일이 없으니까, 괜히 결혼했나 후회가 됩니다. 결혼식 하고 며칠 안 돼서부터 후회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은 결혼하기 전부터 후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왜냐, 신랑 신부 혼수 구하러 다니다가 의견 차이가 생겨서 벌써 다투게 됩니다. 안 했으면 하지만 날짜 잡아놔서 그냥 하는 사람들도 제가 많이 봅니다. 오늘 이 자리의 두 사람이 여기 청년 정토회에서 만나서 부처님 법문 듣고 했으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부터는 덕 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됩니다. 내가 아내에게, 내가 남편에게 무얼 해줄 수 있을까, 내가 그래도 저 분하고 살면서 저분이 나하고 살면서 그래도 좀 덕 봤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줘야 않느냐 이렇게만 생각을 하면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심보를 잘못 가져놓고 자꾸 사주팔자를 보려고 합니다. 궁합 본다고 바뀌는 게 아닙니다. 바깥 궁합 속 궁합 다 보고 삼 년을 동거하고 살아 봐도 이 심보가 안 바뀌면 사흘 살고 못 삽니다. 그러니 이 하객들은 다 실패한 사람들이니까 괜히 둘이 잘 살면 심보를 부립니다. 남편에게 '왜 괜히 바보같이 마누라에게 쥐어 사나,

이렇게 할 것 뭐 있나'하고, 아내에게는 '네가 왜 그렇게 남편에게 죽어 사나, 네가 얼굴이 못났나 왜 그렇게 죽어 사노' 이렇게 옆에서 살살 부추기며, 결혼할 땐 손뼉 치지만 내일부터는 싸움을 붙입니다. 이런 말은 절대 들으면 안 됩니다. 이것은 실패한 사람들이 괜히 심술을 놓는 것이다. '남이 뭐라고 해도 나는 남편에게 덕 되는 일 좀 해야 되겠다. 남이 뭐라 그러든, 어머니가 뭐라 그러든 아버지가 뭐라 그러든, 누가 뭐라 그러 든 나는 아내에게 도움이 되는 남편이 되어야겠다 ' 이렇게 지금 이 순간 마음을 딱 굳혀야 합니다.

괜히 애까지 낳아놓고 나중에 이혼한다고 소란 피우지 말고 지금 생각을 딱 굳혀야지, 그렇게 하시겠어요? 덕 봐야 돼요? 손해 봐야 돼요? '손해 보는 것이 이익이다' 이것을 확실하게 가져야 합니다.

오늘 두 분 결혼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반성 좀 해야 합니다. 편안한 데는 편안한 인연을 맺어오고, 초조 불안하면 초조 불안한 게 딱 들어옵니다. 그래서 이것을 잉태라고 합니다. 태교가 아니고, 잉태할 때 여자가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잉태를 하면 선신을 잉태를 하고, 심보가 안 좋을 때 잉태를 하면 악신을 잉태합니다. 처음에 씨를 잘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결혼해 가지고 덕 보려고 했는데 손해를 보니까, 심사가 뒤틀려 있는 상태에서 같이 자다 보니 애가 생깁니다. 기도하고 정성 다해서 애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그냥 둘이 좋아 가지고 더부덕덥덥 하다 보니까 애기가 생겨버립니다.

그러니 이게 처음부터 태교가 잘못됩니다. 이렇게 잉태해 가지고는 성인 낳기는 틀린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밥 먹고 짜증내고 신경질 내면 나중에 위를 해부해보면소 화가 안되고 그냥 있습니다. 이 자궁이라는 것은 어머니의 오장육부 하고 연결이 되어있습니다. 이것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짜증을 내면 오장육부가 긴장이 되어있습니다. 안에 있는 애기가 늘 긴장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것이 선천적으로 신장질환이 생기든지 이이가 불안한 마음을 갖습니다. 엄마가 편안한 마음을 갖고 있고 원기가 늘 따뜻하게 돌고, 애기가 그 안에 있으면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이 아이는 나중에 태어나도 선척적으로 도인처럼 편안한 사람이 됩니다. 그러니까 남편이 어떻든, 세상이 어떻든 애를 가진 이는 편안해야 합니다. 편안하려면 수행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내가 편안한 것은 누구의 영향을 받느냐 바로 남편의 영향을 받습니다. 남편이 애는 좋은 애를 낳고 싶으면서 아내를 걱정시키면 좋은 아이를 낳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내가 애를 가졌다고 하면 집에 일찍 들어오고 나쁜 것은 안 보여주고 늘 아껴주고 사랑해줘서 거들어 줘야 합니다. 시어머니들도 손자는 좋은 것을 보고 싶은데 며느리를 볶으면 손자가 나쁜 애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며느리가 편안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본인이 편안한 것이 제일 좋고, 주위에서도 이렇게 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정신이 중요하고 두 번째는 음식을 가려먹어야 합니다. 육식을 조금 하고 채식을 많이 하고, 술 담배를 멀리하고 이렇게 해야 애기가 좋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아기를 낳은 후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둘이서 서로 싸운다면 안됩니다. 한국에서 태어나면 한국말 배우고 미국에서 태어나면 미국 말 배우고 일본에서는 일본말 배우고 원숭이 무리에서 자라면 원숭이 되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어릴 때 부모가 하는 것을 그대로 본받아서 아이의 심성이 됩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애기가 조그마하다고 애기를 옆에 두고 둘이서 짜증내고 다투면 사진 찍듯이 그대로 아기 심성이 결정이 납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술주정하고 그러면 아이가 나는 크면 절대로 그렇게 안 할 거야 하지만 크면 술주정합니다. 다투는 집에서 태어나면 자기는 크면 절대로 다투지 않겠다고 하지만 크면 다투게 되어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대로 모방해서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아이를 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 아이를 우선적으로 하려면 아이를 낳고 안 그러려면 안 낳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아이가 복덩어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인생을 망치는 고생 덩어리가 됩니다. 애 때문에 평생 고생하고 살게 됩니다. 3년까지만 하면 과외 안 시켜도 괜찮고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제 말 잘 들으십시오. 이렇게 안 하려면 낳지를 말고 낳으려면 반드시 이렇게 하십시오. 그래야 나도 좋고 자식도 좋고 세상도 좋습니다. 잘못 애 낳아서 키워 놓으면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반드시 이것을 첫째 명심하십시오. 가정에서 이것이 첫째입니다. 두 번째, 제가 신도 분들 많이 만나보면, 애 때문에 시골 살면서 남편 떼어놓고 애 데리고 서울로 이사 가는 사람, 애 데리 고미 국에 가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절대 안 됩니다.

두 부부는 애기 세 살 때까지만 애를 우선적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남편은 아내, 아내는 남편을 우선으로 해야 합니다. 애기는 늘 이차적으로 생각하십시오. 대학에 떨어지든지 뭘 하든지 신경 쓰지 마십시오. 누가 제일 중요하냐, 아내요 남편이 첫째입니다. 남편이 다른 곳으로 전근 가면 무조건 따라가십시오. 돈도 필요 없습니다. 학교 몇 번 옮겨도 됩니다. 이렇게 남편은 아내를, 남편은 아내를 중심으로 놓고 세상을 살면 아이들은 전학을 열 번 가도 아무 문제없이 잘 삽니다. 그런데 애를 중심으로 놓고 오냐오냐하면서 자꾸 부부가 헤어지고 갈라지면 애는 아무리 잘해줘도 망칩니다. 여기도 그렇게 사는 사람 있을 것입니다. 오늘부터 정신 차리십시오.

제 얘기를 선물로 받아 가십시오.

이렇게 해야 가정이 중심이 서고 가정이 화목해집니다. 이렇게 먼저 내가 좋고 가정이 화목한 것을 하면서 내가 사는 세상에도 기여를 해야 합니다. 우리만 잘 산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늘 내 자식만 귀엽게 생각 말고 이웃집 아이도 귀엽게 생각하고 내 부모만 좋게 생각하지 말고 이웃집 노인도 좋게 생각하고 이런 마음을 내면 어떠냐, 내가 성인이 되고 자식이 좋은 것을 본받습니다. 그리고 부모에게 불효하고 자식에게 정성을 쏟으면 반드시 자식이 어긋나고 불효합니다. 그런데 늘 자식보다는 부모를, 첫째가 남편이고 아내고 두 번째는 부모가 돼야 자식이 교육이 똑바로 됩니다. 애를 매를 들고 가르칠 필요 없이 내가 늘 부모를 먼저 생각하면 자식이 저절로 됩니다. 그러니까 애를 키우다 나중에 저게 누굴 닮아 그러나 하면 안 됩니다. 누굴 닮겠습니까. 둘을 닮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나쁜 인연을 지어서 나쁜 과보를 받아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반드시 인연을 잘 지어서 처음에 조금만 노력하면 나중에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두 부부는 서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려고 해야 합니다. 자식을 낳으려면 잉태할 때와 뱃속에 있을 때, 세 살 때까지가 중요하니 마음이 편안해야 하고 부부가 화합해야 합니다. 주로 결혼해서 틈이 생길 때 애가 생기고 저 남자와 못살겠다 할 때,

아기를 키우기 때문에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 부모에게 저항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애가 중학교까지 잘 다니다가 고등학교 가더니 그렇다, 친구 잘못 사귀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납니다. 그러니 이미 애기가 그렇게 되었거든 지금 엎드려서 참회를 하여야 고쳐집니다. 지금 이 부부는 안 낳았으니까 반드시 그렇게 낳아야 합니다. 세 번째 남편을 아내를 서로 우선시하고 자식을 우선시하지 않습니다.



나는 남편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로 했다.

나는 어리고, 젊어서 삶을 잘 사는 방법에 대해 아는 건 없었지만 책이든 강의든 배워서 깨우치면 실천력이 갑이었다. 이런 부부관계의 지침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심보를 곱게 먹고 알콩 달콩 핑크빛 신혼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결혼 3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혼한 뒤에 알게 된 게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이혼 대신 남편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내 불편한 마음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내가 먼저 나서기로 했다. '나는 이제 남편에게 70을 주고 30만 받겠다.'라고 마음먹으며 스님의 주례사로 깊은 빡침에 빠져 있을 때, 때마침 내가 듣고 있던 마케팅 관련 수업에서 DISC라는 성격 유형 분석 대한 수업이 있었다. 요즘 대유행하는 MBIT와 비슷한 것인데, 고객마다의 서로 다른 성격을 분석하여 판매 전략을 성공시키기 위한 수업이었다. 나는 이 수업에 미친 몰입력을 발휘하여 가장 먼저 남편의 성격 유형을 분석했다.

그날부터 나의 VIP 고객을 남편으로 정했다. 나는 남편의 성격 유형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이 사람이 날 엿 먹이려는 게 아니라 몰라서 그랬구나'. '이런 유형의 사람은 이럴 때 좀 쉴 수 있게 해 주는 게 좋다고 했어!' 불끈불끈 올라오던 화가 사그라들었다. 우리 관계가 변하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 3일 만에 우리는 다시 신혼을 되찾았다.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들 만큼 좋았다. 평생 할 수 있는 닭살 돋는 애정 표현들은 이 시기에 다 한 것 같다. 그렇게 결혼 5년 만에 법륜스님 말처럼 좋은 기운이 이어지던 어느 날 우리에게 첫 번째 아기가 찾아왔다.




하나의 팀.


첫 아이를 함께 품으며 나는 남편과 사랑에 빠졌다. 보통 입덧 기간이나 출산과정에서 남편에게 섭섭한 게 한 가지씩은 있기 마련인데 나는 남편이 미운 날이면 임신, 출산 기간을 회상하며 용서할 정도이다. 남편은 매일 밤 내 팔다리를 주물러주고, 먹고 싶은 음식 초성만 나오면 24시간 전국을 누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임산부 요가, 부부교실을 함께 다녔고, 우주 특급 경상도 무뚝뚝 남편은 매일 저녁 아가를 위해 태교 동화를 읽었다. 그러나 남편의 사랑의 정점은 출산 당일에 찍었다고 봐야 한다. 남편은 진통하는 내내 조산사처럼 움직였다. 남편과 단둘이서 해내야 했던 첫 출산이지만 무서울 것이 없었다.

육아를 하며 우리 부부는 하나의 팀과 같았다. 서로가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않았고 각자가 할 일을 주저하지 않았다. 우리는 하루하루 더 가까워졌고, 더 깊이 신뢰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칭찬하고, 응원했다.

내가 남편의 퇴사를 생각한 순간 정말 많은 지인들이 똑같은 말을 했다. "남자는 해 뜨면 밖에 나가야 된다" " 집에 있으면 남자는 무기력해진다." "같이 붙어 있으면 며칠을 못 버틸 거다" "부부는 적당히 자기 생활이 있어야 한다" 워낙 그런 말을 들으니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남편이 퇴사 후 집에서 무기력해하면  어떡하나. 그런 무기력함과 불안으로 서로 예민하져서 자주 다투게 되는 건 아닐까?

법륜스님의 주례사에서 말한 둘이 잘 사니까 실패한 주변 사람들이 괜히 놓는 심보가 먹히기 직전에 나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나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남편이 너무 좋다. 그런 남편이 불행하게 사는 걸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그것이 내가 남편을 퇴사시킨 이유이며 내가 두 번째 깃발을 꽂아야만 했던 이유였다.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그러면 운명이 바뀝니다. 이렇게 사주팔자를 바꾸는 게 불법이라고 하는 거예요

정해진 운명대로 사는 게 아니라 그 운명을 바꾸는 것. 개척하며 사는 게 수행입니다"

----스님  마음이 불편해요 중에서 [법륜스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