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90% 잘라냈다는 중복 1급 장애 아이
절대음감으로 노래를 부른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듯
굽은 한 팔 바깥으로 비틀며 고음 길게 뽑아낸다
뇌를 두개골 밖으로 흘려보내고
태어나 울음을 터트리지 않은 것은 그만의 발성법
귀가 열리고 소리 모으기까지 숨을 쉬지 않았다고
조물주도 두근두근 숨죽이고 있으셨겠다
하루하루 사는 게 감동이라고 기적이라고
20세가 되어서야 또각또각 변기를 찾아가던 날
솔, 솔, 솔솔솔......
첫 오줌 떨어뜨릴 때 그 G음의 출렁임!
햐- 바다가 갈라지는 함성으로 들렸겠다
아이가 득음하는 순간이었겠다
악보가 통째 귀로 들어가
비어 있는 뇌를 선율로 채운 아이
세상을 귀로 보는 아이
음악세포만 모여 있을 것 같은 뇌 10%가
한 줄의 현악기를 만들었다
시집 <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