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눈썹과 아랫눈썹 사이에 봄빛이 글썽이는 날, 바라보는 곳마다 어머니가 씨앗으로 떨어졌나 봐요 눈에 꽃이 펴요 눈에 꽃이 가득해져요 빈 들을 보기만 해도 노을을 보기만 해도 어머니가 주고 가신 눈에 꽃에 펴요 씨앗으로 떨어진 어머니가 썩어져 없는 손으로 꽃대를 밀어내나 봐요 그믐처럼 무너져 내린 가슴으로 꽃향기를 흘려보내나 봐요 겨울로 들어가신 어머니, 이제 당신은 봄인가요 어머니를 부르기만 해도 꽃이 펴요 눈에 꽃이 펴요
시집 <사과꽃이 온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