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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선 11화

G선상의 아리아

by 한현수

뇌를 90% 잘라냈다는 중복 1급 장애 아이

절대음감으로 노래를 부른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듯

굽은 한 팔 바깥으로 비틀며 고음 길게 뽑아낸다

뇌를 두개골 밖으로 흘려보내고

태어나 울음을 터트리지 않은 것은 그만의 발성법

귀가 열리고 소리 모으기까지 숨을 쉬지 않았다고

조물주도 두근두근 숨죽이고 있으셨겠다

하루하루 사는 게 감동이라고 기적이라고

20세가 되어서야 또각또각 변기를 찾아가던 날

솔, 솔, 솔솔솔......

첫 오줌 떨어뜨릴 때 그 G음의 출렁임!

햐- 바다가 갈라지는 함성으로 들렸겠다

아이가 득음하는 순간이었겠다

악보가 통째 귀로 들어가

비어 있는 뇌를 선율로 채운 아이

세상을 귀로 보는 아이

음악세포만 모여 있을 것 같은 뇌 10%가

한 줄의 현악기를 만들었다




시집 < 기다리는 게 버릇이 되었다>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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