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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만섭 Aug 10. 2023

경비원의 눈물

프렌데미 동료의 갑질


대사관 경비로 넉 달째 일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일자리를 찾고자 무단히 노력했으나 결과는 늘 실망스러웠었다. 주한미군 용역업체에서 30여 년간 근무하면서 익힌 실용영어 구사력 덕분에 어렵사리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인생살이는 알 수가 없다’ 더니 60대 중반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그 기쁨은 상상을 초월했다.


 긍정적 사고는 성공의 씨앗이라고 했나? 지난 일 년간 매일 명상을 하면서 머릿속에 그린 화두는 “나는 세상살이를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행복하고 평안하다!”이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마이드컨트럴이 수많은 실패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줄기차게 새로운 일거리에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


경비원의 가장 큰 어려움은 교대 근무로 발생할 수 있는 건강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주간(07:00 –19:00) /야간(19:00-익일 07:00) /휴무’로 ‘주간 2일, 야간 2일, 휴무 2일’로 이어지는 근무 환경 속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기 노력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나는 다음과 같은 건강관리 지침을 정했다. 1. 충분히 잠을 잔다 2. 시간이 있으면 유산소 운동을 한다. 3. 시간이 부족할 때는 요가 체조와 명상을 한다. 4. 야간 근무 시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 소화가 잘되며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섭취한다(토마토, 사과, 보리차 마시기 등)


나는 첫 번째 야간근무 날과 두 번째 휴무 날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약 5km 달리기를 시작했다. 나이 어린 동료가 그 연세에 어떻게 장거리를 달릴 수 있냐고 묻는다. 그 답은 간단하다. 빨리 달리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자기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다. 아주 천천히 시속 5.5km를 유지하면서 뛰면 건강한 사람은 누구나 5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 야간 근무자는 유산소 운동을 해야 만 정신적 육체적으로 쌓인 피로 및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기를 수 있다.


주간하는 날(2일)과 첫 번째 휴무 날에는 약 20분간 요가 체조와 명상을 한다. 숨을 콧구멍에서 배나래 단전까지 길고 가늘게 들이쉬는 감미로운 호흡을 하면서 단 일분만 이라도 선정(禪定)의 고요함을 맛보고 출근을 하면 하루가 안정되고 평안하다.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의 특징은 구성원들의 스펙트럼 [spectrum]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육군 일등병 출신에서 원사 장교 예비역 대령 출신까지 사기업의 말단 사원에서 국책은행 지점장, 중견 기업체 대표이사까지 또한 고졸 출신에서 소위 말하는 스카이 대학출신까지 이질적인 환경 속에서 인생의 황금기를 보낸 초노의 사람들이 같은 시급을 받으면서 ‘보안 경비’에 종사하고 있다. 따라서 수십 년간 틀에 박힌 사고와 생활 철학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매우 어렵고 이러한 구성원들의 특징은 동료 간의 갈등으로 심화될 위험이 있다.


겉으로는 친하지만 속으로는 적이나 다름없는 사람을 프렌데미(friendemy-friend(친구)와 enemy(적)의 합성어)라고 하는데, 경비원들이 말하는 가장 큰 고충은 겉은 다정한 ‘을’이지만 속은 냉혹한 ‘갑’인 프렌데미 동료의 ‘갑질’이다.


동체대비(同體大悲)라고 했던가? 상생(相生)이 곧 자비(慈悲)다.


나(我)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상대적 개념으로 존재하는 것이니, 네가 없으면 나 또한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나와 네가 한 몸임을 깨달아서 우애가 넘치는 직장이 되었으면 한다. 많은 경비원들이 건강문제와 동료 간의 불화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경비원의 눈물을 닦아주려 하지 않는다. 노인이 종사하는 경비원은 이미 이 사회의 소외집단이 되었다.


고용주가 대화의 단초를 열어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 고용주와 경비원이 허심탄회하게 이러한 문제를 의논한다면,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대화의 결실이 결국 사회적 비용절감으로 이어지리라는 생각이다.   


-2018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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